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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an 03. 2022

군대 핸드폰 사용

간부 병 차별


부대 내 병사의 핸드폰 사용


‘국가 흥망의 정치학’ 강의를 들으며 과제를 받았다. 이 세상 모든 학생이 싫어하는 두 가지, 학교 가는 것, 숙제 중 하나를 받은 것이다. 그것도 정감 어린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교수님께서 이럴 줄이야! 대략 30년 정도 전 파릇파릇한 시절, 둘 다 20대로 만났었다. 교관과 생도, 아마도 3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때도 숙제는 주지 않으셨던 것 같은데 나이 오십이 넘은 학생에게 숙제를 주시다니. 어쩔 수 없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선생님 말씀을 잘 따라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는데도 소재는 떠오르지 않고 오래전 추억만 떠오른다. 재미없는 군인 교수님들과 달리 중위였나 대위였나 계급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재미있고 신선하게 배웠던 이미지만 가물 거렸다.  


그래도 제출 마감일은 여유가 있어 다행이다. 3주 후이다. ‘공직자 경험 가운데 국가정책 결정, 집행 참여 사례 소개’로 분량은 2페이지 내외이다. 생각해보니 얼른 떠오르지 않는다. 30여 년 군복을 입은 장교가 군에 이렇게 기여한 것이 없다니 한심했다. 머리를 쥐어짜 보아도 정책 결정에 참여하거나 집행을 주도했다고 할 만한 것들이 없었다. 단지, 아이디어를 내고 추진하다가 사장되었던 것 하나만 떠올랐다.


‘병영 내 병사의 핸드폰 사용!’


2014년 육본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였다. 4월 7일, 제28사단의 한 의무대에서 선임병들이 후임병을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일명 윤일병 사건이 있었다. 곧이어 6월 21일 22사단 GOP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공통된 원인으로 군내에 아직도 병영 부조리가 여전하다는 여론이 들끓었고 이를 없애기 위해 병영문화 혁신이 화두로 대두되었다. 연일 빗발치는 비난을 반영해 육본에 TF가 편성되었고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사실 이전에도 선진병영문화 개선, 정착, 병영문화 개선 등 이름만 바꾼 다양한 형식적인 시도가 있었다.


‘형식적인’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과거 선배들을 비난하고 싶지 않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것들을 실무적으로 추진했던 예비역이나 군 수뇌부의 지나간 행태를 보아 그랬을 거라는 짐작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임무를 받은 이상 무엇인가를 내놓아야 했다. 미군과 같이 근무했던 경험들을 되살리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 약 3년 정도 가까이서 보고 느낀 것을 한국군으로 오면서 지우려 했는데 이제는 다시 살려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때는 한국군 장교가 한국군에서 참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이상한 시기이기도 했다.


아이디어를 내고 문서화시키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고서 특이한 사고를 하는 개념 없는 장교로 보이기도 했다고 하는 말도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튀는 발상은 사장되었고 몇 년 후에 시행되었으니 여기에 뭔가 기여나 참여했다고 자평하기도 옹색하다. 그 아이디어는 아주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전장에서 장군이나 이등병이나 총알은 피해 가지 않는다. 다 똑같은 전투원이다. 이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미군은 이를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실천하는데 우리는 말로만 행한다. 미군은 이병도 핸드폰을 자연스럽게 사용했다. 우리 군도 이렇게 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뿐이다.


그러나 그 반응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병영문화의 획기적인 변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공감은 했지만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관련 부서, 상급자들과 격론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병사들이 핸드폰을 사용하게 되면 문제가 많을 것 같은데?”


“시행 초기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래서 사전 예측 가능한 문제를 도출하고 보완 후에 작은 부대부터 시범 적용을 하고 평가와 분석을 통해 보완하면서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해 나가면 됩니다.”


“비밀이 대외로 많이 유출되지 않을까?”


