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as Mar 20. 2021

군인 휴가란?

군인의 기본권? 휴가 여건 보장이란?




출근길 살짝 열린 차창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느껴진다. 봄이 온 것이다. 오늘도 출근할 수 있고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부대에 도착하니 당직사령이 맞아 준다.


'부대 이상 없습니다. 편히 쉬셨습니까?'


 '그래, 수고했다!'


여느 아침과 다른 게 없는 일상의 시작이다. 바로 지휘통제실로 향했다. 아침 회의 때 보아야 할 상황보고 내용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야간에 상근병 콜 비지트 내용을 보는데 당직사령이 한 마디 한다.


 '어제 코로나 관련 내용으로 통화를 했습니다. 근데 그중 한 명이 휴가였습니다. 아침에 해당 동대장이 전화로 휴가 여건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혹 내가 잘못 들었나? 그걸로 따졌다고?' 지난 1년 육군을 잠시 떠났더니 이런 것도 바뀌었나? 하기야 요즘 군대가 하도 많이 빠르게 변화하니 내가 몰라서 그렇나? 그래도 이건 아닐 건데...'


잠시 생각에 빠졌다. '휴가가 기본권이고 휴가 때 부대에서 전화하면 불편할 수 있겠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군인은 상시 통신 축 선상에 대기해야 하고 비상 상황 시 연락 대책이 유지된 상태로 있어야 한다. 기본 중에 기본인데 기본권을 이것과 연관 짓다니 가슴이 먹먹했다.


사무실로 와서 과장, 주임원사와 커피 한 잔을 했다. 평소 정신을 맑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하던 그 향이나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런저런 현안 보고와 지침을 주고받다가 대화는 자연스레 그 동대장의 항의 전화로 이어졌다.


'그 보고를 할 때 내가 어떻게 반응했지?'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고 잠시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부대에 있어봐야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아 습관대로 동굴로 들어갔다. 시간 계획과 무관하게 주임원사와 밖으로 나왔다. 전역을 1년 정도 남기고 이제 한 달 정도만 있으면 전직 교육을 가는 반듯한 군인인 주임원사에게 물어도 이건 좀 아니라고 한다.


이동 중에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반성이 되었다. 코로나니 뭐니 이런저런 핑계로 부하들을 잘못 지도한 책임이 느껴지고 이제 그것으로부터 벌을 받는 것이다.


보직된 지 70여 일 밖에 안된 부대이다 보니 그럴 수 있겠다는 것도 변명일 뿐이다. 군에 몸 담고 있는 부하들에게 생각할 자극을 주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짧게 편지 하나를 썼다.


< 연대장 반성문 21-1호 >


수신 종결:전 간부(예비군 지휘관 포함)


* 매사에 감사하며 반성합니다!


1. 1차 연대장 시절에 함께 근무했던 하사가 전역 후 돈을 차용해 달라고 해서 조치해 주었습니다! 혹시 어려운 분이 있으면 도움을 요청하길 바랍니다!!!


2. 휴가자에게 당직사령이 콜 비짓 하여 00 1-1 동대장이 연대로 휴식 여건 보장을 바란다는 전화를 했다고 하는데 주의하겠습니다!!!


3. 혹, 또 다른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 연대본부가 이해가 안 되는 사항은 가급적 저에게 직접 물어주기를 권장합니다.


4. 부대 방문 시 부담을 드리지 않게 조심하겠습니다. 가급적 시간 계획을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5. 끝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군복 입은 사람임을 늘 자각하기 바랍니다!  저도 생각하며 말하려 하는데 실수가 많았나 봅니다. 반성합니다!  

따뜻한 날씨와 새싹이 움트기 시작하는 계절에 맞춰 잡초들도 보이기 시작합니다.


초기에 뿌리째 뽑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도 깨끗해지고 나중에 수고나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습니다.


즐거운 휴일, 전투력 복원 잘 하시기들 바랍니다.


210312. 여러분이 있기에 존재하는 연대장이 씀.


바뀐 전화번호도 몰라 카톡 통화로 돈을 빌려달라는 예비역 하사, 매너리즘에서 벗어나고 긴장감을 유지하게 하려고 시간계획을 바꿔 예하 예비군 중대를 방문하는 것을 투덜거리는 것에 대한 것, 상근병에 대한 콜 비지트 등에 관한 것을 정리했다.


물론 상근 휴가 여건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부대 방문 시 부담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조심', '주의'라는 단어를 썼다. 그 단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다.


봄이 되며 싹트기 시작하는 잡초를 비유하기도 했다. 잡초가 무엇을 뜻하는지 생각은 할까? 정원이나 화분에만 자라는 것이 아닌 것을 이해할까? 사람의 머릿속에서도 자랄 수 있고 그 머리가 자신의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까?


세상이 변하고 군대문화가 변해도 본질은 그대로 여야 한다. 잠시 맡겨진 작은 지휘권으로 그들의 머릿속에서 자라고 있는 잡초를 얼마나 뽑아낼 수 있을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