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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세이 Apr 17. 2024

'잡지사 에디터'는 어떤 일을 할까?

아무도 말해주지 않은 사실


자라온 사이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에디터라는 직업을 처음 접하고, 그 세계에 뛰어들기까지 1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사람들이 잡지를 안 사는 날이 진짜 올 줄은. 그것도 내가 직장인이 될 때 말이다..!



내 머릿속 에디터의 이미지는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나온 2006년에 머물러있다. 종이 더미가 흩날리는 사무실에서 분주하게 타자를 치지만, 매일 최신 유행의 중심에서 젊은 감각을 잃지 않으며, 연예인 못지않은 스타일링으로 자신을 가꾸는 사람들이 에디터였다. 어린아이의 똘망한 눈으로 봤을 때 이들은 완벽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었다. (실상은 추리닝 차림에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가며 노트북과 겨룬다)



서론이 길었다. 오늘은 젠지(Gen-Z) 세대인 내가 경험한 에디터의 세계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잡지사/ 온라인 매거진/ 브랜드에서 일을 해왔다. 온라인에서 종지 잡지로 시대 흐름을 역행하며 시장 변화를 살벌하게 느꼈지만. 그 과정에서 에디터의 역할과 의미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도서/ 웹페이지/ 소셜미디어 등 매체 상관없이 통용되는 에디팅은 무엇인지. 일의 본질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일하는 방식, 분위기는 매체 성향에 따라 회사 by 회사임을 참고하길!



잡지사


-한 줄 요약:  잡지사는 광고로 돌아간다

-주요 업무: 애드버토리얼(광고) 기사 기획, 화보 촬영, 원고 작성



막바지에 이 세계에 들어갔다. 사양 산업이라는 걸 알면서도 들어온 이유는 하나였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로 글뿐만 아니라 이미지, 영상으로 넓히기 위해서다. 글/ 이미지/ 영상 이 3가지는 콘텐츠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고감도 화보를 제작하는 잡지사에 들어가 비주얼 디렉팅 역량을 길러야겠다고 결정했다.


첫 회사가 텍스트 위주의 온라인 매거진이어서 이 부분의 갈증을 크게 느꼈다. 참고로 화보 및 비주얼 촬영은 모델&연예인/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어시스턴트 등 많은 인력과 자본이 들어간다. 광고주의 투자나 자체 스튜디오&인력 없이 쉽게 시도하기 어렵다.


아껴온 운이 이때 방출된 건지, 바로 라이선스지에 들어갔다. 덕분에 광고주를 등에 업고 다양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식품, 패션, 인물 등 화보 분야/대상에 따라 진행 방법과 중요한 디테일이 다르다는 걸 이때 많이 배웠다. 한 끗 차이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포토그래퍼와 몇 시간을 붙잡고 매달렸는지..! (야근 가즈아)


특히, 여러 직군의 사람들과 협업하며 소통의 중요성을 크게 느꼈다. '깔끔하다' 한 단어도 사람마다 생각하는 이미지가 다르다. 누군가는 흰색의 아무것도 없는 방을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체크무늬여도 배열이 규칙적이면 깔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소통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잘 해야 한다. 혼자서만 '이렇게 해야지' 생각하면 원하는 결과물을 얻기 어렵다.



콘텐츠 협업 소통 tip

머릿속 상상과 비슷한 이미지를 찾거나, 그림으로라도 그려서 요청사항 구체적으로 전달하기          

전문용어 듣고 모르면 아는 척하고 넘기지 말기. 물어가면서 협업자들의 언어 적극적으로 배우기         

결과물만 생각하고 피드백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미흡한 부분을 혼자서 해결할 수 없을 때,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고&같이 고민하기          





에디터의 역할


잡지사에서 경험한 에디터는 '디렉터'에 가깝다. 짧은 시간 안에 콘텐츠 퀄리티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게 미션이다. 기획을 잘 구현할 사람을 찾아 모으고, 스케줄을 조율하고,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위해 현장 분위기를 매끄럽게 만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느낀 게 있다. 비주얼 디렉팅은 미적 감각만큼 철저한 사전 준비와 원활한 소통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감이 요구되는 영역이지만, 감만 믿고 따르면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한 손으로 쓱싹 배치하는 것처럼 보여도 거기엔 시간으로부터 축적된 노하우와 계산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광고주! 잡지사는 광고로 돌아간다. 그 말은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콘텐츠를 만드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쓰는 기사여도, 개인의 취향이나 가치관과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일은 일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자유도와 타협점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에디터는 누군가를 빛내주는 역할이야.' 편집장님이 해주신 말씀이다. 여전히 내게 피와 살이 되고 있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쏟은 애정만큼 욕심이 커져서 내가 주인공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었다. 그러면 오히려 중심을 잃었다. 각 분야의 스탭들과 소통하며 방향대로 가고 있는지. 뒤로 몇 걸음 물러서서 큰 그림을 봐야 하는데 말이다. 이때만큼은 자기 자기를 지키며 먼 바다를 비추는 등대가 되어야 했다.


궁극적으로 이 일의 목표 명백하다. 클라이언트와 취재 대상을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로 인식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에디터는 좋은 면을 발굴해 다듬는 사람이다. 호기심 있게 다가는 것에서 일이 시작된다. 이건 글에서 티가 난다. 깊게 탐구한 정도에 따라 그 농도가 다르다. 무언가를 처음 접하고 낯설더라도, 펜을 잡은 이상 그 무게와 책임감을 기억하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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