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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이 Oct 13. 2021

유독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이

우리의 애착형성 괜찮은 걸까?

넷째가 생기고 입덧이 너무 심했다. 다니던 직장에 휴직원을 냈다. 달콤한 휴식도 잠시 밀려오는 입덧의 고통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시간이 흘러 16주쯤 되자 거짓말처럼 입덧이 사라졌다.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그동안 듣고 싶었던 강연을 듣는 일이었다. 관심을 가지자 수많은 기회가 쏟아졌다. 지금 내 앞에 닥친 육아 관련 강연들이 제일 먼저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런저런 육아 강연을 많이 들으러 다녔다.  


강연장에서 많은 엄마들을 만났다. 아이 양육하면서 울고 웃는 사람이 비단 나뿐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와 아이 사이의 모든 문제는 ‘관계’에서 시작된다. 오늘 아침에도 등원 준비하는 동안 여섯 살 둘째 아이의 등을 열 대 정도는 세게 가격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예전 같았으면 때리고도 남았다. 이제 나는 배운 엄마니까 겨우겨우 도 닦는 심정으로 참았다.  



“민혁아, 엄마가 옷 입으라고 몇 번 말하니?”


“민혁아, 밥 먹다 말고 또 어디 가니?”


“민혁아, 왜 자꾸 동생 장난감을 뺏어서 아침부터 동생을 울리니?”



아침부터 ‘민혁아, 민혁아’가 여기저기 공기 중에 날아다닌다. 비교하면 안 되지만 첫째와 셋째는 엄마 말도 잘 듣고 손도 덜 가는 편이다. 유독 가운데 낀 둘째 아이가 가장 힘든 아이가 되고 말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우리 관계는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우리 둘 사이의 애착 형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고민을 거듭했다.  


둘째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민혁이 11개월 되던 즈음, 아직 한참 모유를 먹고 있을 때 셋째가 생겼다. 동생이 생기면서 잘 먹고 있던 모유는 강제 중단되고 분유를 먹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생이 태어났다. 온갖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던 둘째의 사랑이 셋째에게 옮겨갔다. 위로는 야무지고 앙칼진 누나에 밑으로는 애어른 같은 철이 꽉 든 동생까지. 둘째는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불리고 가장 많이 손이 가는 아이다.

둘째는 엄마 아빠에게 관심받기 위해 점점 더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을까?

심리학 용어인 ‘애착’이란 부모와 특별한 사회적 인물과 형성하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를 말한다. 애착 형성에서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아이 돌보기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고 아이 요구에 신속하게 반응해야 한다. 아이가 울면 왜 우는지 알아내 보살피거나 먹을 것을 주거나 재워야 한다.  

모든 엄마들이 이 사실을 머리로는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받은 애착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만약 어릴 때 부모 특히 엄마와 사이가 별로 안 좋았던 사람은 분명 ‘나는 절대 아이들에게 엄마처럼 하지는 말아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엄마가 했던 것처럼 똑같이 아이를 대하고 있는 본인 모습에 화들짝 놀라기도 한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어린 시절, 늘 부모의 사랑을 의심했다. 학교 갔다 집에 오면 엄마가 집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새벽부터 밤까지 논으로 밭으로 일만 하러 다니신 부모님은 자식들 크는 것에 관심이 없어 보였다. 어릴 때부터 나는 혼자서도 잘하는, 잘해야만 하는 아이가 되었다.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니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무관심했던 부모처럼 나도 아이들 말에 별로 예민하게 반응하지 못했다. 내가 받은 애착이 분명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부모의 무관심한 양육 태도는 내가 아이들을 키울 때 예민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을 만들었다. 특히 가운데 끼어있는 둘째에겐 더 심했다. 아이들의 감정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부모와의 애착 관계는 중요하다. 그것은 대를 이어 계속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닮고 싶지 않은 부모 모습이 대를 이어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아야만 하는 것일까? 분명 바꿀 수 있고 부모는 하루하루 배우고 성장하며 아이와 함께 커나가야 한다.

아이를 돌볼 때는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이게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안다. 엄마도 감정을 가진 사람인데 어찌 한결같은 수 있을까? 하지만 만약 엄마가 기분에 따라 화내고 무시하고 내 말에 반응도 안 보이다 기분 좋을 때는 과도한 관심을 보인다면 아이들은 혼란스럽다. 아무리 어려워도 일관된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양한 애정표현도 좋다. ‘에이 내가 사랑한다는 것을 꼭 말로 해야 알아요? 제가 아이를 위해 밥하고 빨래하고 이렇게 희생하는데 알아서 느끼겠지요.’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아니다. 아이들은 모른다. 겉으로 표현되지 않은 마음을 알아줄 만큼 자라지 않았다.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냐고요?’ 내 대답은 ‘당연하지요.’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자. 아플 정도로 꼭 안아주고 엄마가 너를 이 정도로 많이 사랑한다고 사랑을 느끼게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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