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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월 Dec 14. 2023

'끝인상'의 중요성

Job-念(잡념)

처음 입사하거나 새로운 조직(부서, 팀 이동 등)에 들어갔을 때 주변 선배들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첫인상을 잘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인사 잘하고 긴장 풀어진 모습 보이지 말고 열심히 해라'

 

마냥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처음 접하는 외부 정보를 빠르게 판단해 나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판단하도록 진화해 왔습니다. 본능에 따라 직장 생활에서도 누군가를 처음 만나면 첫 대면 이후의 짧은 기간 동안 관찰하여 내린 결론으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그런데 이처럼 회사에서 ‘첫인상’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기조가 사실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첫인상’만 강조함으로 인해 ‘끝인상’의 중요성이 희석된다는 것. 두 번째는 ‘첫인상을 강조하는 기조’가 신입사원처럼 집단에 새로 들어오게 된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부담과 압박을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끝인상의 중요성

 

생각해 보면 우리는 누군가를 떠올릴 때 사실 첫인상은 별로 기억나지 않고 그 사람과의 최근 일과 관계성을 우선적으로 떠올립니다. 현재와 가까운 시점의 일이 더 잘 기억나기도 하고 사람을 파악할 때 오랜 시간 보고 판단한 정보가 더 정확하기 때문에 우리는 ‘끝인상’으로 그 사람을 상기합니다.

 

이에 더해 첫인상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포장할 수 있는, 한마디로 연기로 꾸며낼 수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 만난 사람의 첫인상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처음 본 사람이 과도한 친절을 베풀거나 상사에게 지나치게 충성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불편하고 기피하게 됩니다. 과연 이 사람은 1년, 2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부담스러운 친절과 과한 충성을 보일까 하고 경계합니다.

 

누군가를 5분 만나고 다시는 그 사람을 다시 볼 기회가 없다면 첫인상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라는 장소 특성상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함께 구성원을 이루면 최소 몇 개월에서 최대 수 십 년의 단위로 그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래서 꾸며진 모습이 아닌 장기간 진짜 나라는 사람의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는 ‘끝인상’을 좋게 남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처음이니까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글 서두에서 언급한 내용처럼 보통 새로운 집단에 들어갈 때, 주로 기존에 있던 선배들이 ‘첫인상 중요하니 잘해라’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선배가 후배에게 해주는 덕담으로 가볍게 들으면 좋겠지만, 신입사원들은 외부로부터의 사소한 자극 하나하나에 민감한 ‘멘탈 쿠크다스’ 상태입니다.

 

특히 낯선 환경에 발을 내딛는 첫날에 이러한 ‘첫인상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를 먼저 듣게 되면 그때부터 어떻게든 잘 보이려 노력하고 실수하면 안 될 것 같고 괜스레 조심스러워집니다. 혹시나 작은 실수를 하게 되면 이제부터 나는 폐급 직원으로 영원히 낙인찍히는 것인가 불안해하고 좌절합니다.

 

일을 빨리 익히고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업무에 도전하고 실패하면서(상사에게 혼나면서) 배워야 하는데 나쁜 첫인상을 주기 싫어서 소극적으로 생활하는 신입 직원들이 생기게 됩니다. ‘첫인상이 중요하니까 잘해라’라고 말하는 선배들이 어쩌면 후배들을 ‘선생님한테 혼날까 봐 틀린 문제를 속이고 오답노트를 숨기는 학생'처럼 만들어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하는데 오히려 방해하는 게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이제 조직에 처음 발을 들이며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분이 계시다면, 처음이니까 실수해도 괜찮습니다. 혹시나 나쁜 첫인상을 주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첫인상이 아닌, 사람들과 장기간 함께 근무하며 진짜 나의 모습과 경험을 토대로 발전시킨 역량을 보여주고 평가받는 끝인상입니다. 혹시나 나쁜 첫인상을 줬다고 낙담하지 말고 ‘오히려 좋아’라고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첫인상을 번복시킬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니까요.



잘 보이려는 노력보다는


제가 경험한 슬픈 현실은 직장 상사들은 아홉 번 잘하다 한 번 실수하는 사람에게 ‘그 친구 변했다. 예전 같지 않다. 초심을 잃었다. 군기 빠졌다.’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아홉 번 못하다 한 번 잘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 안 듣고 막 나가더니 이제야 정신 차렸다. 그 친구 내 밑에서 일하더니 사람 됐다. 이제야 적응하고 좀 제대로 한다.’라며 칭찬하는 모습을 많이 보였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처음부터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열심히 노력한 직원들이 몇 번의 실수로 상사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듣게 되면 그만큼 더 많이 실망하고 허탈함을 느끼는 상황을 지켜보았습니다. 직장 상사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처음의 좋은 인상은 자꾸 잊혀 가고 최근의 실수들을 더 크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본인의 진짜 모습을 감추고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초과하여 첫인상을 잘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던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감도 커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일부러 처음에 나쁜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심어주자는 말은 아닙니다. 다만,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에 대한 평가라는 것은 주관적이고 상황에 따라 내 의도와 다르게 인식될 수 있기에 '잘 보이려는 노력'에 집착하기보다는 진짜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동료들을 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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