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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는 타이밍

날씨가 시간에 따라 변한다

by Faust Lucas

보고는 타이밍?


사람에게 마음의 날씨란?


요즘 날씨가 너무 좋다. 덮지도 춥지도 않고 바람은 시원하다.


햇살은 눈부시고 창밖으로 보이는 집 앞 작은 연못은 은빛 출렁거림과 유리알 같은 반짝거림이 오감을 호강시켜준다. 이럴 때는 무슨 말을 들어도 화나 짜증은 날 수가 없다.


날씨가 좋은 날이다. 소위로 갓 임관하고 첫 보직은 GOP 소초장이었다.


마음의 날씨를 살펴야 할 대대장, 중대장님 두 분뿐이었다. 중대장님은 매일, 대대장님은 2~3일에 한번 꼴로 소초를 순찰했고 나름 FM대로 했으니 지적을 받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소초는 매일 지적받고 왕창 깨졌다는니 털렸다는니 하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이럴 때는 바로 우리 소초는 어떤지? 제대로 되고 있는지 확인했다.


소대원들이 숙지해야 할 때는 교육도 했다.


인간의 감정은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사실은 조직 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터득된다. 특히 상급자 감정의 날씨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돌아보니 이런 것을 깨닫는데 그리 많은 노력을 쏟지는 않았다. 그냥 공짜로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항상 이렇게만 대처할 수는 없었다. 바로 인접 소초가 지적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도 바로 대처하기가 곤란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만나지 않는 게 최선책이다.


지프차가 오지 못하는 곳, 도로로부터 가장 먼 곳으로 이동? 전투 이탈을 했다. 괜히 만나봐야 일어날 상황은 뻔하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별 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그 소란을 피우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 아웅다웅 의 종류도 다양했다.


객관적 팩트나 규정, 경계근무 지침서에 근거한 것보다는 순찰자의 감정에 따라 지적의 양이나 강도가 결정되는 듯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니 화가 나 있거나 심기가 편치 않을 때는 피하는 게 최고였다. 비 예보가 있으니 우의를 챙겨라!


수하는 짧고 위엄 있게 해라! 두발과 복장은 깔끔하게! 소초가 지저분하다,


부식 현황이 차이가 난다, 전술도로에 돌이 떨어져 있다, 상황병 브리핑이 마음에 안 든다 등등...


반대로 기분이 좋을 때는 쫌 잘못을 해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무엇 때문인지 잘 이해도 되지 않는 쓸데없는 잔소리는 안 듣는 게 좋은 좋은 것이다.


윗사람을 만나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게 자연스레 넘기는 건 부하로서 최고의 일이다.


하지만 불시에 자기 마음대로 오는 상급부대 순찰자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군 생활 정말 편하게 할 것이다.


GOP 경계를 끝내고 GP장으로 보직이 변경되었다. 해지고 난 후에는 다음 날 해 뜰 때까지는 순찰도 없었고 가끔 오는 분들도 위험한 곳에 있다며 잔소리도 없었다.


한결 편했다.


약간의 감정이 실린 시시콜콜한 잔소리도 안 듣고 너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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