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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만언니 Sep 18. 2023

[월말김어준] 드랙퀸 ‘모어’ 모지민을 만나다.

조선의 빌리엘리엇 모어가 받은 사랑 그리고 모어가 말하는 사랑

지난 5월 월말 김어준에 소개된 (좌) 모어 모지민을 만났다. 월말을 들으며 모어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한 건 단순히 그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서였다. 물론 지난해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모어’와 그의 저서 ‘털 난 물고기 모어’를 봐도 되지만. 늘 우리 인생에 중요한 감정 ‘왠지’ 또는 ‘왠지 모르는’이라는 이끌림 만으로 모어를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혹여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아직까지 ‘구태여 고집스레 필요이상으로 지금까지 쭈욱’ 월말을 청취하지 않는 분들을 위해 지난 5월 ‘정체성공연’에 나온 모어가 뭐 하는 친구인지 아래 웹 자보로 대신 설명드리겠다.

인터뷰요청을 위해 그에게 나는 먼저 장문의 인스타 디엠을 보냈다. 이만저만해서 내가 너를 만나고 싶으니 당장 만나 달라. 답장은 의외로 빨리 왔다. 이에 대해 나중에 지민에게 들었는데 인스타 디엠으로도 내가 어지간히 미친놈인 게 티 났다고 한다. 그가 말했다.‘ 이 언니도 보통 미친 사람이 아니구나’ 그렇게 나는 그와 약속을 잡고 그를 만나기 전에 다시 한번 그의 영화와 책 그리고 월말 에피소드를 들었다.


지민이는 그러니까 모어는 태어나면서부터 여태까지 자신이 여성임을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현실에서 지민은 정말 나보다 훨씬 우아하고 여성스럽다) 어려서부터 앉아서 오줌을 싸고 싶었고 인형을 가지고 놀았고 치마를 입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그의 영혼은 그에게 잘 맞지 않는 남자라는 몸을 입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 이를 두고 모어는 그 순간 ‘내가 선택하지 않은 무기징역’이 시작 됐다. 고 한다. 그 후로 그에게 세상은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다. 단지 그가 대다수의 사람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르니까 너는 틀렸다고 말하면서.  


그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춤추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는데 그건 바로 중학교 체육시간에서 국민체조 시간에 예사롭지 않은 그의 춤사위를 본 체육선생님의 한 마디였다. “지민아 너는 무용에 타고났구나. 소질이 있다. 그러니 꼭 그 길을 가라. “ 이 말에 시골 촌부였던 그의 부모님은 앞뒤 재지 않고 그에게 삼십 년 전 당시로서는 꽤 큰돈인 백만 원을 들여 지민에게 발레 복을 사준다.


그 후 지민은 목포 시내에 플래카드를 걸고 한예종에 입학해 서울에 온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는 학교에서 한 학년 높은 선배에게 그는 냅다 얻어맞는다. “ 너 그 여성성 버려 ‘라는 말과 함께, 이 일을 겪고 충격에 빠진 그는 세상의 조롱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이태원의 트랜스바로 찾아간다. 그리고 깨닫는다. 그가 되고 싶었던 건 발레리노가 아니라 발레리나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얼굴에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하이힐을 신고 장장 20년의 세월을 드래그 쇼를 했다. 그의 표현대로 그 시기는 욕창 같던 시절이었다. 허나 그 시기를 견디자. 그에게 뜻밖의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그 계기는 바로 “코로나”였다. 가게가 문을 닫고 공연이 멈추자 그는 무대를 지상으로 옮긴다. 때마침 그의 퍼포먼스가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던 순간이었다. 그 결과 2019년 스톤월 항쟁 50주기 기념 뉴욕 공연 등의 해외무대에서 러브콜이 쏟아진다. 이를 시작으로 세종문화회관, 엘지아트센터 등으로 무대를 전환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뿐인가. 티켓파워도 대단하다. 오는 9월에 엘지아트센터에서 있을 ’ 로미오와 줄리엣‘은 티켓 오픈과 함께 전회 전좌석 매진신화를 기록했다.   

