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라이프

간절함

by just E

어릴 적, 금발 머리 풍성한 A라인 드레스를 입고 있는 9등신 마론인형이 유행이었다. 우리 가족은 형제가 많다 보니 가지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고 부모님의 경제관념 또한 ‘꼭 필요한 것’이라는 것에 국한되어 있는 듯했다.


어렸던 난,

부모님의 관점에서는 세상 쓸모없는 인형이 갖고 싶어 어느 날 몇 개월을 모으고 있던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갈라 인형을 사러 갔다.

이제는 구체적인 기억도 나지 않지만 커다란 박스는 집에 도착하기 전 길가 어딘가에 버려버리고 구성품인 인형과 드레스, 구두, 가방만을 챙겨 들고 돌아온 기억만이 어렴풋 남아있다. 부모님껜 친구가 준거라 설명했고, 그 사건은 8살 꼬마에겐 완전 범죄였다.

부모님이 알면서도 모른 척을 해 주셨는지 고단했던 하루하루를 살았을 부모님이 진짜 몰랐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갖고 싶은 것은 어떻게든 가졌던 아이는

이다음에 커서 하고 싶은 건 어떻게든 성사시키고 마는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갖고 싶었던 인형의 마지막 행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간절함은 마론인형을 샀던 그 한순간에 끝나버린 걸까.


지금은 간절히 바라는 것들이 생기면 멈춰 생각한다.

한 순간의 감정이지는 않을지.

간절함은 한순간으로 그칠 리 없다.

그렇다면 간절함이 아니라 이런 감정을 다른 사람은 욕심이라 부르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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