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페이지 Aug 08. 2020

캠핑테이블과 봉골레스파게티

2020. 8. 6. 금 / 234 days


카톡 대화창에서 불금 보내라는 인사를 주고받는걸 보고서야 오늘이 금요일인걸 알았어. 세상에, 일주일은 어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 걸까.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더운 날씨에 휘둘리다 보니 날짜 감각이 무뎌지는 걸까.


주말이 다가와도 엄마의 하루는 변함이 없어. 오늘도 어제처럼 아침에 아빠와 교대하고, 너와 놀다가 잠든 널 확인하고 카카오페이지에서 웹툰과 소설을 읽고 졸려서 같이 자고. 아빠가 일어나면 아침을 먹고 밥 먹는 엄마 아빠를 기다리다 지친 다인이를 달래고.... 아. 오늘은 대형마트에 다녀왔구나.


다인이가 엄마 껌딱지가 된 이래로 아빠가 식사 준비하는 빈도가 높아졌어. 아빠의 요리실력도 일취월장하고 있지. 그래서 마트에서 장 볼 때 아빠가 원해서 사는 식재료도 늘고 있어. 예를 들면 파 한단이라던가, 호주산 스테이크용 고기라던가. 엄마는 고기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먹는 주의였지만 아빠가 집에서 스테이크하우스 버금가는 고기를 내어주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곳에 발을 끊었단다. 다인이와 함께 외식하기 힘들어서 그곳에 가지 못하는 엄마를 위해 아빠가 집에서 고기를 굽기 시작한 건데 그게 제법 괜찮더라고.


식재료를 판매하는 층에 도착하자 우린 습관처럼 채소코너부터 찾았어. 파 한 단, 당근 한 개. 채소 가격이 싸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비가 많이 온 탓인 것 같아. 추석이 지날 때까지 채소 가격은 계속 오를 것 같아 한숨이 살짝 났어. 그리고 바지락과 홍합이 싸서 카트에 싣고 고기도 샀어. 군것질은 하고 싶었지만 조금 참았고, 아빠가 좋아하는 맥주 케그가 특별한 보냉팩에 씌워져 팔리고 있기에 그것도 샀지. 엄마는 상표 찍힌 물건을 좋아하거든.


다인이의 간식을 사는 것도 잊지 않았어. 떡 뻥이 다 떨어져서 세 봉지나 카트에 담았고, 밥 먹다가 투정 부릴 때 들이댈 과일 퓌레도 골랐지. 유모차가 지겨운지 이때쯤 칭얼거리기 시작해서 엄마가 아기띠로 다인이를 안았는데 그치지 않아 살짝 걱정했어.


한번 시작된 칭얼거림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그치지 않았어. 그래서 엄마는 오는 길에 떡 뻥을 여덟 개나 쥐어주어야 했단다. 역대급으로 떡 뻥을 많이 먹은 날이라는 걸 기억해.


떡 뻥을 많이 먹고도 밥은 잘 먹더라. 이유식을 먹여야 하는데 엄마가 깜빡하고 다른 걸 먹여버렸어. 하루쯤은 괜찮겠지 생각하는 엄마였단다, 하하.


저녁은 아빠가 봉골레 스파게티를 만들어주기로 해서 먹으려다가 엄마가 급히 밖에 나갈 일이 생겨 곁들여먹을 빵을 사 오기로 했어. 올해는 프랜차이즈 가게들이 평소보다 굿즈를 많이 만들어낸 여름이었잖아? 엄마가 놓친 게 많아서 아쉬워하며 후기를 읽다가 우연히 투썸플레이스 캠핑 테이블을 발견했는데 이게 마침 우리 동네에 재고가 남아있다고 해서 안 나갈 수가 없는 급한 용무였어. 결과는 성공적. 엄마에겐 캠핑 테이블이 생겼고, 잔고엔 펑크가 났지. 전에 없던 지름신이 찾아온걸 보니 엄마 컨디션이 참 안 좋은 가봐.


다인이와 함께 외출을 했는데 빵집까지만 해도 눈을 또랑또랑 뜨고 있더구먼 집에 도착할 때는 잠들어버려서 엄만 감동했어. 엘리베이터 소리에 깰까 현관문 소리에 깰까 조심스러웠지만 한잠이 들었더구나. 엄마가 들어오는 소리에 아빠가 "다녀왔..."냐고 큰소리로 인사를 하려다 엄마의 제지에 입을 쏙 밀어 넣었어. 방에 들어가 널 눕히고 나오자 아빤 준비해둔 스파게티의 마지막 순서를 마무리하고 금방 빵과 함께 멋진 식탁을 꾸려냈지. 멋진 저녁식사였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다인이가 깨지 않았거든.


걷기 시작한 후로 다인이의 새로운 변화가 없어 엄마가 요즘 일기를 쓰고 있구나. 후후. 너의 이야기가 좀 더 많아지도록 내일은 좀 더 분발해봐.

매거진의 이전글 집샌물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