그가 출연한 영화와 책 모두 평단의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뉴욕 파리 런던 국제영화제에 초대받았고 제42회 황금촬영상 제4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제58회 대종상영화제 수상 등의 쾌거를 이뤘다. (참고로 영화는 OTT 서비스가 아니라 VOD로 볼 수 있다) 또 “그녀의 책 털 난 물고기 모어” <은행나무 출판> 도 지난해 이어 올해까지 꾸준한 매출 추이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요즘 코가 높을 대로 높아진 모어는 매체 인터뷰를 잘 안 한다고 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간 너무 애썼다 “는 이유다. 이해된다. 나 역시 삼풍참사 피해자로서 한 동안 인터뷰를 수 없이 했지만 어느 순간 그 모든 게 별 다른 의미가 없더라는 현타가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요하게 그녀를 꼬드겼다. “딴지는 다르다 “ “딴지 독자들은 다르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런 우여곡절 끝에 우린 만났고, 그에게 나는 먼저 짤막하게 내 소개를 하고 영화와 책 전부 다 잘 봤다. 월말 김어준도 인상적이었다. 고 하며 무엇보다 지민 씨가 부모님께 받은 그 압도적인 사랑, 그게 너무 감동이었다. 혹자들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말할 테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만해도 그렇다. 하지만 지민 씨 영화를 보는데라고 말하는 순간

잠깐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방울이 또르르 흘렀다.

그렇다 그것은 눈물이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완벽한 타인 앞에서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정신 차려 보니 술 한잔 하지 않은 맨 정신으로 대낮에 앞에 인터뷰할 사람을 앉혀두고 내가 울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 내 영화 본 사람들이 날 보면 그렇게들 운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 영화 본 사람들은 정말이지 지민이를 실제로 보고 나면 울 수밖에 없다. 아니 울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영화 안에 그가 “이 악물고” 살아온 수많은 날들의 감정이 영화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데 뭐랄까 그냥 여러 복잡한 감정이 든다. 그중 나는 가장 크게 감동했던 부분이 지민이 가족들 그러니까 부모님께 받은 무한하고 압도적인 사랑이었다. 지민의 부모님들은 셋째 아들이 분명 어딘가 조금 특별하다는 걸 혹은 다른 형제들과 약간 다르다는 걸 알았을 텐데 지민의 부모님은 한 번도 그에게 너 왜 그러니 이렇게 해 저렇게 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오롯이 있는 그대로 아이의 존재 차체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이 얘기를 듣고 나뿐만 아니라 월말에서 김어준 총수도 감탄한다. 그러면서 총수가 하는 말이 학벌이나 배움과 관계없이 사람의 크기나 품이 있는 것 같다.라고 한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그 생각을 했다. 백날 전날 성인지 감수성 교육받아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런 거 없이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다. 배워서 흉내 내는 건 한계가 있구나. 사랑 참 값지구나. 어디 안 가는구나.  


모어 스스로도 이야기한다. 아마 가족이 아니었으면 여태 못 버텼을 것 같아. 가족의 그 무한한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까 싶어. 우리 엄마 아버지는 나한테 한 번도 너 왜 그러니 소리를 하신 적이 없어. 세상에 이 얘기를 듣고 내가 그랬다. 지민아 너 정말 조선판 ‘빌리엘리엇’이다. 전라도 무안에서 세종문화회관까지 그렇지?라고 하자 그렇지.라고 그도 그렇다고 했다.  

이제부터 본격 인터뷰 전문을 올린다. 편의상 나는 <산> 지민은 <모>라고 하겠다. 참고로 우리는 서로 반말한다. 짐작하시겠지만 미친 사람은 미친 사람과 있으면 편하다. 우린 만나자마자 서로가 얼마나 미쳐있는지 확인을 했고 그 후 바로 말을 깠다.


<산> 월말 인터뷰는 어땠어?

<모> 재밌었어. 그런데 나는 녹음할 땐 이걸 누가 듣나 했거든? 근데 사람들 많이 듣더라. 깜짝 놀랐어.

<산> 김어준 총수는 어땠어?

<모>  그대로지 뭐. 근데 언니 방송 끝나고 나한테 폰을 달라는 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나랑 셀카를 찍더니 돌려주더라. 나 깜짝 놀랐어. 사진 안 찍을 생각이었거든

<산> ㅋㅋㅋㅋㅋㅋ아마 다들 방송 끝나고 사진 찍자고 하니까 그랬나 봐.

<모> 몰라 ㅋㅋㅋ 근데 뭐 재미있는 시간이었어. 김어준도 은근 똑똑하시고.  

