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방송 편드는 전문가 VS 아이템 킬 시키는 전문가

무상거래가 부당거래가 될 수 있음을 자각하자!

전문가의 사전적 의미,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가 무척 많다.

방송사와 언론사(이하, 방송사로 통칭함)는 자신들의 방송 및 보도 기사 내용에 맞는 전문가를 찾는다.

그리고 취재 방향에 맞는 인터뷰를 내보낸다.

얼핏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결코 당연하게만 봐서는 안 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럼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내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다행히도 부족한 필자를 수년간 전문가라고 찾아주는 많은 분들이 계시기에 이렇게 설명드릴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본 글은 특정 방송사나 전문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본 주제와 관련된 사안을 지적하고자 함이니 별다른 오해 없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우선 전문가 인터뷰에 대해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부터 설명하고자 한다.

바로 출연료다. 필자도 방송에 나온 것을 주변인들이 본 뒤에 자주 묻는 질문 중에 하나가 출연료는 받느냐? 얼마 받느냐다. 부모님도 물어보니 뭐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우리들에게는 어찌 보면 당연한 호기심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녹취분석 업무 중에 원론적인 내용을 간략히 인터뷰하는 요청은 굳이 인터뷰 비용이 책정되지 않는다고 하거나 영세한 외주 제작 프로덕션일 경우 처음 한 두 번은 사정을 봐서 거의 무료로 해준다.

그러나, 사건, 사고 등에서 쟁점화된 분석은 결코 공짜 무료 분석을 해주지 않는다.

이유는 추후 내가 법정에 나가야 할 상황 등의 책임져야 할 부분이 발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분한 분석 과정이 필요하므로 이에 따른 노력과 시간, 비용에 대한 요구는 마땅하다. 

방송사도 공익성을 지향한다고는 하나 무료로 방송을 제작하는 것이 아닌 시청료, 혹은 시청률을 기준으로 책정된 광고료 등의 수입을 통해, 이를 재창출하기 위해 영리 목적의 기업활동을 하는 만큼 그들도 방송에 도움을 주는 사람에게 일정 부분 수익을 배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방송을 통해 자신의 공신력을 강화시키고, 소속 기관이나 학교, 단체, 업체 등을 홍보할 수 있는 부차적인 이익을 잘 알고 있기에 방송사에서 돈을 받기는커녕 심정적으로는 주고라도 찾아주기를 바라는 부분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도 운영 중인 연구소 홈페이지에 공신력 안내 항목을 만들어 방송 인터뷰를 링크하기 때문이다.

아마 대다수의 전문가가 운영 중인 연구소, 사무실, 기업은 어떠한 형태로든 방송 인터뷰를 홍보에 활용할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방송 출연 맛집이라고 간판을 걸고 홍보하는 음식점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찌 보면 자기 PR은 당연한 홍보수단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공신력에 관한 필자의 글을 아래 링크하니 읽어보기 바란다.

https://brunch.co.kr/@2lab/10

문제는 사실을 왜곡 호도 오도하며, 불확실한 것을 확실한 것처럼
시청자들에게 잘못 전달할 수 있게 자극적으로 방송하려는 제작사와
이틈에 홍보 효과를 톡톡이 누리려는 전문가 사이에
묵언의 이기적 합심이 발현될 때이다.


예를 들어 갑론을박하는 사회적 핫이슈를 방송 아이템으로 선정하면 시청률 확보는 시쳇말로 안전빵이므로 방송사 입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다. 

시청자들은 첨예한 이슈인 만큼 방송사가 어떤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하며 시청한다. 

방송사는 애매한 결론을 낼 경우엔 결국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시청자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무리해서라도 결론을 내고 싶어 한다. 

전문가는 핫이슈 아이템에 출연할 경우 공신력이 높아질 것을 기대한다.

결국 여러 전문가 중에 방송사는 자신들의 시청률을 올려주는 자극적이면서 확신에 찬 의견을 피력하는 전문가에게 방송 출연 할당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할까?


제대로 된 분석, 과학적 근거, 그리고 정확한 표현이 매우 중요하다.

