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두 번째 차(茶)

맛없는 녹차

by 티숙


탕비실 채우던 시절. 믹스커피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박스로 구매했다. 반면, 녹차는 6개월에 한 번 구매할까.

어디든 믹스커피 바로 옆에는 녹차 티백이 있다. 이 쭈구리 녹차 티백이 나의 기억 속 두 번째 차다. 처음 기억나는 녹차는 연두색 포장의 티백이었다. 그때는 그냥 ‘녹차’로 나왔던 것 같다. 그러다 노란 포장의 ‘현미녹차’가 등장했다.


달달한 커피를 두고 녹차를 마시는 사람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게 진짜 맛있어서 마시는 걸까? 맹물보다는 맛있어서 마시는 걸까? 아침에 많이 보던 건강 프로에서는 녹차의 효능에 대해 자주 말했다. 어디에 좋고 어디에 좋고.. 하루 한 잔을 마시면 어찌고 저찌고.. 아니 그래도 이 맛없는 걸 마신다니..


종이컵에 담겨 찰랑거리는 녹차 티백은 나에게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다. 낭만의 시절(?)에 회사를 다닌 나는 사무실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커피 or녹차를 항상 물어야 했다. '녹차 3, 커피 5..' 그냥 커피로 통일하지 무슨 녹차람.. 항상 녹차를 원하던 분이 계셨다. 그분은 녹차의 '온도'에 민감했다. 너무 뜨겁다고 하거나, 너무 미지근하다고 했다. 차라리 차가운 녹차를 달라고 하면 불만 들을 일이 없어 편했다. 날카로운 인상의 그 손님의 모습이 녹차에 겹쳤는지 나는 한 동안 녹차를 '예민한 놈'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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