<산> 궁금한 게 있는데 말 그대로 폭력 속에서 살아왔다고 했잖아, 영화에서도 보면 실제 자살시도를 했다고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어를 살게 한 힘은 뭘까? 가족? 그 외에는 없을까?

<모> 가족도 크지. 가족의 영향이 참 크지. 가족도 큰데 나는 어떤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 같은 게 있었어. 내 소원이 그거잖아. 관속에서도 춤을 추며 잠드는 것. 지금도 그렇게 살다 죽고 싶어.

<산> 일단 공연을 한다는 거 힘든 일이잖아. 육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그게 왜 하고 싶어? 왜 그렇게 나가서 춤을 추고 싶어?

<모> 하지 않을 수 없어서 하는 거야. 도저히 하지 않을 수 없어서.

<산> 하긴 모든 예술이 그렇지. 차마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하지. 그런 것들이 작품이 되는 거고. 그걸 또 관객들이 알아봐 주는 거고.

<모>  어 그런 거 같아.  

<산> 영화는 충격적일 정도로 솔직하던데 그걸 본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어?

<모> 월말에서도 말했는데 영화 시사회 때 가족들을 다 초대했거든 영화 끝나자마자 아빠가 나한테 그랬어 ‘ 고맙다 나의 자랑스러운 아들’ 그 얘기 듣고 그날 나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집에 와서 정말 오열했잖아.

<산> 그것도 참 특별하다. 보통의 퀴어 가족들이 다 그렇지는 않잖아.

<모> 그렇지. 모르겠어 나는 내 삶을 사느라고 나를 다른 시각으로 안 보잖아. 그래서 이게 특별한 건지 모르고 살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말하더라고.

<산> 9월 공연 준비는 잘 되고 있어? 티켓은 완판 됐던데.

<모> 어 다들 뒤늦게 물어보는 거야. 표 남은 거 없냐고. 그래서 내가 그랬지. 게으른 너희는 내 공연을 볼 자격이 없다.

<산> 말이 나와서 말인데 딴지 일보는 “아재” 정체성이 좀 있거든, 우리 아재들한테 혹시 공연 볼 때 이런 이런 에티켓은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 있을까? 가령 조는 건 괜찮다 하지만 고개는 떨구지 마라 랄까.

<모> 안돼. 조는 것도 안 돼. 나 되게 공연에 엄격한 편이거든. 공연 왔으면 즐겨야지 왜 졸아? 그것도 돈 내고 들어와서? 그리고 그거 싫어. 쪼리 신고 오고 공연에 집중 안 하고 휴대폰 보고 늘어져 있고 그러는 거. 그럴 거면 내 공연 보지 마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 많다. 차라리 표를 양도해라.

<산> 하긴 강연장에서도 다 보이더라.

<모>  그럼 말이라고

<산>  아니 근데 조는 건 괜찮지 않냐. 나는 조는 건 이해되던데.

<모>  그래 그럼 혹시 졸았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나한테 인사를 했다. 그러면 끝나고 남기로 해. 하이힐로 정수리 한 방씩 맞고 가는 거야. 그러면 될 거 같아.

<산> 풀스윙으로 때릴 거야?

<모>  당연하지.

<산> 나더러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태극기 부대 앞에서 네가 수영복차림으로 춤추는 장면 같아. 또 하필 그때 나오는 노래가 정수라의 대한민국이고 그 모든 부조화들이 조화를 이루는 게 상당히 인상 깊었어. 속으로 그랬지. 대단한 연출이다. 뭐랄까 그리고 그 장면으로 예술의 힘을 느꼈어. 기독교 베이스의 태극기 부대에 보내는 멋진 한 방 같은 느낌에 짜릿함도 있었고.

<모> 그 장면을 생각하면 신이 있다고 생각이 드는 게, 그냥 우리는 그날 광화문에서 촬영을 하기로 했어. 그런데 그날 하필 그 시각 그 장소에 태극기 부대들이 내 뒤로 지나간 거야. 그래서 완벽한 장면이 이루어졌지. 영화 음악은 친구 이랑이 맡았는데 88 올림픽 기념으로 가수 정수라가 부른 ‘대한민국’ 그거 알고 보면 완전 당시 상황과는 다른 이야기였잖아.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 볼수록 정이 드는 산과 들 우리의 마음속에 이상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도시엔 우뚝 솟은 빌딩들 농촌엔 기~름진 논과 밭 저마다 자유로움 속에서 조화를 이뤄가는 곳


사실 먹고살기 힘든 때였잖아. 게다가 살벌한 군부독재. 자유는 무슨 자유야. 그런데 그때 이런 노래가 유행했다는 말이지. 그게 너무 우스꽝스러운 거잖아. 현실과 다른 이야기들. 지금 우리 문제도 그렇지. 동성혼은 고사하고 생활동반자법 차별금지법도 여태 통과 안 됐고,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이라고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


<산> 이런 얘기하면 악플에 시달리지 않아? 괜찮아?

