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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추억 3)누구를 데리고 다녀야 가오가 선다?

by Faust Lucas

누구를 데리고 다녀야 가오가 선다?

현장을 방문하는 높은 분들은 그 개인의 특성인지 연출인지 모르지만 다양한 모습의 행동을 한다. 미리 준비된 깨끗한 작업복으로 갈아 입고 어설픈 삽질을 조금 한다.


폐기물, 쓰레기, 오물들을 안내를 받으며 옮기는가 하면 현장 상황만 둘러보고 뭔가를 메모하는 등 각양각색이다.


이런 다양한 행동들도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도 발견된다. 여러 명의 수행원들을 몰고 다니는 것이다. 정확히는 데리고 다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대대장 때 비슷한 기억이 난다. 매주 한 번씩은 탄약고와 무기고를 점검해야 했다. 군부대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대대는 군단 사령부 내에 있었고 전투병력이 가장 많은 우리 대대가 전체적인 관리와 경계 책임을 맡고 있었다.

내부에는 여러 건물이 있었고 개별 탄약, 무기의 관리 책임은 대대단위로 분담되어 있었다. 우리 대대는 이를 중대별로 또 나누어 관리 책임을 주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비상시에 자기들 총과 탄약, 수류탄, 박격포 탄 등을 짧은 시간 내에 혼란 없이 분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실제 행동은 어려웠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내부는 물론 울타리 주변에 불모지대라고 하는 것을 만들고 잡초들도 없애야 했다. 극단적으로 말해 산불 등이 나더라도 탄약고에 불이 붙어 터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철조망 울타리는 언제나 깔끔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잡초는 물론이고 나팔꽃 같은 덩굴식물이 타고 오르면 초병의 시선을 가리지 않게 다 제거해야 했다.

이 외에도 각 건물의 외부 작업뿐만 아니라 내부 작업은 더 많았다. 사격훈련 후 탄피는 하나라도 빠짐없이 정리되어야 한다. 화약이 주성분인 탄약은 습기로부터 차단되어야 했다.


탄은 소대단위, 박스단위로 불출되게 정리가 되어 있어야 했다. 무기고는 평소 사용하지 않는 각종 총, 포 등에 녹이 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수량이야 당연히 장부와 일치해야 할 뿐 아니라 언제든지 기능발휘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닦고 기름칠되어 언제라도 전투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잘 관리되고 있는지를 지휘관들이 최소 주 1회는 점검을 하게 되어 있었다. 주로 한 주를 마감하는 금요일에 부대별로 실시했다. 어떻게 보면 모든 부대가 똑같은 방법으로 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았다.

다음 주 예정사항을 확인한 후 참모들에게 지침 주는 것을 끝낼 때쯤 병기관으로 부터 점검 준비가 되었다고 전화가 왔다. 혼자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얼핏 보아도 20명은 더 되어 보이는 무리들이 앞서 가고 있었다. 맨 앞에 대대장을 선두로 뒤로 녹색 견장을 달고 있는 중대장들, 배도 좀 나온 주임원사, 행정보급관들, 참모들...

기러기떼 같아 보인다. 입구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북젂인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이 출입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기다리기도 해야 하고 절차대로 초병들이 임무수행을 하는지 보면서 울타리 상태도 점검할 겸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병기관이 쫓아 나온다.

'ㅇㅇ부대는 왜 떼로 몰려왔어? 뭔 일 있어?'

'아닙니다. 항상 저럽니다.'

'우리는 어떻게 하고 있니?'

'저번 주에 지시하셨던 거 9건 조치된 것 확인했고 이번 주는 ㅇ주차라 소대장들이 분대장들과 탄약 분배 절차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가시면 훈련, 관리현황을 보고 드릴 겁니다.'

'우리도 저렇게 해 볼까?'

'저렇게 몰려다니는 시간에 자기 할 일 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대대장님 저희가 뭐 잘못했습니까? 알아서 잘하고 있지 않습니까?'

'뭐~ 그렇긴 한데...'

'대대장님 처음 오셨을 때 기존대로 해보라 하셔서 딱 한번 저렇게 하고 바꾸시지 않으셨습니까? 비효율적이라고?'


지난주 지시사항과 조치결과를 보고하며 현장을 안내한다. 추가해서 발견한 미흡사항도 보고를 한다. 탄약고, 무기고를 돌며 임무 브리핑을 받고 몇 가지 지시를 하고 나가려니 그 대대는 아직도 모여있다.

'선배님! 저는 먼저 갑니다.'

'뭐 이리 빨리 가?'

'볼 거 다 봤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나오다 돌아보니 소대장, 분대장들이 따라 나온다.

'대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수고는... 너희가 알아서 잘하니 내가 할 게 없다.'

'저 부대는 저렇게 모여 다닐 시간에 잡초를 뽑던지 먼지를 제거하던지 하지...'

'남 부대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축구나 하자!'

우리 대대는 단체 뜀걸음 후 개인별로 자율 체력단련을 하고, 소대장, 부소대장들과 축구를 하고 있는데 그 대대는 이제야 주간점검을 끝내고 또 무리 지어 막사로 복귀 중이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는 말이 생각났다. '뭉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그것도 때와 장소가 있을 것이다.


몸만 뭉쳐 다닌다고 뭉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마음은 뭉치고 몸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면 될 것이다.

언제인가 한 친구가 한 말이 떠올랐다.

'군인들은 참 특이한 면이 있어. 어딜 가면 꼭 수행원을 데리고 다닌단 말이야! 우리 사무실 있는 관리소장님도 군 출신인데 수도 계량기 검침이나 고지서 돌릴 때도 밑에 사람 한 명씩 꼭 데리고 다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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