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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까치 Apr 21. 2021

빛 좋은 경력 보유 여성

내가 다시 직장에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월요일이다.


코로나 시대에도 주 5일 꼬박 학교를 가는 초2 어린이와 재택근무를 좋아하지 않는, 작년 가을 팀장님이 되신 남편, 두 남자가 모두 나간 월요일 아침.


나는 오늘도 휴대폰과 함께 소파에 눕는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3시간 정도의 자유가 생겼지만 주말 내 밀린 청소, 빨래는 전혀 하고 싶지 않고, 애만 겨우 먹인 아침식사 그릇은 그대로 거실 식탁에 널브러져 있다. 게을러터진 내 모습이 이제는 별로 낯설지도 않다. 올 1월부로 2년간의 육아휴직을 퇴사로 마무리한 나란 여자. 그렇게 돌아가고 싶은 회사도 아니었는데, 아이랑 지지고 볶으며 찌들어있어도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2년을 버텼는데, 막상 퇴직금을 받고 집에서 멍하니 있다 보니, 뭘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막 든다.



우울증?

집에서 살림하고 아이  키우는 그런 주변 엄마들도 많던데. 나는    팔자를 내가 꼬고 있는 것일까? 다시 일을 알아봐야 하나? 뭐라도 배워볼까? 워킹맘과 전업맘 어느 쪽에도 적응을  못하고, 갈팡질팡 고민만   며칠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작년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덕분에 아이와 온종일 붙어있었는데, 올해는   집에  혼자 있으려니 뭔가 서글프다. 이런 비참한 기분.. 나만 느끼는 걸까?





빛 좋은 경력 보유 여성

첫 회사부터 마지막 회사까지 몇 번의 이직을 했었는데 내 주제에 과분한 회사(대기업, 공사 위주)만 다녀서 지금 다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도 많고, 경력은 애매하고, 오후 12시면 땡 하고 집에 돌아오는 초등학생 아이도 있고, 외벌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너무나도 바쁘신 남편도 있고..


당장 취업도 취업이지만,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한다면, 또 다른 여성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 남편은 남성에게도 육아휴직이 허용된다거나, 칼퇴해서 아이를 돌 볼 수 있는 회사에 다니지 않는다. 이래 저래 생각할게 많아지고, 나 스스로도 내가 일을 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집에 혼자 너무 오래 있으면 이렇게 생각이 많아진다. 이제는 회사를 떠난 지 벌써 3년도 넘어서 내가 뭘 잘할 수 있는지, 요즘 회사에서 MZ세대들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전혀 감도 오지 않는다. 자존감은 또다시 바닥을 치고, 세상에서 제일 모자란 사람이 돼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상태인 내가 다시 직장에 돌아갈 수 있을까?

오늘도 고민이 되는 밤이다. 집에서 이렇게 있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몸을 일으키는 게 참 힘들다.


부모 된 사람들의
가장 큰 어리석음은
자식을 자랑거리로
만들고자 함이다.

부모 된 사람들의
가장 큰 지혜로움은
자신들의 삶이
자식들의 자랑거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자식을 봐서라도 내가 나 스스로를 가두는 '생각 지옥'에서 빠져나오고 싶다. 부모로서 내 아이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행동해야겠다. 취업사이트와 쓸데없는 기사 몇 개로 시간을 보내고 멍하니 휴대폰만 뒤적거리다 벌써 아이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내가 다시 직장에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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