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만 아는 군대 이야기
엄마 김치를 담그어야지!(4)
by Faust Lucas Nov 5. 2020
엄마 김치를 담그어야지! (4)
점심을 먹고 잠시 눈을 붙이면 새로운 하루를 다시 맞는다. 가을 햇살을 한 가득 담은 거실은 평화롭다. 아마도 엄마 뱃속에 있을 때도 그랬을 것이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조용한 음악이 감미롭다. 때 마침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들린다. 창밖으로 보이는 노랗고 빨간 나뭇잎에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다. 눈과 귀가 호강에 겨워 영혼에게 사치를 준다.
아무 생각이 없다. 인생에서 이런 시간이 영속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금세 적응이 되게 하나님이 만드셨나 보다.
귀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조그맣게 들리는 소리를 찾아 나선다. 가끔은 첨벙 거리는 물소리, 인기 척이 TV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노랫소리와 섞여 들어온다.
엄마가 무엇인가 하고 계시는 듯했다. 베란다에 쪼그리고 앉아 배추를 소금에 절이고 계셨다. 오전에 장에 가서 사 오신 싱싱한 네 포기를 반으로 갈라 8개가 있었다.
영상 촬영을 하니 설명을 해 주신다.
'짭짤한 소금물에 담그고 숨이 많은 곳은 소금을 많이, 적은 곳은 조금만 뿌려야 돼요.'
직접 해 보는데 또 말씀하신다.
'여기는 빡빡하니까 잘 안 들어가요. 그래서 많이 얹어야 해요, 거긴 듬성듬성하니까 잘 들어가. 조금만 놓으면 돼요'
몇 년 동안 배운다면서 미루고 또 미루다 이제야 직접 눈여겨본다. 찹쌀죽, 생강, 파, 새우젓, 까나리 액, 무채 등을 적당히 버무렸다. 그리고 보니 빠진 게 또 있다. 멸치와 다시마를 섞어서 끓여 넣으셨다. 하나하나 왜 넣는지 설명해 주신다.
TV에 나오는 요리 전문가 억양도 묻어 나오신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 듣던 수학 문제 설명보다 어렵다. 수학 문제는 혼자 풀려면 어렵기는 해도 들을 때는 이해가 되었다. 근데 이것은 들으면서도 어렵다. 혼자 하려면 며칠은 준비해야 할 듯하다.
다음에는 직접 시켜보라 말씀드렸다. 세상 일을 대하는 근자감으로 두 번째라면 서러웠었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도 안 했는데 주저부터 한다. 엄마 김치를 엄마 말고 누가 담글 수 있을까?
차라리 죽을 때까지 엄마 김치를 먹고자 한다면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