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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까지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의 개수다. 찍찍이로 필름 사진을 붙이던 앨범이 있을 때는 사진을 보곤 했었는데, 핸드폰에 가상의 앨범 공간이 생기면서는 찍은 사진을 좀처럼 들여다보는 일이 없다. 셔터를 누르는 손도 전보다 훨씬 후하다. 하나의 장면에 셔터를 여러 번 눌러 비슷비슷한 사진을 찍는다. 좋은 한 컷을 찾겠다는 마음보다는 ‘찍는’ 행위가 품을 들이지 않아도 될 만큼 사소한 일이라서다.
캡처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세상이나 SNS를 돌아다니면서 좋아 보이는 건 캡처하지만 다시 보지는 않는다. 이번 주에는 67장의 캡처를 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캡처한 이미지를 보지 않았다. 그렇게 데이터 조각들이 쌓여가고 있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심연에서 먼지도 쌓이지 않은 채.
사진을 찍고 캡처를 할 때는 분명 무언가에 감탄했기 때문이었다. 영원히 그 순간을 기억하려고 카메라를 들이대고, 나중에 어떤 일을 할 때 도움이 되려고 스크린샷을 찍었다. 그래놓고는 왜 다시 보지는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핸드폰 앨범에만 들어가면 그냥 모두 시시해져 버리는 건지, 간편한 조작으로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라 사소하게 치부되는 건지 말이다.
그러다 누군가 ‘스크린샷 앨범을 0장으로 유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주 일요일에 그 주에 캡처한 것들을 모두 살펴보고 도움 되는 것들은 따로 메모를, 필요 없는 것들은 삭제하는 시간을 꼭 보낸다는 거다. 또 어떤 사람은 올해 목표로 ‘매일 앨범 10장씩 지우기’를 실천한다고 했다. 그제야 느꼈다. 앨범에 사진을 쌓고만 있는 이유는 내가 지금 내 삶을 돌보지 않는 것에 있다.
하루를 잘 살아내려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두 다리를 굳게 딛고 서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 속에 나를 붙들어 매지 않으면 시간의 속도대로 떠내려가 버릴 거다. 순식간에 몇 만장 쌓여버린 사진들처럼 말이다.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였던 사진 정리는 어떻게든지 때에 맞춰 시간을 들여 소화하고 정리해야만 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때를 놓친 바람에 사진들은 의미 없는 더미가 되었다.
하루에 몇 장일지라도 이제는 사진 정리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이번 주에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받아들이며 시간과 삶의 속도를 맞춰나가야 한다. 오늘 해야 의미가 있는 일에 기꺼이 품을 들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사소해 보였던 게 사실은 중요했던 것임을, 급하다고 생각했던 게 그리 급하지 않았던 걸 깨달을 거다.
그제야 내 삶의 키를 온전히 내가 지닐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