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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게 뭐야?

인간의 삶과 AI(인공지능), 그리고 특수감정의 공통분모 찾기!

가끔 연예인 인터뷰를 보다 보면, 

솔로인 연예인에게 "만나고 싶은 이성의 이상형은 뭔가요?"라고 묻는 것을 자주 본다.

이때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아마도 이런 대답을 하는 사람은 대화가 안 통하는 사람과 만나 본 적이 있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대화가 안 통하면 정말 답답하고 지루하다.

한 마디로 시간이 아깝다고 느낄 수 있다.

인간에게 시간은 유한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바로 상대방의 질문이나 대답의 요지를 잘 이해하고, 

더 나아가 숨은 의미까지 찾아내는 능력으로 대화를 지속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성(persistence)+연속성(continuity)

※ 지속성은 주체 대상의 의지가 내포된 표현이라면, 연속성은 그 대상의 상태에 좀 더 방점을 찍은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는 이 두 가지가 다 함의된 의미가 필요하나, 편의상 '지속성'이라는 단어로 표현함을 양해 바란다.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궁금한 게 생겼다고 해서 바로 물어보면 실수를 할 수 있다.

이유는 나에게는 실례가 아닌 질문이 상대방에게는 실례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이런 사례는 많아 더 언급하지 않겠다.

그리고 또 하나는 바로 질문 자체가 너무 뻔한 대답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경우다.

선자에 대한 예를 들면, 일 더하기 일은? 밥은 왜 먹냐? 등이다. 대답하기도 싫다!

후자는, 기혼자에게 결혼은 언제 할건지 묻는 식이다. 기혼자인 줄 알면서 물으면 할 말이 없다.

둘 다 너무 극단적인 예일 수 있으나, 누구나 공감하는 사례를 들려고 하니 이 역시 쉽지 않다. 이해 바란다.

이렇듯 인간관계에서 대화가 지속되려면 질문이 좋아야 한다.


인공지능은 어떨까?

AI에서 가장 핫한 이슈가 바로 NLP(자연어 처리 과정)에 대한 알고리즘이다.

쉽게 말해서 인간과 AI가 대화를 함에 있어서, 인간이 전혀 AI인지 모르고 진짜 사람인 줄 알게 만드는 기술이 현재는 불가능하다. 가장 큰 이유는 대화의 지속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오늘 처음 만난 친구와 인사를 하고 어떤 대화를 한 뒤에 헤어졌다고 가정했을 경우, 우연히 그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이전 만남의 대화 중 일부분만을 언급하더라도 우리는 그 당시 우리가 느꼈던 감정, 전체 대화에서 언급된 일부분에 대한 의미를 대략 기억해서 대화를 지속할 수 있다. 심지어 그것을 언급한 의도나 배경까지도 추측해 본다. 인간의 대단한 능력이다.

여기서 핵심 기술은 실시간 학습을 통한 '장기기억장치(Long-Memory)'구축 실현이다. 

그런데 2021년 7월 17일 신문기사(아래 링크 참조)를 보면, 이것이 실현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전에 학습한 것에 국한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접속할 수 있는 
장기기억장치(Long-Memory)를 구축하고
실시간 인터넷 검색에 기반 한
세상의 모든 정보와 모든 주제에 대한
정교한 대화 등을 동시에 구사...

출처 : 인공지능신문(http://www.aitimes.kr) 기사 내용 일부 발췌


AI 기술 중 NLP 영역에 있어서 실로 대단한 이슈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AI 챗봇과 지난주 했던 직장 상사에 대한 험담을 오늘 다시 이어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게 말이다. 아마 사람과 대화를 했었다면, 일부분 잊었던 부분도 AI에게는 용납되지 않을 테니 '아주 정교하게'라는 말이 과언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추정컨대 이 기술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어떤 알고리즘을 보강해야 AI와의 대화에서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는지에 대한 올바른 질문 생성이 출발점이었을 것이다.

이를 또 다른 말로 '도메인'이라고도 부른다.

도메인(Domain)

동일한 데이터를 가지고도 어떤 도메인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 값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보겠다.

한국의 범죄 중 살인사건 비율은 미국과 비교할 때 꽤 낮은 편이다.

하지만 살인사건 중에서 존속살인의 비율은 한국이 유의미하게 높은 편에 속한다.

같은 범죄라도 '살인사건'이라는 도메인에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낮은 범죄율을 보였으나,

'존속살인'이라는 도메인에서는 반대로 미국이 한국보다 낮은 범죄율을 보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도메인에 따라 결과 값이 달라진다.

따라서 올바른 결과 값을 얻으려면, 정확한 도메인=요구사항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해당 이슈는 특수감정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발생된다.

감정을 신청할 때, 감정 사항에 대한 청구항목을 제대로 적시해서 의뢰하면,

비용과 시간 모두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녹취파일만 있을 뿐 이 녹취파일에서 정확히 무엇이 궁금한 것인지 스스로 파악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감정을 신청하면, 진행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법정 증거로 제출한 녹취파일에 있어서 내가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려면,

원본인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고, 다행히도 원본을 상대방이 지웠기에 원본 입증을 할 수 없다면,

해당 녹취파일이 편집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을만한 개연성이 확보된 만큼, 보다 과학적인 조작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이때 녹취파일의 길이에 상관없이 무작정 전체 파일을 보내면서, 편집 조작 여부를 감정 신청하는 경우는 현실적으로 디테일한 감정이 진행될 없다. 

이유는 1초에 수만 개의 데이터가 있는데 1분만 하더라도 60초면 수백만 개의 데이터가 되므로, 이를 꼼꼼하게 감정 진행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뢰인은 반드시 편집 조작에 대한 의심이 있는 시점을 정확하게 적시하고, 편집 조작 의심에 대한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서 감정인이 이를 이해하고, 적절한 분석 과정을 거쳐 감정의견 있도록 요청사항에 대한 질문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 이를 '감정 청구 항목'이라고 부른다.

'감정 청구 항목'이 부적절하면,
감정 절차가 지속될 수 없다.
즉 감정 진행이 불가하다.

법정 공방에서도 이 부분은 매우 핫한 이슈이다.

제대로 된 죄목으로 기소를 해야지만 재판부가 이를 심리해서 유무죄를 판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절도죄를 살인죄로 기소하면 당연히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쉽게 설명하려고 한 예라서 이런 경우는 없지만, 

복잡하고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한 법리다툼에서는 어떤 죄를 묻는지에 따라 재판 양상이 바뀌는 만큼, 법조인들의 능력이 여기서 발휘된다고 볼 수도 있다.

위에 기사 제목도 이런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렇듯 거시적으로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트렌디하게는 인공지능에도, 

그리고 협소하게는 필자의 업무 영역인 특수감정에까지 

모든 관계의 지속에는 '올바른 질문(요구사항)'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발 더 나아가 본 글의 제목처럼 

(내가 or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위 질문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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