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5번보다 설득력이 있었던 영웅의 생애
넬손스의 영웅의 생애는 말러 교향곡 5번보다는 설득력이 있는 연주였다. 1부 <영웅>에선 음형을 분명하게 하지 않는 프레이즈가 있어 영웅의 모습이 상대적으로 흐려질 때가 있긴 했지만,
2부 <영웅의 적들>에선 목관악기를 통해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연주를 효과적으로 해내었기 때문에 뒷말하는 사람들의 형상을 잘 표현하면서 해학적인 면을 부각시킬 때가 있었다.
또한 4부 <전장의 영웅>을 연주할 때 전장 상황을 본격적으로 그려내기 직전, 춤을 추듯이 음형을 그려나가면서 잠깐이지만 음악속에 안무가 이어져 굉장히 독특했다. 곧이어 나오는 전장의 상황에서는 폭력이 난무하는 투쟁이 아닌 혼돈의 흐름으로 곡을 해석하였고, 이 과정에서 점차 선명해지는 음형의 빌드업 또한 인상적이었다.
5부 <영웅의 업적>에서는 약 5초간의 휴지 시간을 가진 뒤 바그너 튜바로 기나긴 저음을 내고, 목관악기로 레이어를 쌓아나갔던 부분도 풍성하게 곡을 감상하는 포인트 구간이 되기도 했다.
넬손스의 입체적인 지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반주를 할 때부터 계속해서 표현되는 편이었는데, 연주가 튀어 오르는 덕분에 곡에 생기가 돌 때도 있었지만 정돈된 음색을 표현하기엔 스타일이 딱 들어맞지는 않았다.
한편 조성진 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밝은 음색을 기반으로 진폭을 짧게 가져가는 편이었는데, 음악으로 만들어낸 캐릭터를 꾀가 많은 인상으로 그려내 나 혼자 느끼기로 조금은 독특한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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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안드리스 넬손스
-프로그램:
1.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
2. R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