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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페이지 Aug 09. 2022

친해지기가 어려운 듯

너는 참 (○○○○○○○○)한 사람이야

친해지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눈다고들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친해져야 하는 것일까.

첫 만남으로부터 267회의 조우, 68회의 식사, 5회 정도 서로 집에 찾아가기 정도면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참으로 개인마다 다르고 애매모호한 경계다.

학창 시절 옆자리 짝꿍보다 다섯 자리 건너 앉은 누군가와 더 친해지기도 하듯 각자의 기준이 다르겠다.

취미의 문제였던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나 스스로는 사람과 친해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누구와 만나도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어서 그걸 넘는데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낯가림이 없으시네요"라는 말을 던진다.

그럴 리가.

누군가를 처음 만나는 일이 한 번 두 번 반복되다 보니 사람을 처음 만나는 일이 익숙해진 것뿐인데.

첫 만남의 머쓱함을 이겨내려고 내 나름 노력한 결과라고 알려주고 싶을 정도다.


대부분의 만남이 이와 같아서 시간이 지나도 관계에 변화가 없다.

그러면 사람들은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저 사람은 친해지기 어려워" 하고.


세상에 나온 지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덕분에 이제는 그런 말에 덤덤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다 다르니까.

아이는 부모가 대상이 아니더라도 애착관계를 맺을 수 있는 하나의 존재가 있다면 안정감을 갖고 자란다고 한다. 성인이라고 다를까. 지금의 내게 안정감을 주는 이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들을 하고 가끔 안부를 묻게 되는 이들과의 관계에 믿음이 생겨서 지금의 나는 괜찮다.


아직도 가끔은 저런 말에 마음속 우물 밑에 가라앉아있는 트라우마 박스가 덜컥 열려버리는 일이 생긴다만.

그렇지 않은 일이 더 잦으니 이 정도는 인간미라고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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