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ersona Sep 11. 2022

커다란 울림

- 사역, 봉사의 깨달음

  내 생활에 사역이나 봉사라는 단어는 거의 없었다. 내 삶에서는 사역이나 봉사가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다는 이야기다. 교직에 있는 동안에도 처음엔 사랑과 믿음의 실천을 기본으로 한 기독교 재단 학교임에도 교회를 다니지 않았다. 많은 학생과 동료 교사들이 예수를 믿으면 삶이 달라지고 새 사람으로 거듭난다며 믿음 생활할 것을 전도하고 권유를 해 1985년에 교인 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나는�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의 생각과 ‘나 자신만을 믿고 나만이 내 인생을 좌우 한다’라는 아집 속에 갇혀 오랜 세월을 보냈다. 교사 생활을 마치고 아내와 함께 교회를 다니긴 했지만 믿음이 부족한 나는 일요일에만 출석하는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 교회 봉사는 물론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적극적이지 못했다. 교인이 적게 참석하는 아침 예배만 마치고 친교도 멀리하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벌써 5년 전 일이다.

 이런 나에게 아내가 조용히 말을 건넸다. 1월 중순 교회에서 필리핀 단기 선교를 떠난다는데 함께 가자고. 봉사와 사역을 하러 가는데 당신은 그냥 여행 간다는 생각으로 가자는 거였다. 그리고 갔다 오면 좋은 글쓰기 자료도 분명히 나올 텐데 하며 은근히 나를 잡아당겼다. 또 “당신 집에서 혼자 한 주간 있을 수 있어? 어떻게 지낼 수 있겠어?” 하며 결정적으로 한마디 했다. 여기서 나는 망설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는 혼자 집에 있지 못하는 ‘분리불안증’이 있다. 그래도 이번에는 4박 5일쯤이야 어떻게든 견뎌 보려고 했다. 하지만 하룻밤 사이에 마음이 휑하니 멍한 기분이 들어 함께 가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1월 16일 월요일 새벽 다섯 시 설렘을 안고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수원 거주 8명, 용인 거주 4명 합 12명의 구성은 담임 목사를 포함해 다양했다. 마닐라 공항에 도착한 우리 일행이 사역 봉사하러 날아가는 곳은 탄사(TANZA) 지역. 15년간 ‘탄사 교회’에서 선교하시는 박00 목사와 사모의 인도에 따라 첫날 우리는 마닐라 시내에 있는 JEN 호텔에 여장을 풀고 하루 저녁 시내 관광을 했다.

 둘째 날부터 시내에서 한 시간 떨어진 탄사 지역으로 이동해서 사역과 봉사의 실천이 시작되었다. 잠시 쉬면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바다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주민들, 개똥이 널브러진 데다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골목, 좁은 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늘어져 있는 모습들. 힘들고 어렵기 짝이 없어 보이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내가 태어나 자라고 살며 보았던 서울의 60년대, 천막과 널빤지로 엮어 지은 청계천 집들과 오물이 넘쳐났던 개천, 성남으로 쫓겨난 철거민들의 비닐하우스가 떠올랐다. 해외여행으로 관광하러 여러 군데 다녀 보았지만, 예전에 보았던 그때의 실상 보다 더 비참한 현장, 지저분하고 악취가 코를 찌르는 이 탄사 지역 같은 곳은 정말 60년대 우리나라 청계천보다 더 심했다.

 우리나라 옛날 농촌의 돼지우리 간이라 말해도 거기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지옥의 현장이 아마 이런 곳이 아닐까 상상도 해 보았다. 사람이 활동하고 산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기가 막혔다. 태풍이 불어 삶의 터전이 날아가고 조금 진정되어 터전을 재건하면 또 화재와 홍수로 터전을 잃고 비참한 생활이 반복되었던 곳이다. 참으로 목불인견의 환경과 열악한 삶의 공간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 아름다운 도시, 깨끗한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데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힘들고 어려운 생활을 하는 이웃 사람들을 별 관심 없이 대했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나 자신을 채찍질하기로 했다. “범사에 감사하라,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말씀이 글이 아닌 현실로 가슴에 젖어 들었다. 

 온갖 잡동사니와 악취 나는 오물들이 몰려와 쓰레기장으로 변한 바다 위에 나무로 지은 집에 페인트칠하기, 뚫린 지붕에 함석판으로 덧대기, 나무 조각으로 얼기설기 엮어 덧대어 잠자기에도 불편한 물 에 지은 집안의 방에 장판 깔아 주기, 헐벗고 굶주림에 이골이 난 불우한 가정에 사랑의 쌀 나누기와 학용품 전달 등등. 이틀간 땀을 흘리며 수고하는 모습에 감동하면서 함께 참여했다. 참으로 값진 보람의 즐거움이었고 은혜가 풍성하게 넘치는 현장이었다. 

 탄사에서의 활동은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고 실천하는 것이 나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왔다. 추상적인 생각을 현실로 접하게 된 사역 봉사야말로 깨달음의 시간이었고 충격을 준 일이었다. 아직도 부족하고 미약하고 부끄러운 존재인 나의 삶의 방향은 어디일까? 지금도 그 탄사 지역의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 새우잠을 자야 하는 사람들, 한 끼로 하루를 연명해 가는 그들이 떠오른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티 없이 맑게 웃음 지으며 밝게 뛰어 노니는 모습, 천진난만하고 초롱초롱한 어린아이들의 눈동자가 나의 가슴에 내려앉는다.

작가의 이전글 만남이 그리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