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7
내일은 책방을 열고 회사로 출근하는 마지막 월요일이다.
N잡이 유행인 요즘, N잡러에게 불리한 것이 하나 있다. 하나의 잡을 그만두고 쉬어갈 타이밍이 애매하다는 것이다. 만약 나에게 남은 하나의 직업과 혼자 집을 지키는 고양이와 역병이 없었더라면, 나는 수중의 돈을 들고 외국으로 튀었으리라. 그래도 하나의 일이 줄어다는 것은 아주 커다란 여유를 안겨준다.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을 떠올려 본다.
우선 요가를 끊었다. 마사지를 받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몸의 통증을 해결해야 한다. 라섹 수술 일정도 잡아 두었다. 안경 낀 모습을 좋아해서 굳이 하지 않았는데, 안경을 끼는 건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나의 고양이를 보고 싶을 때마다 번잡스럽게 안경을 찾아 껴야 한다. 요가를 시작으로 세운 운동 계획의 마지막은 수영인데, 수영을 시작하지 않은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시력이다. 시력이 많이 좋지 않아 낄 수 있는 안경테도 제한적이다. 테가 굵거나 안경알이 넓으면 무게가 그만큼 늘어나서 최대한 얇은 안경테를 쓴다. 수술 후에는 오로지 내 취향에 맞는 청광 안경을 구매할 예정이다. 또, 길게 여행은 못 가지만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다. 고양이의 밥을 넉넉히 주고 얼른 돌아올 것이다. 여행에 돌아와서는 8월에 예정된 북페어에 들고나갈 책을 고르고 큐레이션을 준비할 것이다. 이제는 이런 일들을 집중해서 준비할 수 있다. 차순위로 미루지 않고 최우선으로 우선순위를 정렬할 수 있다. 그래도 남은 반년 동안은 반백수의 마음가짐으로 쉬고 싶다. 힘을 빼고 책방에서 자리를 지키고 싶다.
심호흡을 가다듬으면서, 사실 벌써부터 마음이 졸이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어플을 켜고 싶은 걸 애써 참고 있다. 외국 정도는 떠나 줘야 한국인들은 삶의 책임감에서 그나마 벗어날 수 있는 것 같다. 오전에 요가를 다녀오고 오후에 책방을 열고. 이 두 가지만 잘 지키면 오늘 하루 잘 산 거다. 갑자기 이런 컨셉으로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고 싶다. 요가하고 주식하고 책방 여는 패터슨 씨 같은 삶에 대해서?(하고 싶은 일 추가 NEW!) 하고 싶은 일은 금세 나열할 수 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하지 않을 일을 고르는 데 요령이 생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는 금요일과 월요일에 회사에 가지 않고 책방 문을 여는 첫 주말이다. 드디어, 하지 않을 일로 회사에 다니는 것을 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