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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신거리는 군인

군인들만 아는 군대 이야기

by Faust Lucas

굽신거리는 군인


한 사람으로서, 군복 입은 군인으로서 좋아 보이지 않는 모습이 있다. 자신의 이익 앞에 굽신거리는 사람이다. '세상 살아가면서 이렇게 안 해 본 사람이 있겠냐?


' 누군가 묻는다면 '나도 그랬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반성한다. 그렇다고 변명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이익을 염두에 두고 그러지는 않았다. 소인배처럼 굽신거리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군인으로서 상급자에게 군대 예절만은 나름 지키려 노력했다.


이것도 개인적인 시각이니 객관적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굽신’이라는 말은 ‘고개나 허리를 자꾸 구푸렸다 펴는 모양’ 또는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 비굴하게 자꾸 행동하는 모양’이란 뜻으로 일반적으로 쓰인다.



‘굽신거리다’ ‘굽신대다’ ‘굽신굽신거리다’라는 표현도 쓴다.


이것은 이해관계를 잘 따지는 중국 사람들의 영향으로 '굽힐 굴(屈)과 펼 신(伸) 또는 몸 신(身)이 변형된 것이다'라는 설도 있으나 이와는 무관하며 '굽실거리다'가 순 우리말이며 표준어였다.


그러던 것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다 보니 2014년 12월에 국립국어원에서 비표준어 '굽신거리다'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기에 이른다.


혹 이 같은 영향을 받아 우리 군인들도 굽신거리는 것이 일반화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유래가 어찌 되었건 군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인 것은 분명하다. 고급장교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군의 미래들에게서도 안타까운 모습을 너무나 많이 목격하게 된다.


이 책임은 자신의 이익 앞에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인 나쁜 선배들의 과오이다. 짐승조차도 먹이 앞에 굽신거리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사냥하기 위해 웅크리며 눈을 번쩍이기는 하는 것 같다.


이처럼 이상한 군인들의 문화가 번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그들은 외적 자세나 행동으로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마음가짐이 밖으로 표현되는 것이니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일 것이다. 고급장교로서 뭐가 그리 굽신거릴 일이 많은지 안타까울 뿐이다.


좋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선후배들에게 우회적으로 왜 그러는지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돌아오는 답은 거의 비슷했다.


'공공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니 나중에 도움받을 일이 많을 것이다.


굳이 뻣뻣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 등 나름 개념이랍시고 설명한다. 이런 말을 듣고 나서 여러 생각들이 온종일 머리를 맴돌았다.


예전에 ㅇㅇㅇ사령부에 근무할 때 국정감사 나온 국회의원들을 안내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 국방부 직할부대로 서울 사대문 안에 사령부가 위치한 부대가 있었다.


그곳까지 버스 안내를 담당했는데 놀랍고 창피하기도 모습을 가까이서 목격했다. 일선 부대에서는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거들먹거린다는 비판을 받던 군인!


그 부대의 수뇌부들이 정복까지 입은 상태에서 거의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악수를 하는 것이었다.


물론 그 위원회 구성원 대부분이 군의 선배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며 이해하려 해도 쉽지가 않았었다. 무엇을 위해 그러는지 생각하기도 부끄러웠다.



한때 적의 우두머리와 꼿꼿하게 악수를 해서 유명해진 예비역이 회자된 적이 있었다. 얼마나 그런 모습을 보기 힘들었으면 기사화되고 이를 본 국민들이 응원을 했을까?


반면에 별을 달고 있는 녹색 견장을 달고 있는 군인이 위문금을 가지고 부대를 방문하는 외부인에게 예의를 너머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심지어 군 복무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계급장이 부착된 전투복을 입게 하고 명예 ㅇㅇ장이라며 온갖 아양을 떠는 모습도 있었다.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는 더 기가 막혔다. 그 돈 많은 사람이 정치권에 발이 넓은 것을 알고 극진히 대우했다고 부하들 사이에서 비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뭔가를 기대하고 명예 사단장이니 소장이니 하며 추켜 세워주니 좋아할 때는 언제고 언론의 질타가 따르자 앞으로는 군부대 위문을 안 하겠다고 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끼리끼리 들 떼 지어 욕 먹이는 모습이다.


그런 사람은 군인이 아니다. 나름 변명도 할 것이다. 부대원들을 위한 위문을 왔으니 극진히 대해야 한다는 등 엉뚱한 소리로 합리화하려고도 할 것이다.



사실 보통의 군인이라면 그가 가져온 돈으로 위문을 받기보다는 자존심을 지키고 싶을 것이다. 그 이상한 군인인 척하는 이들의 논리는 다른 것을 반증한다.


그들이 직업을 잘못 선택했거나 빨리 바꾸는 것이 좋을 거라는 것이다. 영업이나 로비는 장사하거나 사업하는 사람들의 몫이다.


반면 현재 전라북도에 소재한 대학교에서 예비 장교 후보생을 양성 중인 한 분은 지휘관 시절 부대의 열악한 장병복지 증진을 위해 국내 굴지의 기업 대표로부터 위문을 받고 병영체험까지 하게 하였다.


주변 참모들로부터 터무니없이 명예 사단장이니 명예 중장이니 하는 직책이나 계급을 주자는 굽신거림은 물리치고 훈련을 담당했던 대대장의 의견을 받아 명예 예비역 병장 계급을 수여했다.


60세가 넘은 나이에 며칠간의 병영체험을 한 그분도 이렇게 짧게 복무하고 예비역 병장이 되는 영광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서로를 알아본 것이다.


똑같은 군복을 입고도 아직은 그 명예를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이 있음이 다행이다.


단순히 걸치기만 하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 때문에 묵묵히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고 있는 군인들까지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권력에 굽신거리고 돈에 굽신거리고 계급장 하나 더 달려고 굽신거리는 행사에 동원되어 이를 목격한 병사들을 무서워해야 한다.


아무리 군을 홍보해도 이처럼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기 위해 굽신거리는 군인이 있는 한 그 목적을 얻기는 요원해 보인다.


요즘 군복 입고 회식하거나 출퇴근하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은 것은 누구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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