“군사비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은 병사에게는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실제 지금까지 보안 관련 사건 사고는 병사가 아니라 계급이 높은 사람이 많이 내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지휘관 정신교육 내용이 녹취되고 언론에 나가 문제가 되지 않았나?”


“그것은 정신교육을 똑바로 못한 그 지휘관의 자질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병사를 교육하거나 지도할 때는 그 뒤에 부모와 기자가 있다고 상상하고 말을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영내에서 무분별한 촬영으로 각종 보안 시설이나 장비 사진이 외부로 나갈 것 같은데?”


“사진, 영상 촬영은 카메라 기능이나 장소를 제한하면 되고 금연구역처럼 표시하면 될 것입니다.”


“보안 업무 훈령, 시행규칙, 규정에 많이 저촉될 소지는 없는가?”


“혁신을 하려면 관련 법규는 개정을 해야 합니다. 과거 상황에 맞게 만들어진 규정은 당연히 바꿔야 합니다.”


“국민 여론이나 언론 반응은 어떨까?”


“지금처럼 병영혁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시기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방부부터 위원회를 만들었지 않습니까? 물론 과거 자신들의 군 생활과 비교해 반대하는 예비역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저명인사, 칼럼니스트 등을 활용해서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가면 해소될 것입니다.”


‘혁신을 하겠다는 건지? 하지 않겠다는 건지?’ 모르는 대화가 오고 갔다. 결론적으로 민간인이 포함된 국방부 위원회에서도‘아직은 시기상조다’라는 결론이 났다. 군을 모르는 사람들, 그 위원 자리를 경력 정도로 여기는 인사들을 모아 놓고 뭔가 한다는 포장지 정도로 활용했으니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몇 년이 지나고 그때의 아이디어가 일부 받아들여져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군의 자발적인 추진이 아니라 외부의 입김에 의한 것이다. 왜 군이 폐쇄적이라는 말을 듣는지 증명된 또 하나의 사례로 추가되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본질에 충실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왜 간부와 병사는 달라야 하는가? 지금도 병사는 간부처럼 핸드폰을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제한사항이 많다. 시간, 장소, 기능 면에서 허용 기준이 다르다. 핸드폰 관련 그들이 일으키는 통계적 사건 사고는 간부들보다 훨씬 많지만, 시행 초기 우려되었던 심각한 문제는 거의 들은 바가 없다. 기껏해야 카메라 렌즈 가림 스티커 임의 제거, 보관 장소에 늦게 반납, 생활관, 휴게실 등 허용지역 이탈 등 소소한 것들이다.


반면 간부들은 지휘통제실 반입 제한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자유롭게 사용할 수가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 사고도 대부분을 간부들이 저지른다. 심지어 지휘관 작전지침을 무단으로 녹음하거나 여성 알몸을 불법 촬영하고 당직근무 시간에 핸드폰 게임만 한다고 신고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주요 직위자 중 일부는 SNS 보고라는 개념을 만들어 국내 것이 아닌 외국의 탤래그램을 사용하게도 한다. 누가 보안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인가?


갑자기 한 사건이 머릿속을 스쳤다. 2000년대 초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부대 위병소에서 민간인에게 총을 탈취당한 일이 있다. 이 창피한 사건의 결과는 엉뚱하게 나타났다. 위병소가 있는 중대~사단들이 집중 점검을 받았다. 그 총을 빼앗긴 부대에서 소령, 중령들이 단체로 지도 방문을 나왔다. 사단, 연대는 그 예하 부대를 점검했다.


같은 부대에서 같은 군복을 입고 있으면서 규정이 다르게 적용된다면 코미디가 아닌가? 병사의 휴대폰 사용에 대해 그 난리 치던 언론, 반대하던 사람들은 지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것이 말이 되는가? 아직도 우리 군은 변해야 할 것이 많다.


몰라서 가만히 있는 건지? 알면서 모른 척하는 것인지? 바빠서 못하고 있는 건지? 무엇 때문에 바쁜 건지? 궁금하다. 설마 또 외부에서 어떻게 하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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