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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도 정을 준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거시기가 있죠

by Faust Lucas

물건에도 정을 준다

물건들 중에도 유난히 정이 가는 것이 있다. 사람이 정을 줄 수 있는 것은 주변에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집, 악기, 자동차, 성경책, 보석, 골프채, 사진, 일기장 등은 스스로 생각하거나 움직일 수도 없고 호흡도 생명도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마음이 가고 의지가 되는 것들이다'라고도 한다. 죽어 가지 않는 것들... 누가 망가뜨리지만 않으면 우리보다 더 오래 존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과 물리적 거리를 느낄 때 허전함이 밀려온다. 눈에서 사라지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것들이다. 내게는 만년필이 그러하다.

하루 온종일 손에서 떨어지지 않고 업무 할 때나 잘 때, 심지어 산책을 하거나 소주 한잔을 할 때도 호주머니 안에 있거나 가슴 앞부분에 꽂고 있어야 편하다. 분신처럼...

늘 손바닥으로 전해지는 그 느낌, 생각이 복잡하고 어떠한 결정을 할 때는 책상 위에서 돌려도 보곤 한다. '네가 같으면 어떻게 할래? 네가 돌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갈게!' 그래도 답이 없을 때는 '야! 대답이 없냐? 말이 없어?'

어떨 때는 이러고 있는 모습을 깨닸고는 혼자 웃기도 한다. '말도 못 하는 존재에게 뭐 하고 있지?' 누가 알면 뭐라 할까? '정신 나갔거나 미쳤다'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 남들이 볼 때는 이상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영혼의 대화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 친구를 만지며 사랑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를 만지며 표면코팅의 부드러운 촉감을 통해 영감을 받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런 대화를 언제 어디서든 종이 위에 끄적일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부족한 지혜가 스멀스멀 아지랑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영혼의 친구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다른 세상에 있는 또 다른 나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라 할까? 손잡이랄까? 아니면 그 자체로 친구인가?

어떤 시인은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라며 살아 있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노래하기도 했다. 죽어가는 것이란 생명이 있는 것들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예전에는 난, 화분, 어항 속의 물고기 등이 생명 있는 사랑할 대상이었다면 요즘은 애완견,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에게 정을 주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강아지 이름이 아들아! 이쁜 딸! 애인! 등 사람에게 쓰이는 호칭들을 스스럼없이 사용한다. 그들이 죽으면 염을 하고 장례까지 치러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일상에 외로움 사람들은 강아지들과 대화를 하는 듯하다.

하물며 사람에게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계산하지 않고 변하지도 않고 내게 뭔가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같이 있기만 해도 즐겁고 위로가 되고 든든한 soulmate 같은 친구!
이런 친구가 있음에 감사드린다.

죽어가거나 죽을 수 없는 것들과 영혼을 나누는 삶 자체는 축복받은 인생이다. 결국은 내 영혼과 친구사이가 되는 것이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그 옛날 군자나 선비들이 문방사우라 부르던 지필묵연 같은 존재, 그런 자신만의 물건들에게 정을 주며 행복을 느끼며 함께하는 삶! 누가 만들어 주지 않는다.

스스로 행복을 창조해야 한다. happymaker! happy virus! 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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