확증 편향으로 몰고 가는 식의 방송, 확신에 찬 전문가의 의견은 매우 부적절하다. 

불확실성 이슈에 확증 편향 몰이는 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확실성이 포함된 전문가의 확신을 시청자들이 오해하여,

확증적 표현으로 이해하는 것 역시 매우 위험하다.

일례로 필자는 성문분석을 통해 화자식별을 함에 있어서, 법원의 감정 촉탁을 받는 특수감정인이기는 하나 늘 감정 과정에서 피력하는 것이, 이 감정 결과는 과학적 근거를 담보한 전문 감정 의견일 뿐 절대적 증명력을 지닌 확증적 결과는 아님을 설명한다. 이유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성문분석을 통한 화자식별의 방법론적 분석이 표준화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표준화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해당 이유는 필자의 브런치북 법과학, 녹취분석학개론 06화 성문분석이란? https://brunch.co.kr/@2lab/11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문분석이 필요한 이유는 실체적 진실에 조금이나마 접근하기 위함이다.


여기서 특수감정의 속성과 유효성에 대해서 잠시 설명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특수감정의 시작은 실체적 진실은 당사자밖에 모른다'로 출발해야...

이유는 실제 당사자 외의 이야기는 모두 편견 유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녹취분석을 사례로 들자면,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녹취분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석 두 가지는

첫째 녹취파일에 있는 음성(목소리), 음향(소리), 그 외에 환경음 등의 신호 분석이다.

두 번째는 녹취파일에 있는 내용, 즉 콘텐츠 분석이다. 진술분석이 포함된다.

여기서 당사자 진술도 분석을 해서 거짓, 기만, 작화, 숨김 등의 요소가 있는지 신빙성 판단을 해야 한다.

이유는 음성 음향 신호 분석의 핵심은 가설적 검증인데 이 가설화 과정이 의뢰인(주로 사건 당사자)의 진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수많은 변인 요소를 무시하고 몇 개의 정황과 유사도로 예단 속단하는 확증편향의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특수감정 분야는 연역적, 귀납적 추론이 혼재되어 있기에 각각의 사건에서 마주하는 학문에 대해서 전문가 스스로 매 사건마다 연구하고 공부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감정 분야와 접점을 찾지 못하게 되어 변별 요소로 추출할 수 있는 상관성의 종속 여부 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편견에 의한 감정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매 사건 분석할 때마다 특수감정분야야말로 융복합 영역임을 늘 깨닫게 된다.

특수감정은 당장의 진실은 알 수 없으나,
그 진실을 추론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의 클러스터를 만드는 과정이다.

현재 JTBC에서 방영하는 로스쿨이라는 드라마에서,

합리적 의심이 존재하지 않는 임계점이 어디인가?

이를 형법 교수(김명민)가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에게 설명할 때 직소퍼즐로 비유한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각각의 퍼즐 조각을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에 퍼즐을 모두 다 맞추지 않더라도 이 그림이 무슨 그림인지를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이 온다. 그때가 바로 합리적 의심 없이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하였는데 필자 역시도 공감하는 바다. 그래서 모든 과학적 증거는 하나의 증거만으로 실체적 진실 전체를 판단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 과학적 증거가 조작되었을 가능성도 있고, 그 과학 분야가 나중에 다른 해석이 존재함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각의 과학적 증거가 직소퍼즐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클러스터로 더 이상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존재할 때 우리는 비로소 명징한 증거로써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본 글의 주제에 맞는 내용으로 돌아가,

결국 방송사가 가장 좋아하는 전문가는 자신들이 원하는 말을 해주는 전문가일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시청자들은 바보가 아니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처럼 신문, 방송이 내뱉는 편향된 말을 그대로 믿는 시민이 점차 줄어가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튜브 등을 통한 방대한 정보가 거짓 뉴스를 만들어 내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상황이 바뀌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이런 와중에 전문가들의 입담은 더욱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가짜 뉴스가 넘쳐날 때 스스로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전문가 인터뷰만큼 쉽고 효과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일종의 후광효과인 것이다. 그래서 요즘 모든 채널에는 각각의 스타 전문가가 있을 정도다.


