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의 첫 차(茶)

by 티숙


나의 첫 차를 떠올려본다. 아마 보리 차였을 거다. 기억에는 없지만 보리차는 아기들도 마실 수 있으니 나도 그랬겠지. 첫 기억 역시 보리차다. 냉장고 안에 들어있는 절대 깨지지 않던, 어린 나의 손으로 잡기에는 무겁고 두꺼운 델몬트 유리병 안에 담긴 보리차.


엄마는 물이 필요하면 이른 아침 출근 전에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가득 받아 가스레인지에 올려두셨다. 워낙 커다란 주전자여서 물이 끓는 데까지 시간이 꽤나 필요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끈 뒤 손바닥만 한 보리차 티백을 넣으셨다. 그리고 나가시면서 '10분 후에 티백 빼고 물병에 따라놔'. 하셨다. 나는 항상 '10분'이라는 그 시간을 지키지 못했고 그 덕에 우리 가족은 일주일 동안 과하게 우려진 까만 보리차를 마셔야 했다.


주전자 안에 있는 티백을 잘못 건져서 티백이 터져버리면 수습이 어려웠다. 티백 안에 곡물 형태의 보리가 들어있었는지, 가루가 들어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꽤 여러 번 티백을 터트려 고생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