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밍 Nov 22. 2022

나는야 5년 차 시-주니어 마케터

시니어와 주니어 사이에 낀, 나는야 시주니어




나는 시-주니어다



5년 차 마케터긴 한데요

이제 경력 4년이 조금 넘은 5년 차 마케터가 되었다. 신입 시절에 보는 5년 차 마케터 선배들은 말 한마디에도 교양과 기품이 넘쳐흐르고, 일도 뚝딱 잘 해내고, 내가 발끝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환상의 존재였는데, 정작 5년 차가 된 나는 뭐하나 마뜩잖다. 그때 선배들은 그랬다. 나도 그 연차가 되면 자연히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난 응애, 아 응애예요.


아 응애애요


물론 숫자가 모든 걸 설명해 주지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더군다나 내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계에서는 더더욱. 경력이 많더라도 어떻게 일을 해왔길래 일을 저렇게 처리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선배도 보았고, 이제 1년 차인데도 엄청난 성과를 내고 있는 알잘딱깔센환생 주니어도 보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경력 타령을 하고 있는 이유는 내가 신입시절에 그려왔던, 정말 되고 싶었던 이상적인 일잘러의 모습을 ‘5년 차 직장인’으로 상정했기 때문일 거다. 그때 나는, 성인이 되어 술집에서 당당하게 신분증 검사를 하고 싶은 고등학생의 마음으로 5년 차 마케터가 빨리 되고 싶었다. 그 마음에는 ‘5년 차’라는 단어가 나를 증명해줄 거라는 기대도 한몫했다.


바로 이런 모습을 기대하면서


시주니어라는 세계

5년 차가 되면 시니어 흉내라도 낼 수 있을지 알았다. 아니면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든든한 동료가 되어있거나. 하지만 돌아보면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보이는지. 마케팅 콘퍼런스를 가거나 아티클을 읽으면 세상에 대단한 마케터는 차고 넘치는 것에 비해 나는 이도 저도 아니었다. 애매한 내 위치를 파악할 때마다 나는 변명거리를 찾아내 돌려막기를 했다. ‘회사 임원진의 결정이 트렌디하지 않아서’, ‘예산이 부족해서’, ‘B2B 비즈니스의 한계라서’, ‘아직 경력이 부족해서’ 등등 그렇게 마음의 누더기를 조금씩 기워가며 살았다.


생각해보면 커리어 상황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5년 차로 데드라인을 세우고 미뤄왔던 것 같다. 그렇게 지나가는 시간에 몸을 맡기며 살다 보니 어느새 5년 차였다. 실무의 속도와 퀄리티는 뛰어나야 하면서도 프로젝트도 원활하게 리딩하기 시작하는 위치. 팀장님과 회사의 니즈를 이해하고 숙고하면서도 실무의 감을 잃지 않아야 하는 위치. 회사에서 전체 구성원의 업무가 맞물려 돌아가는 역학관계를 알아야만 하는 위치. 업무적으로든 회사 인간관계적으로든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관점을 예민하게 지녀야 하는 위치. 나는 이제 주니어와 시니어의 중간자, 시주니어 세계로 들어온 것이다.


어서와, 시주니어는 처음이지



시주니어가 되어 보니 보이는 것들

1년이 그렇게 긴 시간도 아닌데 작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5년 차 시주니어에 접어드니 보이기 시작한다. 크게 업무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그렇고, 내가 전에 했던 (이불킥)언행들에 대한 회한이 떠오르는 점이 그렇다. 확실히 뚜렷해진 건, 내 커리어 패스에 대해 면밀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무리 봐도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점 같다. 내가 지금까지 어떤 일을 잘해 왔고, 어떻게 일을 하고 싶은지 사려 깊은 결정이 필요한 순간. 이를 위해서는 여태까지 해왔던 일을 복기해보는 노력과, 커리어에 대해 치열하게 숙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다시 오지 못할 소중한 이 과도기를 브런치에 적어보려 한다. 시주니어의 즐거움과 애환, 일의 복기와 주니어 때의 오답노트, 커리어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 등 주니어와 시니어의 사이에서 보고 느끼는 일에 대한 마음을 기록하고자 한다. 열심히 기록하다 보면 나도 어느새 멋-찐 시주니어가 되어 있겠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