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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쯔앙 Feb 12. 2019

방산시장에서 셀프 인테리어를 꿈꾸다

오래된 새 집 만들기 프로젝트 #1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에 앞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비용이었다. 업체에 맡긴다면 결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고 마음의 안정을 누릴 수 있겠으나 제 값을 다 주고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그렇다고 셀프 인테리어를 하자니 해 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인테리어 공사는 처음이라 두려움은 컸지만, 확실한 비용 절감이 가능한 셀프 인테리어 옵션이 눈 앞에 아른거렸다. 결정은 못하고 답 없는 시간만 흘러갔다. 결국 동네 인테리어 업체에서도 견적을 받고, 발품 팔아 셀프 인테리어도 알아보고 비교하기로 결정했다.


셀프 인테리어란?

셀프 인테리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두 팔 걷어붙여 집의 A to Z 모든 걸 손수 고쳐나가는 DIY부터 반턴키까지 셀프 인테리어라고 칭한다. 평소 셀프 인테리어에 관심도 많았고, 하나씩 쿵짝쿵짝하는 건 엄청 의미 있는 일임이 분명하지만 내 손으로 올수리를 한 다는 것은 딱 봐도 어려운 사이즈였다. 이럴 때 주로 선택하는 옵션이 반턴키다. '턴키'란 디자인, 설계, 발주, 시공업체 섭외 등 전 과정을 업체에서 맡아서 하는 방식을 말한다. 즉, 공사의 처음과 끝을 모두 업체가 알아서 해주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반턴키'는 다양한 공정 중 일부를 직접 하는 것으로, 각각의 시공업체를 컨텍해 공사를 끝내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반턴키는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라면 꿈도 꾸지 말라는 블로거의 조언도 있었지만,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셀프 인테리어를 검색해서 알게 된 몇몇 선구자들이 하나같이 가리켰던 성지, 을지로에 있는 방산시장으로 무작정 가기로 결심했다.


공사 전 모습. 세탁실의 곰팡이는 혀를 내 두를 정도였으며, 깨져있는 변기는 물도 잘 내려가지 않았다. 문은 하나같이 맞지 않았다.


무턱대고 찾아간 방산시장

을지로 4가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타일과, 합판, 문, 도기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계획 없이 갔기 때문에, 무엇부터 알아봐야 할지 막막했다. 한참을 걷다 직원이 없는 매장을 발견했다. 벽에 방문을 즐비하게 걸어놓은 큰 상사였다. 말 걸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가게에 들어갔지만 몇 분을 서성이자 더 이상 할 게 없었다. 때마침 사무실에 있는 여사장님과 눈이 마주쳤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앞에 보이는 문 하나를 가리키고 대뜸 가격을 물어봤다. 답변을 기대했지만, 엄청난 추가 질문이 되돌아왔다. 주문 수량이 얼마나 될지, 방문인지, 화장실 문인지?, 문선은 높일지 말지? 아무 생각 없이 갔기 때문에 어느 하나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처음으로 받은 견적서

셀프 인테리어를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몰라 무턱대고 시장조사를 나왔다며 슬쩍 우는소리를 했더니, 잠시 사무실에 들어가자 하셨다. 집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공사는 언제까지 끝나야 하는지, 면적이 얼마나 되나 묻더니 자리에서 쓱싹쓱싹 견적서를 써주셨다. 요즘 이런 식으로 셀프 인테리어를 많이 한단다. 목수 반장님과 상의해야 할 굵직한 항목이 비어 있었지만, 처음 받은 견적서를 통해 이런 것들이 필요하구나 라고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공사를 마치고 돌이켜 보니 문과 관련된 견적이 상당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 종이 한 장을 손에 쥐니 당장이라도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멋진 집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원*인테리어 견적서

샘솟는 자신감에 방산시장 투어를 계속 이어나갔다. 가장 먼저 떠오른 벽지! 다른 자제보다 쉽게 뭔가를 결정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전 벽지를 잘 골라준다는 업체 포스팅을 본 기억을 떠올려 원*인테리어라는 곳을 찾아갔다. 가게에 들어서니 한 팀 정도 상담을 받고 있었다. 도배를 알아보고 있다며 말 문을 열었는데, 맨땅에 헤딩하는 내 수준이 고스란히 보였을까? 벽지 종류나 평수를 묻는 기본적인 질문도 없었다. 대뜸 보여주는 메뉴판 같은 예상 견적 표를 주고 끝이었다. 샘플이나 이런 건 없냐고 물으니 그제야 샘플 책자 한 권을 가져다주었다. 많은 블로그에서 칭찬했던 디테일한 설명과 친절함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몇 가지 질문을 던지자 일단 계약금을 걸어야 상담을 해주고 팁을 줄 수 있다는 식이다. 물론 네이버에 그 정도 리뷰가 올라오면 상담만 하는 것도 벅차겠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이론을 바탕으로 얼마나 그럴싸하게 스타일링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나왔다. 기분이 몹시 상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마음을 달래고 향한 곳은 배우 차인표가 꽤 오랜 시간 광고모델이었던 영*도어였다. 셀프 인테리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라며, 천천히 공부해보라고 브로셔도 몇 권 주신 사장님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미 인터넷으로 알아본 싱크대 브로셔라 사실 별 필요는 없었지만 고마운 마음에 집까지 들고 왔다. 몰딩이 없고 깔끔한 ABS도어는 10만 원 대 초반으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문짝 비용에 앞서 먼저 결정해야 할 사항은 문틀까지도 교체할지였고, 이 작업은 목수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친절한 사장님을 만난 김에, 좀 전에 쓴맛을 맛본 벽지 가게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잘 모르시는 표정이었다. 쭉 내려가면 벽지 집이 많다고 이야기하다 말고 갑자기 휴대폰을 드셨다.

