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제주 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진 Apr 27. 2017

자주 가고 싶은 책방이 되려면,
<북타임>

제주 책방 3

  제주시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서귀포 서점 방문은 처음이다. 북타임은 서귀포 중앙 사거리에 위치해 있는 서점이다. 딱 들어갔을 때 그 크기가 널찍해 보여 놀랐다. 그리고 내 생각과는 달리 서점다운 서점이었다. 이 말은 전에 봤던 서점들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내가 제주에서 찾아다니는 서점들은 대부분 크기가 작고, 소규모 출판물을 다루는 서점이었다. 북타임은 꼭 그런 모습이 아니더라도 주인의 철학만 있다면, 소신있는 운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구석 구석 책의 목소리를 전하는 메시지에서 그 점을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책이 많이 있으면 끌리는 책을 찾기 어렵다. 이번에는 구경만 하고 나갈까, 싶은 찰나에 사고 싶었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 서점


  제목을 참 잘 지었다. 동네 서점에 대한 이야기임을 알 수 있고 어떤 시각으로 동네 서점을 바라봤는지 알 수 있다. 책을 들고 카운터에 갔다. 책을 보더니 사장님이 놀라며 물으셨다. 


  "왜 이 책을 사세요?"

  북타임이 아닌 곳에서도 서점과 관련된 책을 사고는 했었다. 아무 말 없이 계산을 해주고 대화는 끝이 었는데, 이런 반응을 보이시니, 괜찮은 책을 고른 것 같았다. 서점에 관심이 있어서라는 말을 하고 끝일 줄 알았는데, 계속 놀라워 하시길래 서점을 차리고 싶다는 솔직한 이유를 말했다. 그러자 사장님은 더욱 놀라워하며 나에게 차를 마시지 않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렇게 요거트 스무디를 마시며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변에 서점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으므로 이런 대화가 늘 고팠다. 차마 말 걸 용기가 안나서, 카드만 내밀었는데 먼저 말을 걸어와주시다니. 나로서는 정말 감사한 요거트 스무디었다.

  내 나이를 대략 들으시더니 왜 서점을 하고 싶어하냐고 하셨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서,라는 말과 함께 얼른 돈은 생활비 정도만 나오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말이었다.     '아, 생활비도 벌기 힘들구나.'

그럴 수 있다. 여기에 대학가 앞에 서점을 열고 싶다는 말을 들으시고는 임대료가 비쌀 거라는 말을 하셨지만, 그래도 목표를 높게 잡아야 어떻게든 해낼 수 있지 않을까? 다행히도 부정적인 말씀만 해주신 건 아니다. 젊은층의 도서 소비,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의 소비가 많다며 책을 사는 소비층이 존재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책을 구입한 젊은 여성으로서 공감했다. 또 본인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괜찮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제야 둘러보고만 나왔으면 몰랐을 뻔한 공간들이 눈에 들어왔다. 책이 진열된 곳 옆에는 인문학 모임이 진행 중이었고, 한 학생은 공부를 하고 있었고 엄마와 딸이 책을 읽고 있었다.

이 책장을 기점으로 오른쪽에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그 뒷 편으로 마련된 책 꽂이에 책이 듬성듬성 꽂혀 있었는데, 주민들이 자신만의 책장을 만드는 공간이다.


동네 주민들이 만든 작은 도서관


  북카페 공간의 책은 자유롭게 읽을 수 있어 주말이면 아이들로 가득 찬다고 한다. 책장이 계단이 되고 의자가 되어 아이들의 시선에서 책이 잘 보일 수 있고, 자유로운 독서 공간을 조성해 놓은 공간을 보고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또한 이곳의 큰 축은 동화책이다. 동화책과 함께 동화 그림을 전시해놓은 공간도 따로 있으며, 그림은 두 세달이 지나기 전에 바꾸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한 서점에 여러 공간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북타임이 시도한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미끄럼틀로 쓰지 않지만 색다른 구조의 미끄럼틀과 책장.


  미끄럼틀로 만들고 싶었으나, 구조상 문제로 미끄럼틀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그 옆으로는 책장이 의자처럼 마련되어 있고 위에는 다락이 있다. 이 앞에 스크린을 내리면 훌륭한 영화관이 된다. 재미있는 공간이다. 서점의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몇 년 전만해도 베스트 셀러를 지나면 몇 인문 서적과 소설을 들춰보다가 이내 문제집과 참고서로 가득 찬 책장에 발걸음을 멈추고는 했다. 제주에서 책방을 찾아다니며 서점의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는 일은 그래서 더욱 새롭다. 


  '북타임'이 제주 토박이신 사장님이 차린 서점이라면, 제주에 생기는 작은 책방들은 육지에 살던 젊은이들이 내려와 차린 곳이 많다. 그래서인지 북타임 사장님은 새로운 서점들에 우려하는 바도 있다고 하셨다. 대부분 소규모 출판물을 다루다 보니, 다른 서점에서 비슷한 구성의 출판물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럼에도 그 서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책방만의 특별한 필살기가 있어야한다는 말을 덧붙이셨다. '북타임'의 차별점은 직접 전시품을 교체하는 열정을 보이며, 그림책을 제공하는데 있다. 동화 그림 전시가 달마다 바뀌는 건 사장님이 그림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좋은 그림을 더 많은 사람들과 보기 위함이다. 잠깐의 대화를 하는 동안 사장님을 찾는 전화가 여러차례 왔다. 그만큼 북타임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제주에 있는 서점이다 보니 제주와 관련된 서적이 많다. 이는 다른 제주의 책방들과도 같은 특징이지만, 제주의 로망을 가지고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력을 느낄 공간이다. 


  우리 서점이 가진 특별함은 뭘까? '제주 없는 사람''별 거 없음'을 지향한다.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인 게 인생이라는 박웅현 광고인의 말을 좋아한다. 개인 출판물들은 모든 분야에 전문 인력들과 함께 만든 책이 아니기 때문에 어딘가 허술할 수 있다. 기획부터 제작, 홍보, 유통까지 작가 한 명이 하니, 모든 게 쉽지 않다. 대충 보면 별 거 아닌 이야기들이다. 나도 만들어 볼 수 있을 거 같다. 맞는 말이다. 별 거 아닌 이야기고 당신도 만들 수 있다. 그게 한 권의 책으로 나왔으니 이제 별 거가 된다.  

  평범함이 특별함이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대학 앞에 자리잡고 싶다는 건 대학생인 내 협소한 시각에서 출발한 생각이다. 하지만 그냥 보낼 수 있는 공강 시간에, 수업이 다 끝나고 난 저녁 시간에 집은 별 거 아닌 책 한 권이 별 거인 질문 하나를 던진다면 성공이다.

'북타임'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서점으로 남아 있다. 사장님은 지금부터 서점을 차릴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잘 될거라는 말 한마디를 해주셨다. 이제 나에게도 특별한 사람과 함께 한 '북타임'은 특별한 공간이다.


북타임


제주 서귀포시 중앙로 99

매일 09:00~22:00


http://www.facebook.com/booktimejeju

       

  


  

       

매거진의 이전글 서점의 목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