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6
책방 앞에 상추와 깻잎, 아삭이 고추, 방울토마토를 키우기 시작했다.
금호동과 가까운 옥수동 책방 피스북스에서 텃밭 키트를 나눔 하길래 얼른 신청하고 받아왔다. 나에게도 작은 텃밭이 생겼다! 책방 옆 미용실과 세탁소에서는 각각 크고 작은 식물들을 키우는데, 책방은 선물 받은 선인장만 겨우 키우고 있었다. 매일 와 보지 못하니 식물을 키울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제는 매일 들여다볼 수 있으니 식물을 하나씩 키워볼까 한다.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책방 앞이 오르막길 차도라 차들이 내뿜는 나쁜 연기들을 식물이 맞게 된다. 씻어 먹음 되는 걸까? 어차피 집에서 먹는 채소들도 이런저런 안 좋은 성분들에 노출된 채로 식탁까지 오는 것이겠지만. 초등학생 이후로 이런 식물은 처음 키워보는 것 같다. 강낭콩 키우기, 방울토마토 키우기, 고구마 캐기 같은 체험을 하고는 했다. 어쩐지 내 강낭콩만 이상하게 자라는 것 같고, 내 방울토마토 화분만 누가 치고 가서 쓰러져 있는 걸 본 아픈 기억이 있지만 말이다. 이제는 비교할 것 없이 잘 자라주기만 바랄 뿐이다. 비가 오는 날은 비를 흠뻑 맞으라고 화분을 내놓는다. 얼마나 자랐는지 몰랐는데 처음 가져온 날 사진과 비교해보니 차이가 있다.
방울토마토에 꽃도 피고, 상추는 확실히 잎이 커졌다.
오늘은 비가 오는 일요일이라 책방에 손님이 오지 않아도 그러려니 넘길 수 있는 날인데 손님이 왔다.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다.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는 경우 보통 책을 선물하러 책방에 들린 분들이 많다. 이 분은 식당을 여는 30대 남자 지인에게 줄 선물을 고른다고 하길래 염문경 PD의 <내향형 인간의 농담>을 추천해드렸다. 30대 남자면 보통 펭수를 좋아할 것 같고, 그런 펭수를 만든 PD의 책이니 재밌게 읽을 것 같다. 추천을 한다는 건 편견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다. 보통 맞는 편견도 있으니 어쩔 수 없다. 뒤늦게 들은 정보가 '식당을 연다' 여서, <돈키호테의 식탁>도 함께 추천했다. 음식이 나오는 에세이이다. 나는 아직 뻔한 추천밖에 못하는 초보 책방지기이다. 손님은 두 권 중 한 권을 골랐다. 휴. 나의 추천력은 방울토마토를 심으면 방울토마토가 자라고 상추를 심으면 상추가 자라는 그 정도이다. 망고처럼 단 토마토나 꽃처럼 예쁜 상추는 아직 어렵다. 내가 권한 책을 손님이 깨끗이 씻어 잘 차린 밥상 한 구석에 놓아주는 상상만으로 배불러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