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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강원 Jan 16. 2024

공연 보려고 쓰는 프리뷰-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리뷰 시리즈는 공연 감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작성하는 시리즈로 공연 당일 프로그램북을 구입하기 전에 온전히 ‘나’를 위해 작성하게 됐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서 날아온 오케스트라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찾는다. 이틀간 대구콘서트하우스(17일)와 롯데콘서트홀(18일)을 방문하여 드보르자크의 전설, 첼로 협주곡,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사진=인아츠프로덕션)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FOK)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1934년에 창단되었으며 현재까지 FOK로 잘 알려져 있다. FOK는 Flim-Opera-Koncert의 약어로 설립 당시의 활동 분야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1930년대에는 대부분의 체코 영화 음악을 녹음하였다. 1952년부터는 프라하의 시립교향악단으로 지금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 관객에겐 KBS교향악단의 음악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는 피에타리 잉키넨이 2015-2020 시즌 상반기까지 상임 지휘자로 활약한 바 있다.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사진=https://www.fok.cz/cs)


토마시 브라우너 

2020년 가을 시즌부터는 토마시 브라우너가 상임 지휘를 맡고 있다. 이번 2024년 내한 공연에서도 그가 포디엄에 오른다. 그는 프라하 태생으로 플젠 필하모닉(2013-2018), 보후슬라프 마르티누 필하모닉(2018-2021) 상임지휘를 거쳤고, 프라하 심포니오케스트라와는 드보르자크 <슬라브 무곡>을 녹음한 바 있다. 이 앨범은 곡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잘 살려내면서도 적절한 뉘앙스로 디테일을 살려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렇듯 커리어의 대부분을 체코에서 지낸 만큼 그들의 문화권 속에 녹아 내려진 슬라브의 숨결을 잘 나타낼 수 있으리라 보인다.


토마시 브라우너(사진=https://www.fok.cz/cs)





드보르자크 전설 op. 59 중 1번 

10개의 소품곡으로 구성된 이 곡은 교향곡 6번을 완성할 무렵인 1880년 10월 14일 출판업자 심록(Simrock)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처음 등장하였다. 이 편지에 따르면 포핸즈를 위한 피아노 곡으로 구상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이후 본격적으로 곡 작업을 하게 된 시기는 1881년 2월부터 3월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은 1882년 프라하 음악원에서 1, 3, 4번을, 같은 해에 빈 필 하모닉 공연에서 2, 5, 6번을 연주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영국 음악학자 Gerald Abraham에 따르면 이 작품은 에르벤의 시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번에 연주될 첫 번째 곡의 주요 주제는 ‘딸의 저주(The Daughter's Curse)’ 도입부 라인과 거의 중첩되어 있다고 한다. 



Why are you so lost in thinking, Daughter mine?
Why are you so lost in thinking?
You who were so fond of laughing And whose face was always glad!”




https://youtu.be/hbQX6t5Ya3k?feature=shared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문태국 협연

미국 생활의 마지막 해인 1894년에 이 작품이 쓰였다. 드보르자크는 첼로를 솔로 악기로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위에서는 징징거리고, 아래에서 투덜거린다.”라고 불평했다고 한다. 


1894년 3월 9일 뉴욕에서 열린 미국 작곡가이자 첼리스트인 빅터 허버트의 첼로 협주곡 2번 초연을 듣고 생각이 달라졌다. 이 공연에서 허버트가 협연자로 나서 솔로 부분을 직접 연주하였으며, 허버트는 이 첼로 협주곡을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에서 영감을 받아 E단조를 선택하였다고 전했다. 


드보르자크는 이 곡을 듣곤 “세 개의 트롬본이 연주되는 무브먼트에서 첼로의 소리가 눌러지지 않고, 명확하게 음이 연주되었다.“라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이 곡을 다시 감상하기도 했고 나중에는 작품 연구를 위해 작곡가에게서 악보를 빌리기도 했다. 


이렇듯 첼로에 대한 매력을 허버트의 협주곡에서 발견한 형태였으나, 실제 곡에서 풍겨내는 형태는 뉴욕 생활 중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 마음이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여름철 휴양지로 자주 찾았던 프라하 인근 지역에 위치한 비소카(Vysoka)를 그리워하기도 했고, 그가 어린 시절에 사랑했던 조세피나 쿠니코바(Josefina Kounicová)에 대한 추억과 애도의 마음을 함께 그려내기도 했다. 


특히 드보르자크는 조세피나와의 추억을 그리기 위한 코드를 2악장에 숨겨놓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Leave me alone를 인용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가운데 드보르자크가 보헤미아로 돌아간 직후 조세피나는 세상을 떠나버렸고, 애도하는 마음을 담아 3악장의 끝자락에서 이를 확장하여 다시 인용하게 됐다. 


명실상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첼리스트의 문태국의 협연으로 이 곡을 감상해 볼 수 있다. 2011년 수원시향과의 협연 이후 계속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발전시키고 있는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던 곡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퀄리티를 충분히 보장받으면서 곡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https://youtu.be/nJSlmoXpzfM?feature=shared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관객들 사이에서는 ‘또보르작’이라는 말이 나돌 만큼 자주 연주되는 곡 중에 하나이다. 그만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고 그래서 친숙한 곡이기도 하다. 곡에서 풍겨지는 형태는 체코 음악의 '홍보대사'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동시에 미국 생활 하는 가운데 받았던 인상이 함께 느껴지고 있다.  


특히 드보르자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음악의 특징적인 요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론을 증명하려 했다.  


교향곡 작업에 착수하기 전 여러 차례 만났던 가수 해리 벌리(Harry T. Burleigh) 등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민속 음악을 통해 발전된 유럽의 사례를 보고 미국 국립 음악 학교를 설립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보르자크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의 흑인 선율에서 음악 학파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발견한다.“라는 취지로 자주 말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교향곡 9번에서는 5음계와 싱커페이션 리듬의 사용이 특징이 된다. 


교향곡 9번에 알려진 여러 일화들도 많이 있지만, 이방인의 눈에 바라보게 된 토속적인 미국 음악은 어떤 느낌으로 다가 왔을지 포커스를 맞추어 곡을 감상하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 


https://youtu.be/PtY0ujNuAcc?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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