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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페이지 Aug 10. 2020

두 번째 친구

2020. 8. 9. 일 / 236 days

이사가 11일 앞으로 다가왔어. 엄마가 아빠와 함께 한 세 번째 집이자 다인이가 태어난 첫 번째 집인 이 곳은 이제 안녕이야. 이사에 대한 이야기는 당일이 되면 할 말이 많을 테니 그때 하기로 하자.


작년 11월 4일에 이사 올 때는 다인이가 엄마 뱃속에 있었는데 벌써 7개월이 되다니.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에 꽃이 피나 싶더니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가 비가 엄청 내리 입추가 지나버리는 시간 동안 다인이는 엄청 자랐어. 전 세계를 판데믹에 빠뜨린 코로나 19 감염병 때문에 외출을 많이 못해서 그런지 이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아.


백일이 지나면 문화센터도 가고 조리원 동기들과 친목도 다진다는데 그런 거 하나 없이 키우자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 외할머니가 온라인 백일잔치를 보고 말씀하시더라. "다인이는 이 세상에 엄마랑 아빠밖에 없는 줄 알겠다."라고. 그래서 오늘은 더 특별한 날이 되었어. 다인이의 짧은 인생에 두 번째 친구를 만났거든.


엄마와 아빠의 대학시절 친구인 삼촌네 아들이니까 엄친아인가? 다인이와 나이는 같지만 6개월 먼저 태어나서 그런지 확실히 컸어. 다인이는 이가 두 개밖에 없지만 친구는 이가 일곱 개나 났고 손을 놓고 걸어 다녔으며 진밥을 먹었어. 엄마 아빠에게는 다인이의 성장도 엄청난데 더 큰 아가를 보니까 너무나 신기했어. 지금 잡고 서면 3개월 정도 지나면 걸어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어서 3개월이 지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어. 아장아장 걸어 다닐 너를 상상하니 엄마의 인중이 찌푸려지고 입꼬리가 씰룩거리네.


다인이는 아직 낯가림을 하지 않아서 삼촌한테 덥석 덥석 잘 안겼는데 낯선 아가가 자기 엄마 아빠 품에 안기는 모습을 본 친구는 앵앵 소리를 내며 엄마 아빠에게 손을 뻗고 발을 동동 굴렀어. 삼촌이 웃으며 아가가 질투한다고 일러주더라. 신기했어. 아빤 은근히 다인이가 질투하기를 바라는 눈치였는데 우리 다인이는 그런 기색은 1도 보이지 않더라. 친구만큼 자라면 질투를 하려나?


엄마 아빠와 삼촌네가 밥을 다 먹고 아가들도 맘마를 먹고 나니 친구가 우리 집에 좀 익숙해진 눈치였어. 엄마한테 웃으며 와서 안아달라고 청하기까지 하는 거야. 10kg 이랬던가? 얼마 차이가 안나는 것 같았지만 묵직했어. 배시시 웃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오오오오하는 소리를 내다가 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우리 다인이도 곧 저럴까? 저렇게 감정표현을 풍부하게 하게 될까? 하고 생각했어.


다인이는 친구가 머무는 내내 친구를 유심히 쳐다보았어. 요즘 우리 아가는 관찰하는 시기인가 봐. 엄마 아빠 말고 다른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유심히 뚫어져라  쳐다보더라고. 며칠 전에 다녀간 혜정이 이모도 부담스럽다고 웃을 정도로 쳐다보더니 친구도 그렇게 쳐다보는 거 있지. 친구는 걸을 수 있으니까 먼저 다인이한테 와서 격한 손짓으로 쓰담쓰담을 시도했는데 이에 응수해 다인이가 팔을 뻗자 흠칫하며 몸을 뒤로 빼더라고. 아주 느리게 손을 뻗었는데 놀랐던 걸까? 그 모습을 본 삼촌네는 친구보고 겁이 많다고 놀렸어. 그런 모습 하나하나가 다 귀엽더라. 좀 더 자주 만나서 친해지면 서로 놀라지 않고 편하게 어울리게 되겠지?


결혼하고 아이를 갖고 나니 만나기도 쉽지 않지만 만나도 하는 이야기가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어. 이때쯤이면 어떤지, 우리 아이는 이런데 친구는 어떤지. 6개월의 차이 덕분에 엄마 아빠는 오늘도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되었어. 친구들이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 아이들의 나이 때가 비슷한 건 좋은 것 같아. 이삼 년 더 키워서 다 함께 프라이빗 풀이 딸린 펜션이 놀러 가자는 이야기가 꼭 실햔되면 좋겠어. 그 떼까지 자주 만나서 친해질 수 있도록 하자.


친구의 걸어 다니는 모습은 다인이에게 자극이 된 걸까? 벽을 잡고 걷는데 집중하던 다인이었는데 저녁이 되자 벽에 붙어서 한쪽 팔을 떼고 바닥을 가리키는 동작을 했어. 내려오고 싶다는 뜻인 것 같아 손을 잡고 바닥에 앉혀줬는데 그게 아니었는지 냉큼 돌아서서 벽으로 기어가 다시 암벽 등반하듯 잡고 올라서더라마는. 그래도 엄만 네 모습에서 약간의 도약을 본 것 같아. 다른 아가들을 많이 만나면 좋을 텐데. 우리 지역은 코로나 19 전염병 소식이 잦아들었으니까 이사 가면 문화센터도 가고 친구들도 더 자주 만나서 폭풍성장 하자. 친구가 더 많아져도 너의 두 번째 친구를 소중히 하는 거 잊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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