이런 현상이 과연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방송사와 전문가의 이익이 합치되는 지점에서 발생되는 여러 문제점이 지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해결 방안은 없을까?


결국 핵심은 전문가의 확신에 찬 의견의 근거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객관적이며, 보편적 합리적인가이다.

근거만 확실하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려면 보다 적확한 분석, 명징한 과학적 근거가 담보되어야 하는데, 이는 일정 시간과 비용이 유발되는 작업이다. 전문가에게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하려면 방송사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의뢰하면 된다.

전문가 역시 공신력을 높여 추후에 얻을 이익을 기대하지 말고, 방송사를 하나의 의뢰인으로 생각하고, 당장의 분석을 통한 결과 입증으로 해당 분석 비용을 청구, 정당한 이익을 취하면 더 이상 문제 될 요소는 없어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건너뛰고, 서로가 윈윈 하는 방향으로 직행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실 공짜 분석 좋아하다가는 나중에 그에 따른 책임도 공(空)으로 생각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으므로

방송사뿐 아니라 모두가 주의해야 한다.

이런 사례는 본 글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몇몇 뉴스만 뒤져보더라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방송사도 분위기가 많이 바뀌는 것을 체감하기도 한다.

모 탐사보도 PD는 작가를 통해 내가 분석비용을 견적하니

오히려 무료로 분석해준다는 전문가보다 더 신뢰가 간다며 의뢰를 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PD나 작가분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 역시도 늘 신중하고 또 신중하며, 자신의 판단을 끊임없이 의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방송사가 인터뷰를 요청할 때는 단순한 원론적인 해당 분야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특정 사건 사례의 분석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판단해서 해당 데이터가 분석에 적절한 시료인지부터 검토한 뒤에 일정 부분 검증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석 비용을 청구하고, 이에 합당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인터뷰를 할 수 있어야 하며, 만약 데이터가 부실하거나 부적절해서 방송사가 궁금해하는 감정 청구 사항을 어쩔 수 없이 킬(kill)해야 하는 경우에는 근거를 제시하고 해당 아이템을 감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필자도 최대한 이런 태도를 취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한 사람의 전문가의 의견만으로 아이템을 킬 시킨다는 것은 그동안 공들인 취재 과정의 시간과 비용을 모두 무효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나에게 처음 분석을 의뢰하고 인터뷰하려던 방송사가 나중에 다른 전문가를 섭외해서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분석 인터뷰를 하는 것을 종종 목격할 때면, 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비단 이런 경험은 나뿐만이 아니다. 나와 친분이 있는 다른 분야 특수감정 전문가인 황민구 소장(법영상분석연구소)과도 이런 경험을 서로 여러 차례 토로하며 위로한 적이 있을 정도다.

전문가로서 의뢰인이 방송사인데 해당 감정 청구 내용을 판독불가로 거절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본 분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인이나 방송 제작진의 관점에서는 해당 전문가로서 무능하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한 해석, 가설적 확신 편향적 자세는 전문가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이기 때문에 타협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되는 현 상황을 일부 전문가나 방송사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우리 사회 스스로가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도록 견고 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한 명 한 명이 자각하는 순간 변화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래서 그런 변화를 기대하며 이런 글도 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로서 가장 중요한 소양, 톤앤매너(tone and manner)는
 모르는 것은 모른다. 아는 것은 어디까지만 알 수 있고,
그 조차도 틀릴 수 있음을 알리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또 다른 전문가의 이견이 있을 수 있음을 역시 밝혀야 한다.


방송을 거짓이라고 믿고 보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누구나 진실편향적 사고를 지니고 살기 때문이다.

매사에 의심만 품고 살아야 한다면, 정말 우울할 것이다.

신뢰 사회가 되는 지름길은 자신에게 관대한 확신 이전에 

스스로 타인이 되어 자신에게 의심의 칼날을 품어보는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노력에 대한 대가는 서로 요구하고 주는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무상거래가 표면적으로는 문제없어 보이더라도
종국에는 부당거래가 될 수 있음을 인식했으면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북, 매거진 링크 모음 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