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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밍 Oct 17. 2021

사랑해 마지 않는 10월의 부산 국제 영화제

다함께 글쓰계 - 세 번째 주제 : 좋아하는 공간




문토 이룰 님의 모임 '다함께 글쓰계'의 세 번째 모임 주제, '좋아하는 공간'에 관한 글입니다. 더 많은 글들을 보고 싶으시다면 여기 



우당탕탕 부산 국제 영화제 2박 3일 타임라인


1️⃣일차   

AM 7:30 싸늘하다.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곧 부산행 SRT를 타러 가야하는데 씻고 나오니 나갈 시간이다. 짐을 아직 다 싸지도 않았는데! 대충 옷을 가방에 구겨 넣고 택시를 잡는다. 제발 막히지 말아달라는 기도와 함께.  

AM 11:30 드디어 부산 도착! 바로 밀면집으로 향해 물밀면을 먹는다. 쩝, 온육수 먹고 싶은데 출발해야 하는 시간이다. 결국 조금 온육수를 뜨고 원샷한 다음에 친구한테 카톡을 보낸다. '나 금방 목구멍 샤브샤브 된 듯'

PM 2:00 첫 영화를 위해 택시를 타고 빠르게 이동한다. 부산은 택시 기사님들이 친절하다. '어디서 왔어요?, 영화 보러 여기까지 내려왔어요?' 하는 건 공통으로 하시는 말들. 열심히 밀면과 국밥과 떡볶이와 낙곱새와 곱창 맛집을 물어본다.  

PM 7:05 분명 여섯시 반에 끝난다 했는데 GV까지 마치니 이 시간이다. 다음 영화까지 시간이 없다. 빠르게 신세계백화점 지하에서 유부초밥을 두어개 사고, 바로 입에 넣고, 영화의 전당으로 다시 파워워킹을 하며 꼭꼭 씹어 먹는다. 시간은 없지만 밥을 굶을 순 없어!

PM 10:30   영화 3개를 모두 다 보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마지막 영화 너무 좋았지. 티켓팅 성공한 나한테 박수! 영화 여운때문이라도 이렇게 잠들긴 아쉽다. 배민을 켜 와인과 적당한 안주를 시킨다. 다이어리를 펴놓고 오늘 보고 느낀 걸 마구 적어내는데 술기운이 올라오는지 점점 글씨가 산으로 간다.  


2️⃣일차     

AM 9:50 나는 지금 눈앞에 영화의 전당과 신세계 백화점이 보이는 택시 안이다. 출근 시간이라 차가 많이 밀린다. 평소라면 진작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아참, 작년에도 이랬던 것 같은데.. 나 영화 볼 수 있겠지..?  

PM 12:20 어제 술을 마신 탓인지 오늘은 뜨끈한 국밥이 딱이다. 자주 가는 국밥집으로 가 수육백반을 시킨다. 고추에 된장을 찍어 아삭 씹어야 맛의 완성.  

PM 14:00 오늘은 일부러 아침과 저녁 영화만 잡아놨다. 영도의 '손목서가'에 가기 위해서다. 영화의 전당과는 버스로 거의 한 시간이 걸리는 거리지만 갈만한 가치가 있다. 카페 테라스에 앉으면 반짝이는 영도 앞바다가 한 눈에 보이는 마법같은 곳이다. 가을 낮의 테라스는 햇볕이 정말 따갑지만, 갈매기 소리를 ASMR 삼으려면 어쩔 수 없다. 드립커피를 다 마시면, 글뤼바인을 한 잔 더 주문하며 눈에 띄는 책을 꼭 한 권 산다. 찍어주시는 도장을 한 해 하나씩 모으는 건 소소한 재미.

PM 10:00 영화가 끝나자마자 상영관을 나서면서부터 카카오택시를 부른다. 민락어민활어직판장에서 밀치를 포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간 이모님들 집에 들어가신다. 택시에서 전화를 해놓은 덕분에 밀치 포장 완료! 숙소에 가면서는 대선 두 병과 하늘보리를 딸랑딸랑 들고 간다.  


3️⃣일차

AM 9:00 벌써 숙소를 떠나야 할 시간. 질러버린 부국제 굿즈들과 늘어난 짐들을 걸리적거리지 않게 잘 싸고 다시 영화의 전당으로. 오늘은 아침부터 영화가 네 개다. 챙겨온 비타민과 홍삼을 체크한다.  

PM 12:00 부국제 때문에 부산에 내려온 건 맞지만, 그렇다고 맛있는 음식을 먹지 아니할 수 없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작년부터 저장해놓았던 부산 맛집 리스트를 펴고 오늘의 기분에 제일 잘 어울리는 음식점으로 향한다.  

PM 3:40 점심을 너무 잘먹은 탓일까, 영화가 조용한 탓일까 이번 영화는 대차게 졸아버렸다. 눈을 뜨니 이미 크레딧은 올라가고 있고.. 이게 다 카페인 수혈을 못한 탓이다. 요즘 핫하다는 부산 카페 중 하나를 고른다. 조건은 너무 사람으로 붐비지 않고, 커피가 맛있으며, 글을 쓸 수 있을만큼 견고한 탁자가 있는 곳! 다음 영화 시간때문에 오래는 못있을테지만 그래도 얼추 한 시간은 있을 수 있다.  

PM 7:00 부산에서의 마지막 만찬. 아무래도 국밥을 한 번만 먹고 가긴 너무 아쉽지. 택시 기사님의 추천을 받아 현지인픽 국밥집에서 한그릇을 비운다. (종종 낙곱새로 대체되기도 한다)

PM 10:00  이번 부국제의 마지막 영화가 끝났다. 너무 헛헛하지만 난 다시 내일부터 현생을 살아야 하는 어른이인걸. 밤 열한 시 서울행 심야버스를 타려면 빨간 버스를 타러 뛰어야 한다.


이번에도 짧고 굵은 부국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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