<모> 어, 난 이제 그런 거 신경 안 써. 그냥 악플 달리면, 그래 참 너도 애쓴다. 그러고 말아.

<산> 하긴 나도 그런 생각은 해. 악플 달려면 진짜 귀찮잖아. 로그인도 해야 하고 비밀번호도 알아야 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 줄여야 하고 그거부터가 피곤해. 나도 진짜 댓글 안 달거든. 정말 좋은 기사에는 추천 누르는 게 고작이야.

<모> 어 그 모든 걸 참고한다는 거잖아 그래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해. 나는 그냥.

<산> 끝으로 딴지 독자분들께 더 할 말은 없어?

<모> 일단 관심 가져주시고, 많이 응원해 주셔서 고맙지 뭐, 아 그리고 이 말하고 싶어. 트랜스라고 하면 제발 풍자 아냐고 나한테 그만 좀 물어봤으면 하는 것, 다들 나더러 너도 풍자처럼 유명해져서 돈 벌어라 그러는데 우리는 가는 길이 달라.

<산> 맞네 맞네 풍자는 예능인이고 지민은 예술인이고

<모> 빙고

<산> 요즘 근황은 어때?

<모> 좋지 뭐. 영화 끝나고는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았어. GV 하면서 많은 분들을 만났고, 넘치는 사랑도 받았고, 그 좋아하는 공연도 계속하고 좋아.

<산> 꿈이 있다면?

<모> 내가 하고 싶은 공연 마음껏 원 없이 하는 것. 남들은 로또 맞으면 뭐 하고 뭐 하고 그런 말 하잖아. 난 그 돈 있으면 내 마음대로 공연할 거야. 근사한 공연.


모어 모지민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지민이가 자란 순기능 가정과 내가 자란 역기능 두 개의 가정이 있다. 나와 지민이를 각각의 가정으로 삼신할머니가 보낸다 치면 내가 삼신할머니라도 지민이네 집엔 지민이를 우리 집엔 나를 보내겠다고. 그가 온전한 사랑을 받을 수 있어 너무 다행이었다고. 또 세상의 모든 퀴어들이 지민이처럼 조건 없는 사랑 속에서 자신의 존재 자체를 힘 들이지 않고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앞으로 살면서 만나는 세상의 모든 퀴어에게 나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응원과 지지를 보내야겠다고.


혹여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혹시라도 만에 하나 그럴 일 없겠지만 여전히 호모섹슈얼이 병이라고 생각하는 무지성이 존재한다면  아래 짤을 조심스레 보여드리고 싶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 비정상 드립을 여기다 한다면 지민이처럼, 참 애쓰며 사시는 구나. 하고 넘길까 한다.

그가 아니라 그녀와 인터뷰를 빙자해 우린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활보했는데, 강형욱차럼 입고 나온 내 옆에 예쁜 원피스에 토트백을 들고 높은 구두를 신고 나온 그녀를 길 가던 많은 사람들이 뚫어져라 쳐다봤다는 것이다. 어떤 라이더는 저러다 사고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고개를 돌려 우리를 봤다. 순간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민이는 그저 예쁜 옷을 입고 좋아하는 가방을 든 것뿐인데 왜 이토록 무례하고 지나친 시선 샤워를 받아야 할까 싶아서.


지민을 만나고 돌아와 나는 지민에게 존경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가 한평생 지키려고 하는 아름다움 어떤 혹독한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태도, 예술에 대한 그 순수한 열정. 끝끝내 해내고 만 지독함. 전부 진심으로 존경스러웠다. 그녀를 통해 예술이 삶이 되고 삶이 예술이 된다는 걸 보았다.


힘들고 어렵지만 그 길을 꿋꿋이 걷는 모어 모지민 그녀를 나는 앞으로도 오래 응원할 생각이다.

머찌다 모지민. 브라보. 모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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