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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Jun 08. 2022

군인도 잘 모르는 군대이야기

나의직업은군인입니다


직업이 뭐예요? 왜 하필 군인이야?(1)


직업이란? 군인이란?


'직업이 뭐예요?'


'군인입니다.'


'왜 하필?'


'자연스레 그렇게 되었네요.'


'아무 생각없이요?'


'그저 천직으로 생각합니다.'


하필이란 '다른 방도를 취하지 아니하고 어찌하여 꼭'이란 뜻으로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 표현에 가깝다. 다른 선택을 하지 않고 왜 그렇게 상황이 되었냐는 뜻이다. 다른 직업도 많은데 왜 굳이 군인이 되었느냐?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직업군인이 되었느냐는 질문이다. 그렁면서 각자의 지식, 상식,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모아 한 마디씩은 한다.


 '이사 많이 했겠네요? 힘드셨겠습니다. 친척 중에 누가 직업군인을 하다 퇴직했는데 연금도 나오고 좋은 것 같아요! 멋있습니다.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안정적이네요' 등등 ...  


사람마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각양각색의 느낌들을 듣는다. 맞는 말도 있고 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근 30여 년 동안 이런 비슷한 말을 들어 오고 별 생각없이 흘려 들은 기억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언제인가부터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근속 30년 기념 휘장을 받은 전후 시기 쯤으로 추측된다.


직업군인이 되겠다고 육사에 진학했다. 그때부터 사실상 직업군인의 길을 걸은 것이다. 그때는 그렇게 알았다. 사관학교에 가면 바로 직업군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정확히는 그렇지 않다. 모든 군인이 직업군인은 아니다. 사전적인 직업군인의 뜻은 '군에 복무하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군인'이다. 군 관계의 학교, 즉 사관학교를 졸업하였거나 현역 지원을 하였더라도 의무 복무를 마치고 계속 복무하는 군인이 이에 속한다. 참고로 사관학교 졸업생의 법적 의무복무기간은 10년이다. 여기서도 상식, 법, 문화가 따로 노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관념적인 설명은 실제와 너무 동떨어져 있다. 직업군인으로서의 마음 가짐은 육사에 가입교 한 날 이후라고 해도 억지 주장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시작해서 약 28년, 육사 포함하면 32년 몇 개월 동안 군인을 직업으로 해서 살아 오고 있다. 까까머리 고등학생이 이제는 대학생 딸을 둔 중년 아저씨가 될 때까지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이다.


잠시 그 초반을 돌아보면, 육사에서 50개월, 전라도 광주시 상무대 4개월, 강원도 고성군 오소동 계곡 7개월, 고성 건봉사 옆 냉천리 12개월, 다시 건봉산 노무현방커 6개월, 22사단 사령부 13개월... 그때까지도 계급은 중위인데 참 많이 돌아 다녔다. 마치 한 곳에서 머물지 못하는 나그네처럼...


직업(職業)이 나그네인 것 같기도 하다.나그네란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잠시 머물거나 떠도는 사람'이라고 한다. 군인직업의 특징 중 하나인 잦은이사만을 부각하면 그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TV뉴스를 보며 출퇴근 시간의 꽉막힌 도로만을 보고 서울은 교통지옥이다. 어떻다 저떻다하는 것과 같다고 하면 지나친 억지 주장일까?


직업이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로 정의된다. 그런데 나그네가 직업이라 말하니 갸우뚱 할 수도 있었을 거다. 이런 것은 직업군인의 몇 가지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빗대어 말한 것이다.


직업군인이라는 직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결론은 심플했다. '군인은 구속된 상태로 누군가의 자유를 지킨다.' 이다. 자신의 자유를 희생하며 알지도 모르는 누구가를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헌신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그 평가나 시각이 불편할 때도 적지 않다.


인터넷에 직업군인에 대해 언급된 것을 예로 살펴 보았다. '장교가 극단적이고 부사관은 좀 덜한 편이지만 딱 진급에 맞는 군인이 되어가는 모순된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직업군인은 도태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정치군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군인의 존재로 인하여 군대는 내부부터 썩어 들어가고 있으며 이로인해 대한민국에서 직업군인은 군바리라는 멸칭을 듣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멸시를 주는 사람일지라도 그들을 지킨다. 그것도 자신의 자유는 구속 받으면서 묵묵히 지킨다. 이것을 사명감으로 신념화하면서 인생의 소명으로 받아 들인다.


문득 떠오르는 말이 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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