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하고 지난했던 #코로나일기
7.12 ~ 13 : 눈을 떴는데 아, 이제 정말 코로나구나 싶었다. 결연한 마음으로 코를 찌르고, 찔렀다 하지만 키트는 한 줄. 냉방병이었다.
7.25 ~ 27 : 목이 아예 나갔다. 쇳소리가 색색나고 기침을 아주 오지게 했다. 온몸이 누가 꼬집듯 아팠다. 아, 전에는 진짜 냉방병이고 이게 코로나구나. 하지만 신속항원은 음성. 의사 선생님도 코로나 같다고 잠복기 일지 모르니 내일도 코를 쑤셔보랜다. 하필 그 주 약속은 8개. 그 주의 모든 약속을 취소했다. 그다음 날은 통증이 더 심했고 키트에 미세한 줄이 있었으나 신속항원 음성, 그다음 날도 신속항원 음성. 삼일을 침대에서 앓았는데 그저 여름 감기였다.
8.10(수) : 아파서 눈이 떠지는 마법. 눈 뜨자마자 그동안 아팠던 건 정말 냉방병과 여름 감기였음을 여실히 깨달았다. 대구리 아픔 + 목 불탐 + 으슬으슬과 근육통 + 목소리 나감 + 숨 쉬면 기화되는 것처럼 엄청난 열이 났다. 전에는 그래도 어찌어찌 병원을 갈 조금의 힘이 났었는데 이번에는 아파서 침대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겨우 4족 보행하듯 기어가 키트를 샀다. 원래 키트 결과를 오래 기다렸었는데 이번은 용액 떨구고 5초 컷이었다. 아주 진한 두 줄. PCR 하러 택시 타고 보건소 가는데 10초에 한 번씩 너무 아파서 내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문제는 PCR 결과가 다음날 나와서 약이 없었다는 거. 그날 내내 디지게 앓고 밤에는 위를 뱉을 것 같은 기침 때문에 잠을 못잤다.
8.11(목) : 양성 문자가 왔다. 목이 다 갈려 기침을 할 때마다 인생 빠이하고 싶었다. 옴짝달싹 못하는 내게 답은 #굿닥 밖에 없었다. 굿닥으로 비대면 진료를 보는데 의사 선생님 목소리에 눈물이 났다. 4차 산업혁명 만세, 비대면 원격 진료 만세. 약이 집 앞까지 배송 올 수 있는 세상이라니 이보다 더한 호시절이 있을까? 굿닥아니었으면 진심으로 디지게 아팠을 거다.
아, 잠시 광주에 내려간 수진이가 코로나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자매가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코로나에 같이 걸린다고? 어처구니없지만 자매다워.
8.12(금) : 여전히 기침 때문에 잠을 설쳤다. 그래도 오전 7시면 마켓컬리에서 주문한 배도라지 진액이 온다. 여우를 기다리는 어린왕자의 마음으로 기침 한 번마다 배도라지 진액 생각을 했다. 진액은 어느새 10포를 비웠다. 11개째를 먹으려고 할 때쯤, 과로하고 있을 내 신장에 위로를 표하며 다시 기침의 세계에 몸을 맡겼다.
8.13(토) : 드디어 열만 조금 내려갔다. 도합 10개의 알약과 1개의 진해거담제로 이뤄진 코로나 약은 자꾸 나를 재웠다. 수면 패턴이 망하기 시작했다.
8.14(일) : 오전에는 몸이 좀 괜찮아서 과신했는데 오후에 들어서니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약 기운을 빌어 버텨왔다는 걸 깨달았다. 남들은 3일 아프고 만댔는데 나는 왜때문에..? 억 울 해
8.15(월) : 바라왔던 공휴일을 코로나로 뒤척이며 보냈다. 격리되면 나가고 싶어 죽을 줄 알았는데 그럴 힘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후각 상실
8.16(화) : 격리 마지막 날.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컨디션 바닥. 그리고 이제 코막힘과 무수한 마른기침이 찾아왔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낮잠을 전혀 안 잤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 것.
8.17(수) : 결국 낮 12시까지 24시간 동안 깨어있었다. 유튜브 우주의 신비도 먹히지 않았다. +마른기침 콤보까지. 회사에 하루 더 연차를 내고 간신히 세 시간여를 얕게 잤다. 그리고 저녁부터 두통이 다시 찾아왔다.
8.18(목) : 어제 먹은 게 체한 모양이었다. 회사에 일찍 가서 팔로우 업하려고 모닝콜을 7시에 맞춰놨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 시간마다 눈을 떴다. 그리고 7시부터 점심까지 아파서 뒤척였다. 고로롱 죽일 거야. 진짜 죽일 거야. 오랜만에 회사 책상에 앉으니 좋았지만 머릿속이 흐릿흐릿했다. 생각 -> 행동까지 버퍼링이 걸리는 기분. 최악이다.
8.19(금) : 여전히 마른기침과 불면증으로 컨디션 아주 나쁨
정리
———
찐으로 아파서 누워만 있었던 날 : 6일
후유증(3일 ~ing) : 기침, 후각 상실, 불면증, 두통, 소화불량, 몸살, 브레인 포그
팁: 자가키트 양성뜨면 보건소도 좋지만 이비인후과 추천. 그래야 약도 같이 바로 받을 수 있어요. 대신 신속항원이나 PCR 여부 꼭 물어보고 가기.
도움이 되었던 것들 : 반계탕 밀키트, 배도라지 진액, 굿닥 어플, 핸드폰 거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