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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an 07. 2022

비와 추억 (1-1)        

군인도 사랑을 하나요?


비와 추억 (1-1)        


동해안은 여름의 바다이다. 아무리 겨울 바다가 좋다한들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7월 말, 8월 초 동해를 친구들과 같이 온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때문에 몇 가지 알아보러 설악산 근처에서 일하는 분을 만나고 왔다.


안양에서 근무할 때 지휘관으로 모셨던 분과 교류가 있으셨고 몇 차례 문의를 잘 설명해 주신 분이기에 인사도 드릴 겸, 식사같이 하자는 말씀도 있으셨기에 한 번은 뵈려 했다.


6월은 늦봄, 초여름의 경계이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도 안 했지만 여기저기서 여행 관련 문의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6월이 되면서 대낮에 느껴지는 무더위가 원인일 것이다.


뉴스로 접하는 서울, 대구 대전 등은 벌써 한 여름이다. 이곳은 벌써 한낮 뙤약볕에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레 장난을 하는 어린이들과 여성들의 옷차림이 여름이 왔음을 알리고 이제 곧 진짜 더위, 열대야 등이 올 것임을 전령처럼 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옛 속담에 '급한 사람이 먼저 움직인다' 했던가? 여름휴가철 밀려들 사람들 생각에 찾은 곳은 설악산 자락에 위치한 대규모도 리조트이다. 겨울, 봄을 지나면서 주차장은 점점 채워지더니 요사이는 매번 만원이 된다고 한다. 이미 많은 차들이 내부 도로 좌우측을 차지했고 그 와중에 약간의 빈틈이라도 있을라치면 어떻게든 끼어들어 있었다. 그래도 운이 좋아 던 지 갓길 한편에 빈자리를 발견해 얼른 세웠다.


프론터에서 안내받고 이어서 또 다른 직원에게 물으며 ㅇㅇ님을 찾았더니 깜짝 놀라며 '오늘은 출근 안 하시는데...'라 한다. '약속하고 왔습니다' 잠시 들어갔다 오더니 자기네들끼리 ' 어! ㅇㅇ님 오셨네!' 'ㅇㅇ지역 총지배인, ㅇㅇ팀장과 미팅 중이십니다. 잠시 차 한잔 하시랍니다.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고 따라갔다.


하기야 그 많은 차량과 손님들 때문에 20여분 늦었으니 기다릴 수밖에...

덕분에 창밖으로 보이는 비와 구름이 자아내는 설악의 절경을 따뜻한 커피와 함께 잠시 감상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공휴일, 주말에는 쉬는데 이런 레저나 유통, 서비스 계통 등에서 생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안내해 주던 그 직원들은 자기네 상사가 주말에는 출근 안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게 우리의 그런 친구들처럼 여기도 있구나 하는 생각까지 이르자 실 웃음만 나왔다.


직장인들, 그중에서도 어떤 분야이든지 지역, 핵심 파트 운영 등에 책임이 주어지는 사람들은 일과와 무관하게 알아서 출근하는 모습은 어디 가나 같은 모양이다. 우리도 몇몇은 휴일인데도 일이 있으면 출근하니까...


강원도의 초여름 비가 밤부터 내린 영향 때문인지 약간 싸늘하게 느껴졌다. 하기야 건봉산 밑 오소동 계곡 경계를 책임진 소위는 8월에도 야전상의를 입이었다. 그때도 '강원도는 강원도다'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한 밤에도 추웠던 기억이 난다.


이를 알아 채기라도 하 듯 따뜻한 온기와 함께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그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처럼, 창밖으로 안개인지 구름인지 모르겠지만 모락모락 올라가는 하얀 안개구름에 살짝 가려진 울산바위, 설악산의 이름 모를 봉오리들, 그 아래로 낮으막히 쳐진 푸른 숲의 병풍을 보니 중학교 수학여행을 왔던 기억도 어럼 풋이 떠올랐다.


선생님 중 한 분이 말씀해 주시던 울산바위 전설도 떠 올랐다. 조물주가 금강산의 경치를 꾸미려고 모든 기암괴석을 모이게 불렀고, 경상도 울산의 큰 바위도 이를 듣고 길을 떠났으나 덩치가 크고 무거워 설악산에 왔을 때는 이미 금강산은 다 만들어지고 자리가 없어서 현재의 위치에 그대로 주저앉았다는 얘기다.


이 이야기는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뒷받침된다.

금강산 일만 이천봉은 1억 5000년 전 중생대 쥐라기, 설악산 암석 군은 1억 년 전후인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 태어난 순서가 금강산이 먼저, 설악산은 후이다. 특히, 울산바위는 설악산의 여러 화강암 중 가장 늦은 7000만 년 전에 지금의 자리를 잡은 것이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와 울산바위는 당시에도 유명했다. 지금이야 중고생들이 수학여행을 제주도나 해외로까지 나가지만 예전에는 남부지방 대부분의  중, 고등학교의 수학여행 단골 코스였다. 울산바위에서 동해 쪽을 바라보면 속초시와 바다의 전경이 먹먹한 가슴을 트이게 했다. 당시 만우절에는 가끔 관광객 10여 명이 흔들바위를 밀어 떨어뜨렸다는 거짓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설악을 대표하는 두 바위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울산바위이다. 96년 1월의 어느 날, 밤새 눈이 내렸었다. 양양에서 회의가 있어 그 작은 500MD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을 했다. 당시 사단장 공관에서도 울산바위는 잘 보였다.


그러나 밤새 눈보라 속에서 잔뜩 웅크리다 힘차게 용솟음치는 태양의 붉은 기운을 반사하는 모습을 하늘에서 본 장관은 아직도 생생하다. 남쪽으로 향하는 헬리콥터의 서쪽은 설악, 눈과 얼음이 대청봉, 신선대, 공룡능선 등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빛! 눈을 반대로 돌리면, 붉은색을 머금은 동쪽 수평선! 박차고 치솟는 태양과 바닷가까지 이어진 붉은 띠!


눈의 나라 스위스를 가보진 않았지만 TV로 보던 알프스의 그것도 비교조차 되질 않을 정도였다. 스위스에는 바다가 없지 않은가? 관동별곡이 까닭 없이 나오진 않았나 싶다. 왜 관동팔경이란 말이 나왔는지 납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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