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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월 Dec 14. 2023

밀당이 필요해

Job-念(잡념)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회사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동료였지만 업무적인 충돌로 인해 사이가 멀어지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식사나 회식 자리 등 각종 모임에 성실히 참여했는데 어느샌가 부서에서는 내 의견을 묻지도 않고 '당연히 참석할 사람'으로 보고 개인 사정으로 거절하면 초심을 잃었다고 합니다. 배려가 오지랖으로, 적극적인 태도가 승진에 목마른 사람으로 왜곡되어 직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듣기도 합니다. 나와의 친분을 이용해 업무를 은근슬쩍 떠넘기거나 격의 없이 상대를 대하는 척 선을 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사람들과 영원히 담을 쌓고 살 수는 없습니다. 회사에서는 소통이 중요하고, 우리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명령어 입력하듯 철저하게 업무적인 소통만 할 수는 없습니다. 감정이 있고 관계를 지향하는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나름의 경험을 통해 저는 회사에서의 관계를 이렇게 형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우정보다는 멀게, 남보다는 가깝게"



우정보다는 멀게


회사에서는 이익충돌적인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부서 간 업무로 인해 대립해야 할 상황도 생기고 부서 내에서는 팀 간의 업무 조정으로, 같은 팀 내에서는 서로의 업무 역량 차이 등으로 갈등 구조가 형성됩니다. 다소 무리한 업무 요구를 해야 할 때 혹은 상대방의 업무 실수를 바로잡아야 할 때 친분 관계가 있는 사람이 담당자일 경우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사회에서 친하게 지내고 싶은 유형과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싶은 유형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서글서글한 성격과 배려 넘치고 인정 많은 사람을 친구로 두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들은 업무 시에 우유부단하거나 정이 많아 이런저런 일을 모두 떠맡다가 정작 어떤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사람은 회사가 아니라 사회에서 만났다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생깁니다.


따라서 일로 만난 사이에서는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상호 간의 예의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지키고 업무적으로 요구 · 지시해야 할 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사이. 안부를 묻지만 지나치게 개인적이거나 사적인 것은 공유하지 않는 사이. 우정보다는 조금은 먼 사이입니다.


 

남보다는 가깝게


그렇다고 동료들과 완전히 남처럼 지낼 수는 없습니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든 아니든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이자 회사에서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고 내가 없을 때 나의 자리를 대신해 주며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가장 먼저 함께 화를 내주고 위로의 말을 건네주는 것도 동료들입니다. 


따라서 동료가 힘든 일을 겪었을 때 위로와 응원을 해주고, 즐거운 일이 있을 때 기뻐해 주며 업무상 곤경에 처했다면 모른척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도 내밀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모든 행동에 보답을 바라지 않습니다. 업무 부담과 책임을 짊어진 직장인들은 최후의 순간 자신의 이익을 따져 행동할 것입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친근한 동료에서 나를 괴롭히는 선후배 및 동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만 행동합니다. 기대가 없었는데도 상대방이 나에게 베푼다면 훌륭한 동료를 만난 것일 테죠. 먼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동료도 있습니다. 아무리 회사라는 곳에서 계산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해도 저 역시 운이 좋아 본받고 싶고 계속 알고 지내고 싶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감사한 일로 여겼습니다.




밀당이 필요해


결국, 회사에서도 약간의 밀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애를 할 때 밀고 당기기를 하는 이유는 관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궁극적으로는 연애를 지속하기 위함입니다. 회사에서도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직장 생활을 지속하는 데 도움을 얻고자 밀고 당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저의 이런 가치관이 지나치게 계산적이고 비정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저 역시도 시간이 지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생각이 바뀔 수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는데 관계라는 것은 중요하고 어떠한 태도로 관계에 임할 것인지 고민하고 그에 맞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회사에서 선후배 및 동기들과 관계를 맺고 계시나요? 그 가치관이 무엇이든 여러분이 회사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좋은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으며,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자신에게 꼭 맞는 가치관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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