"사장님, 사장님이 다닌 벽지 집이 어디지? 어어.. 고마워요."

장*벽지 도배 견적서

전화를 끊자마자 길 건너 장*벽지를 향해 손가락을 뻗으셨다. 가서 조**사장님 소개로 왔다고 하라며 명함에 이름 석자를 써주셨다. 명함을 받아 들고 곧바로 장*벽지로 향했다. 장*벽지 사장님은 어떤 색을 원하는지, 선호하는 브랜드는 있는지, 합지, 실크벽지도 한 번 훑어 보여줬고 강마루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벽지는 실크벽지의 색이나 질감을 위주로 설명해주셨고, 강마루는 저가 브랜드도 가성비 좋으니 한 번 고려해보라고 권하셨다. 셀프 인테리어를 한다는 말에 전체적인 공정도 종이 한 장에 정리해주셨다. 물론 개략적인 순서는 검색을 통해서도 충분히 찾을 수 있었지만, 한 줄씩 설명하는 그 성의가 고마웠다. 벽지는 가장 마지막에 들어가니, 그 전 단계를 할 업체도 알아보라 했다. 그래서 한 번 더 지인 찬스를 이용해봤다.

"혹시 괜찮은 업체 아실까요?"

"음.. 타일은 요 옆에 영*타일도 괜찮다고 하고, 목공사는 음... 조**목수님이라고 방금 전에 오신 분이 계시는데~"

"어?! 저 이분 소개받고 여기 왔어요."

공교롭게도 영*도어 명함에 적혀있는 이름을 듣게 되었다. 어차피 아는 시공자는 없었고 친절한 두 사장님이 알려준 조**사장님에 대한 신뢰가 쌓였다. 그리고 그분의 전화번호를 얻었다.

영*타일에서 고른 타일

장*벽지 사장님's pick인 영*타일을 마지막으로 들렀다. 인사를 하고 들어가 무턱대고 이 타일, 저 타일 가리키며 가격을 묻는 날 그냥 귀엽게(?) 봐주셨는지 질문을 잘 받아주셨다. 화장실은 머릿속에 비앙코카카라에 골드 수전이라는 큰 컨셉을 잡았던 지라 어렵지 않게 고를 줄 알았다. 그렇지만 비앙코 카카라 타일만 해도 한 20가지는 된 것 같았다. 발코니, 부엌, 현관을 포함해 견적을 받았다. 욕조를 둘지, 샤워 파티션을 선택할지에 대한 비용 차이는 크게 없어 견적을 낼 때에는 특정하지 않았다.

"너무 비싼 자제만 선택 안 하면, 거기서 왔다 갔다 해요."

그런데 마음에 두고 있던 자제는 하나같이 비싼 아이들이었다. 화장실 바닥에 하면 좋겠다 싶었던 육각 타일은 사각 타일보다 비쌌고, 주방에 붙이려던 항아리 모양의 모자이크 타일은 육각 타일보다 더 비쌌다. 또 꼭 하고 싶었던 금장 수전도 비용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다. 수전의 가격은 둘째였고 너무 노랗다 못해 흑빛이 감도는 색상에 지나치게 고풍스러운 디자인이 대다수였다. 도기나 수전은 고르지도 못한 채, 타일만 몇 가지 골랐는 데에도 시간이 훌쩍 흘렀다.


턴키를 할지, 반턴키를 할지 고민은 계속되었지만, 방산시장 투어의 소득은 있었다. 무엇보다도 셀프 인테리어 비용과 턴키 비용에 대한 비교가 가능해졌다. 또 아무리 발품을 팔아도 신뢰할 만한 시공자를 찾기 어려운데, 목공 사장님의 번호를 땄다. 소개받은 사장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적으로 아는 바는 없지만, 두 업체의 사장님이 소개해 줬다는 사실만으로 큰 안심이 되었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게 아닌가 싶으면서도 셀프 인테리어도 해 낼 수 있을 거라는 좋은 예감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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