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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보고 전에 분위기를 살핀다
분위기? 날씨? 그래도 할 건 해야지!
by
Faust Lucas
Nov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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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보고 전에 분위기를 살핀다
GOP 경계를 끝내고 GP장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해지고 난 후에는 다음 날 해 뜰 때까지는 순찰도 없었고 가끔 오는 분들도 위험한 곳에 있다며 잔소리도 없었다.
한결 편했다. 약간의 감정이 실린 시시콜콜한 잔소리도 안 듣고 너무 편했다.
하루에 딱 두 번의 전화 지휘보고를 제외하고는 상급자로부터 간섭이 없었다. 지적받을 타이밍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침, 저녁 두 번을 빼고는...
GP장 세명이 순서대로 보고를 하였다. 1소대부터 3 소대장 순으로 적 특이사항, GP 내 실시 및 예정사항, 기타 애로 및 건의사항 순이었다. 맨 먼저 하다 보니 중대장님의 기분상태를 알아야 했다.
상황병들이 중대본부에 전화를 해서 중대장님의 심기, 중대 내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파악했다.
뻔한 보고 내용은 미리 정리해 두었으니 한번 쭉 보면 되는 것이고 저 멀리 전화 속 윗분에 대한 것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으시면 질문이 없었다.
반대인 경우가 문제이다. 쏟아지는 질문에 답을 하게 되면 피곤해진다. 그냥 말장난 같은 것이지만 그때는 그렇지 않았다.
짜증 섞인 목소리와 대화를 하는 것은 스트레스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옆에 있는 상황병들은 내 목소리, 메모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도 윗사람 기분이 좋지 않으면 피곤한 상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고가 끝난 후 부소대장과 분대장들을 부르고 지시를 한다. 물론 윗물이 그러니 아랫물도 그럴 것이다.
덧붙여 오늘 인접 GP에 중대장님이 가셨는데 기분이 안 좋으셨던 것 같다. 상황병 브리핑이 매끄럽지 않았고 경례 자세가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내일 우리 GP에 오시는데 준비 잘해라, 점검은 점심 전에 하겠다. ㅇㅇㅇ이를 좋아하시니 근무시간 조정해라,
ㅇㅇㅇ이는 재미있는 개그 준비 잘해 놓고, 내일은 대청소이다.
좀 더 신경 쓰고 라면 끓일 때 계란은 맨 마지막에, 파도 조금...'
본질과 무관한 지시들이 속사포처럼 쏟아진다.
그래도 어떻게 할 수 없다.
보고를 받는 사람의 기분이 중요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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