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사계절만 살아보면

by just E

제주에 스미고 있단 생각이 들 때였다.


'... 적어도 내년 한여름이 오기 전까지는 더 살아보고 싶은데?'

떠나는 것과 남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여러 조건들과 주변 사람들이 툭툭 던지는 질문이 이런 저울질을 하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했다.


나조차 놀라웠고 이내 머쓱함이 밀려왔다.

불과 몇 개월 전과 다른 대답에 몇 개월 뒤엔 또 어떤 대답을 하게 될 줄 몰라, ‘지금 같아선..’이라는 말을 넌지시 붙여보았다.


제주에 왔을 때 내 마음은 아기 마음이었다고.

툭 치기만 해도 상처를 받는 상태.

우스갯소리처럼 이야기를 했지만 진심이었다.


생채기의 원인을 무엇 하나로 정의 내릴 수 없는 상태가 결국 어떤 해결책도 찾지 못한 채 너덜 해진 마음을 달고 제주에 도착했으니, 그 무엇이 쉬웠을까.


낯선 제주

표정 없는 제주 사람

낯선 직장

다정하지 못한 사람


익숙해지는 동물, 사람.


낯섦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익숙함으로 변하게 되어있다.

낯설어 힘들었으니 당연히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였다.

제주와 친해진 건지 아닌 건지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익숙해져 무뎌진 건 확실했다.


그러니 온통 초록인 섬이 파랑인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퇴근 후 30분 거리에 있는 바다도 좋고, 주말 한 시간만 가면 가 보고 싶던 오름이나 맛집이

있는 것도 좋았다.


난 분명히 좋은데,

몸은 내 마음의 박자를 따라오지 못했다.

제주의 봄바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달이 바뀔 때마다 감기를 달고 살았는데, 한여름 무더위를 코앞에 두고 다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다시 낯설어진 제주.


주말 침대에 누워 있었지만,

집에 가고 싶다.



도대체 나의 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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