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시 직장에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월요일이다.
코로나 시대에도 주 5일 꼬박 학교를 가는 초2 어린이와 재택근무를 좋아하지 않는, 작년 가을 팀장님이 되신 남편, 두 남자가 모두 나간 월요일 아침.
나는 오늘도 휴대폰과 함께 소파에 눕는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3시간 정도의 자유가 생겼지만 주말 내 밀린 청소, 빨래는 전혀 하고 싶지 않고, 애만 겨우 먹인 아침식사 그릇은 그대로 거실 식탁에 널브러져 있다. 게을러터진 내 모습이 이제는 별로 낯설지도 않다. 올 1월부로 2년간의 육아휴직을 퇴사로 마무리한 나란 여자. 그렇게 돌아가고 싶은 회사도 아니었는데, 아이랑 지지고 볶으며 찌들어있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2년을 버텼는데, 막상 퇴직금을 받고 집에서 멍하니 있다 보니, 뭘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막 든다.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잘 키우는 그런 주변 엄마들도 많던데. 나는 왜 늘 내 팔자를 내가 꼬고 있는 것일까? 다시 일을 알아봐야 하나? 뭐라도 배워볼까? 워킹맘과 전업맘 어느 쪽에도 적응을 잘 못하고, 갈팡질팡 고민만 몇 날 며칠하고 있는 내가 참 한심하다. 작년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덕분에 아이와 온종일 붙어있었는데, 올해는 텅 빈 집에 나 혼자 있으려니 뭔가 서글프다. 이런 비참한 기분.. 나만 느끼는 걸까?
첫 회사부터 마지막 회사까지 몇 번의 이직을 했었는데 내 주제에 과분한 회사(대기업, 공사 위주)만 다녀서 지금 다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많고, 경력은 애매하고, 오후 12시면 땡 하고 집에 돌아오는 초등학생 아이도 있고, 외벌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바쁘신 남편도 있고..
당장 취업도 취업이지만,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한다면, 또 다른 여성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 남편은 남성에게도 육아휴직이 허용된다거나, 칼퇴해서 아이를 돌 볼 수 있는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 이래 저래 생각할게 많아지고, 나 스스로도 내가 일을 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집에 혼자 너무 오래 있으면 이렇게 생각이 많아진다. 이제는 회사를 떠난 지 벌써 3년도 넘어서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요즘 회사에서 MZ세대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전혀 감도 오지 않는다. 자존감은 또다시 바닥을 치고, 세상에서 제일 모자란 사람이 돼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상태인 내가 다시 직장에 돌아갈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이 되는 밤이다. 집에서 이렇게 있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몸을 일으키는 게 참 힘들다.
부모 된 사람들의
가장 큰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함이다.
부모 된 사람들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들의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자식을 봐서라도 내가 나 스스로를 가두는 '생각 지옥'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부모로서 내 아이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행동해야겠다. 취업사이트와 쓸데없는 기사 몇 개로 시간을 보내고 멍하니 휴대폰만 뒤적거리다 벌써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내가 다시 직장에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