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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an 25. 2021

군대 축구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군대 축구는 스포츠가 아니다!  


군대에서 축구란 무엇일까? 전투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제일 싫어하는 이야기가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남자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 중 군대 이야기, 축구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이보다 더 싫어하는 이야기는 군대에서 비 오는 날 축구한 이야기라 한다.

흔히들 군대 축구를 군대스리가라 부르기도 한다. 군복 입은 후 가장 많이 한 스포츠를 말하라면 당연히 축구라 대답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군대스리가에서 뛰기 시작한지도 벌써 경력 30년이 훌쩍 넘었다.  

이러한 경력을 가지다 보니 많은 에피소드, 지역별 리그의 특성들 또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는 선수로 뛰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첫눈에 알아챌 수 있는 것도 많다.

먼저 경기장은 대부분이 맨 흙이며 라인이 불분명해서 경기장 특성에 맞게 로컬 룰을 적용한다. 일부지만 지휘관이 장군인 큰 부대의 경우 천연잔디 연병장도 있다.


선수들 복장은 계절별로 차이는 있지만 여름철에는 디지털 반바지에 상의는 알몸 또는 런닝 팀으로 구분된다. 가장 저렴하면서도 팀이 확실히 구분되는 장점도 있다.

관중은 십중팔구 연병장을 내려 볼 수 있는 사열대에 위치하며 선수보다 숫자가 적은 가운데 경기가 시작되는 일이 태반이다.

이들 대부분은 응원단, 물 당번, 후보선수 역할까지 1인 다역을 겸한다. 여기에 일부는 양쪽 골대 뒤에서 볼보이나 선심을 보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하였으나 최근에는 문화가 바뀌어 조용하다가 간혹 함성이 들리는 정도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승리에 대한 갈망이다. 전쟁에서 이겨야 산다는 것을 자연스레 체득한 산물이라 짐작된다.

이러한 경기는 휴일을 제외하고는 그날그날 일정에 따라 번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소부대급은 소대장 등 리더에 의해 주로 매치가 정해지는데 그 순간부터 전투 모드로 분위기가 전환된다.


작전이 수립되고 상대팀의 요주의 선수에 대한 전담 마크맨이 임명되고 이들은 경기 내내 정말 확실히 막는다. 공이 있으나 없으나 끝까지 따라다니는 특징도 있다.

간혹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사람이 마크를 한다면 공격수는 조심하고 그들을 피해야 한다. 다치기 쉽기 때문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군대 와서 축구라는 걸 해 본다는 친구들은 마치 무면허 운전기사와 같다. 좌우 움직임 대신에 거의 직진만 하고 브레이크도 고장난 상태로 공을 찬다. 발이 제 멋대로이니...

이후 나머지 포지션을 짜는데 주로 계급 순으로 공격진부터 채워지고 수비 쪽으로 갈수록 계급이 낮아지는 경향이 짙어진다. 그중 가장 비선호 직위는 골키퍼로 가장 막내 계급이 거의 반 자발적으로 전담한다.


전술적인 면에서 숏패스를 해서는 안된다. 일명 뻥 축구! 어찌어찌해서 골문 앞에 가면 FIFA 용어로 혼전 중 얼떨결에 대부분의 골이 들어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간의 업사이드, 몸싸움은 모른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같은 중대 내에서 지휘체계와 무관하게 팀 편성이 되는 경우, 군번 홀짝, 희망자 등이 할 때는 친선 경기 성격이 강하다.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진정한 스포츠 경기인 것이다.

그러나 지휘체계가 다르면 달라진다. 소대:소대, 중대:중대일 때는 이겨야 되는 전투적 성격으로 변한다. 심판은 이럴 때는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런 게임의 특징 중 승패와 관련한 것이 있다. 선수 중에 소대장이나 중대장이 뛴다면 그렇지 않은 상대에 대해 거의 100% 이긴다고 보면 된다.

주된 승인은 기량 차이가 아니라  계급과 심리적 압박이다. 상대팀은 전승에 대한 열망과 필드 내에서 지휘하는 중대장과 중대원들이 혼연일체가 된 전투력을 감당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리더가 이기기 위해 솔선수범하며 진두지휘하는 팀이 그렇지 않은 팀을 못 이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중대장 시절에 45분을 뛰고도 휴식 없이 골 진영만 바꾸어 그냥 바로 후반전을 했다. 후반까지 하는 동안 간혹 승부가 나지 않으면 10분간 휴식을 한 후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경기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팀이 우세해졌다. 그 이유는 진두지휘!

휴식 시간은 군대 축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양쪽 골대 뒤에서 있던 볼 보이, 응원단들이 뛰어 와 시원한 음료, 물을 서빙하고 선수들에게 담배도 하나씩 주며 분발을 재촉하는 시간이었다.

중대장, 주장으로서 단 한마디만 했다.'승패에 부담 갖지 마라! 책임만 지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경기 결과에 따라 하루가 어떻게 끝날지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기는 팀은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두 다리 쭈욱 펴면 고향의 안방! 얼싸 좋다 김일병! 신나는 어깨춤, 우리는 한 가족 팔도 사나이' 선임들과 농담도 하며 저녁 식사 후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생활관이 진짜 안방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지게 되면 조용히 침묵 속에 군가도 없이 식당으로 걸어간다. 마치 2차 세계 대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포로가 되어 시베리아의 어딘가에 있는 포로수용소를 향해 무작정 걷는 독일군, 포로들처럼...  침묵 속에 고개를 떨구고 걸어가야 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부담갖지 말라'는 말이 제일 무서웠다고 한다. 다른 중대가 있으니 에둘러 표현한 것임을 이심전심으로 다들 눈치챈 듯하다.

군대 축구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는 역시 정신력! 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강한 쪽이 이긴다!

군인이 축구를 체력단련이라 생각하거나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생각하고 경기에 임하면 문화적 충격을 십중팔구 받을 것이다.

군대문화가 어떤 것인지 온 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마치 전투를 서바이벌 게임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군대에서 축구는 전투이다! 군인이 승리하지 못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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