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터지지 않은 폭발
군단 본부 지휘부 회의실 상공에 기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휘젓는 듯, 현실감 없는 파동이 건물을 덮쳤다. 뻥하는 폭음과 함께 불꽃과 검붉은 연기가 일었지만, 기이하게도 실질적인 폭발의 흔적은 미미했다. 매캐한 화약 냄새 대신 알 수 없는 비릿함이 진동했다. 본청 건물이 충격으로 흔들리고 화재경보기의 사이렌이 귀를 찢었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의무실에서 앰뷸런스, 군사경찰 사이렌이 평화로운 봄날의 일상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본청은 정전되었다. 여기저기서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얼굴에 피가 묻어 계급장도 분간할 수 없는 이들이 절뚝거렸고, 팔 한쪽이 날아간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인사처 소속 윤종팔 상사는 이 모든 광경을 멀리서, 정신없이 지켜보았다. 혹은 지켜봐야만 하는 건지도 몰랐다. 며칠째 반복되는 이 개꿈은 현실의 불안과 뒤섞여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꿈속의 폭발은 앞으로 터질 무언가의 끔찍한 전조처럼 느껴졌다. 꿈속 수사관들은 증거가 좆도 없고 용의자 특정은 개뿔 어렵다며 골 때려했고, 언론에서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북한 테러설, 내부 전문가 소행설 같은 되도 않는 분석을 쏟아내는 패널이라는 놈들은 입만 살아서 나불거렸다. 시급 30만 원짜리 알바들이 충실하게 여론몰이 작업을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수사가 지지부진해지자, 도저히 안 되겠는지 비밀리에 무당과 법사까지 찾아 폭파사건 사흘 전 출입자들을 조사하고 조사실 뒤에 신기 있다는 초원 무당과 견진 법사들을 대기시켜 범인을 잡으려 한다는 개소리까지 나왔다. 꿈은 개판 오 분 전으로 흘러갔다. 그러다 꿈속의 누군가가 "야, 윤종팔! 너한테 갑자기 전화 왔다, 조사실로 오란다!" 외치는 소리에 그는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다행히, 그 모든 건 개꿈이었다.
아침, 찝찝함이 가시지 않는 마음으로 출근한 군부대 분위기는 싸했다. 모두들 숨죽이고 있었고, 윤종훈에게 향하는 시선들은 마치 그가 뭐라도 저지른 범인 새끼라도 보는 듯했다. '씨발, 뭔 일이야?' 그는 영문을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책상에는 포스잍 쪽지 하나가 덜렁 놓여 있었다. 내용은 간결했지만 짜증을 유발했다. "체력검정 관련 민원, 감찰실로 보는 즉시 전화 요망."
바로 그날, 군방인권센터에서 군단장의 개지랄 '갑질'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이 열렸다는 소식이 군단 본부에 파다하게 퍼졌다. 군단장이 자기 맘대로 병력을 부려먹고 부대원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구체적인 제보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본청 3층 인사처장실에서는 감찰실장과 정훈공보비서실장이 긴급 회의 중이었다. 누군가 회의 자료를 미친 듯이 복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자료에는 군방인권센터의 주장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센터는 군단장이 작년 3월 비서실 근무자에게 사모 아쿠아로빅 등록 방법을 알아보고 대신 등록하라고 지시했고, 그 때문에 직원이 선착순 등록하려고 새벽 4시부터 수영장 밖에서 덜덜 떨며 기다려야 했다고 폭로했다. 군단장 마누라가 직원한테 전화해서 원하는 수업 시간을 직접 지시한 음성 파일도 공개됐다고 했다. 센터에 따르면 군단장은 지 새끼 결혼식에 직원 한 명을 붙여 메이크업샵부터 식장까지 운전시키고, 하객 인원 체크, 자리 안내, 식 끝나고 짐 나르기까지 시켰다고 했다. 지랄도 가지가지였다. 키우던 앵무새 새장 중고 거래 대행, 스포츠 경기 VIP 티켓 확보, 관사 안에 있는 감 따오고 화단 가꾸기 같은 지시도 나왔다. 관사 지붕 돌아다니는 길고양이 시끄럽다고 잡아오라 하고, 관사가 비었을 때 반려동물 밥 챙겨주라 하고, 손님 온다고 장 봐오라 하는 등 관사 관리 전반을 다 시켰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센터는 '수도군단장 이 새끼가 집무실에 비서실 직원 여럿 있을 땐 이런 사적인 지시를 쏙 빼다가, 만만한 부사관 직원들하고 단둘이 있을 때만 무리한 부탁을 했다'며, 자기 지시가 밖에 알려지면 좆 될 거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2019년 박한주 대장 공관병 갑질 사건 이후로도 군대 내 갑질이 눈곱만큼도 안 없어졌다며, '장군 지휘부 옆에서 보좌하는 비서실, 부관직 같은 애들 업무 실태 다 까발리고 지휘관하고 그 가족 새끼들이 군인을 노예 부리듯 못하게 대책 마련해야 한다'고 씨부렸다. 그러면서 국방부에 박 군단장 보직 해임하라고 빼액거렸다.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 출근해서 처음 시키는 일이 커피 심부름인 현실이 서글뻤다. 그런데 감찰실장이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설마 나를 오해하는 건가? 비서실에서 나온 지 몇 개월이나 지났는데...' 꿈자리도 좆같고 오늘 일진이 영 아니었다. 머피의 법칙도 아니고 이게 뭐냐 싶었다. SK는 나쁜 놈들이라며 해킹이나 당하고 유심칩이나 바꾸라고 하고, 되는 일 없이 계속 꼬이기만 했다.
바로 그때, 사무실 안에 있던 누군가 속삭였다. "야, 광보 상사... 갑자기 죽었대." 윤종팔 상사의 귀가 번쩍 뜨였다. 며칠 전 수리센터에서 만났던 후배, 이광보 상사. 그는 충격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폭발처럼 느껴진 개꿈, 군단장 갑질 폭로, 그리고 광보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 모든 개 같은 일들이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절묘하게 얽혀 있었다. 윤종팔 상사는 광식 상사의 죽음 소식에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광보 그 새끼가 왜...?' 그는 광보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나 스트레스가 아니라, 이 개 같은 상황 속에서 터져 나온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싸늘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때, 저쪽에서 인사처장이 그의 자리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윤종팔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감찰실 호출 쪽지, 광식의 죽음, 그리고 다가오는 인사처장. 이 모든 불길한 징조가 씨발,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윤종팔 상사는 광식 상사의 죽음 소식에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다.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광식 그 새끼가 왜...?' 그는 광식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나 스트레스가 아니라, 이 개 같은 상황 속에서 터져 나온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싸늘한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때, 저쪽에서 인사처장이 그의 자리를 향해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윤종팔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감찰실 호출 쪽지, 광식의 죽음, 그리고 다가오는 인사처장. 이 모든 불길한 징조가 씨발,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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