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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이 Nov 03. 2021

정말 이 환장할 엄마 노릇

지난주는 학부모 상담 주간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하지 않고 전화로 상담 했다. 세 명의 초등학생 선생님으로부터 연달아 삼일 동안 전화를 받았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내 목에 가시처럼 걸린 것은 집에서도 학습을 좀 시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학습에 대한 무신경과 무관심으로 일관했던 난 얼굴이 화끈거렸다. 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선생님들께 아이가 네 명이라는 것을 인지 시키며 내가 이 아이 한 명에게 매달릴 수 없음을 변명했다는 것이다. 끊고 나면 마음이 뒤숭숭하고 나 자신이 미워졌는데 그다음 날 또 다른 아이의 담임에게 또 그렇게 말하고 있는 내가 꼴 보기 싫었다.


작년 코로나 상황 속에서 아이들 건강하게 먹이고 입히며 키우는 것만으로 감사하게 여기며 그 터널을 빠져나왔다. 겨우 한 숨 돌리며 내 삶도 좀 들여다볼까 하는데  이제는 아이들 학습에 아무 관심도 없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저녁 시간,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먹고살기 위한 일들에 치여 녹초가 될 즈음 딸아이가 내미는 수학 문제는 눈에도 안 들어오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 난 정말 사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슨 공부를 하는지, 그 공부를 잘하고 있는지 정말 너무 몰랐다. 학창 시절 때 그렇게 수학을 싫어하고 공부도 안 했는데 이제와 딸아이에게 억지로 시키고 싶은 마음도 없고 말이다. 내가 시키기 어려우니 지난 달부터 딸아이가 수학 공부방에 다니기 시작했다.


숙제도 있고 피아노 학원까지 다녀야 니 많이 피곤하고 힘들어했다. 며칠 동안 신경질이 잦아진 딸내미 비위를 맞춰가며 마음에서 늘 도사리는 화를 겨우 겨우 달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딸은 내 신경을 건드렸다. 오늘따라 막둥이까지 아침부터 징징거려서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였다.

"공부방 다니니까 피아노 학원이라도 끊어줘. 진짜 힘들어. 엄마가 내 마음을 알기나 해?"

화를 누르며 겨우 듣고 있다가 결국 버럭하고 말았다.

"야 너 공부방도 피아노도 다 다니지 마. 이렇게 맨날 엄마한테 신경질 내고 아주 상전 모시듯 하려니까 엄마도 힘들어 정말!!!!"

"알았어. 나 오늘부터 아무 데도 안 다닐 거니까 다시 가라고 절대 하지 마!!!"


우리의 대화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말았다. 속에서는 '에이 진짜 아무 데도 안 가고 오늘 집으로 오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딸아이는 씩씩거리며 가방을 메고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대로 보내면 정말 모든 게 끝일 것 같아 한 마디 던졌다.

"야 너 나중에 공부 더 어려워지면 엄마 원망하지 마. 엄마는 너 지금 도와주려는 건데 네가 거부한 거야."

속으로는 벌벌 떨면서도 더 당찬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말도 안 하던 딸이 집 문을 열면서

"나도 힘들어서 그런 건데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학원 갈 거야 가."

딸이 나가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에잇 정말 엄마 노릇이 쉽지가 않다. 어릴 때는 어릴 때 대로 또 이만큼 크니 공부 문제도 있고.... 우리 집엔 각 생애주기가 다른 아이들이 네 명이나 있으니 각자가 원하는 욕구와 관심도 다르고. 다 내려놓고 살면 마음이 좀 편하긴 한데 어디까지 내려놓아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정말 쉽지가 않다.


이렇게 정신이 복잡할 땐 운동이 최고다. 정말 오랜만에 동네 체육관으로 달려가 땀을 쫙 빼고 와서 샤워를 마치니 정신이 좀 난다. 살아볼수록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오늘도 비뚤어지려는 날 구슬리으고 또 아이들 마음도 잘 구슬려 잘 지내봐야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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