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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as Nov 10. 2024

떠나가는 배

241110 기다림의 의식

배를 띄운다. 목적지는 정해야 하고..

노선이 없는 뱃길은 없다. 어느 길로 갈지 모를 때는 나침반만 보면 된다. 그때그때 풍랑을 해치며 오롯이 선장이 이끄는 곳으로 가면 된다.

풍랑이 없는 항해는 바다가 아니다. 그런 항해를 바란다면 항구 내에만 있어야 한다. 목적지도 항구내이니 편하다.

엄습해 오는 두려움은 살길을 찾기 위한 작용제이다. 돌발상황을 상정해 대비하면 된다.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하고 대처능력을 키운다.

나 자신이 띄운 배라면 이제는 평온하다.

한배를 탔던 선원들도 저마다 다른 목적지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각자 배를 띄우며 서로 출항준비로 분주하다.

내 선원들이 이제는 선장이 되어 배를 띄운다. 아직도 가르칠게 많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나라고 부족한 게 없었을까? 그저 기다리고 바라만 볼 뿐이다.

나처럼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하길 바랄 뿐이다. 순간순간의 풍랑에 나의 선원들을 챙기는 것도 이제 거의 끝이다. 조용히 지켜보며 무사하기만을 기도해야 한다.

그래도 신경이 쓰인다. 그들의 첫 항해가 성공하길 바랄 뿐이다. 이것은 나의 끝없는 풍랑이다.

호기심만으로 완전치 않았던 배를 띄우는 것이다. 아마도 부모님도 그러셨을 것이다. 이제 이해가 된다.

진심 어린 내 바람이 시크릿의 원리처럼 그들에게 작용되길 바란다. 끝이 없는 기다림은 앞으로 나갈 그들의 안전을 비는 의식이다.

※ 약 2주간 내 선원들 위해 배 만들러 동굴로 들어갑니다...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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