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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물점 Jan 02. 2020

행복? 건강? 교육?  모두 이 만두 안에 있소이다.

아이들과 함께 꼭 만들어 먹어야 할 음식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2020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연말연초의 다소 들뜬 시간들을 뒤로하고, 아이와 어른 사이에 본격적인 겨울방학 기싸움이 시작되는 시기가 요즘일 것이다. 기싸움이라고 표현하면 다소 과격하다는 느낌도 들겠지만 아이들과 어른들이 집안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자연스레 다양한 갈등들이 표출되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지나친 과장은 아닐 것 같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이들의 방학은 부모님의 걱정과 함께 시작되고, 개학은 부모님의 환호성으로 시작된다고 하니까.

온라인에 널리 알려진 외국의 개학 날 부모님과 아이들의 표정

사진만 봐도 개학 날인지 방학 날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학 날의 부모님과 아이들의 표정은 어떻게 변할까? 각자의 상상에 맡겨 본다.


00 겨울캠프, 00 체험마당, 신나는 00 여행......

교육열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방학을 전후로 이 같은 현수막이나 홍보물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내 아이에게 보다 좋은, 보다 많은 경험을 시키고 싶은 부모님들의 마음을 묘하게 자극한다. 안 보는 척하면서도 재빨리 전체 내용을 스킵하는 게 오늘날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이 아닐까?


오늘부터는 20년 넘게 다양한 체험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며, 똑같은 세월 동안 두 아이를 키워낸 아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겨울방학을 맞이한 자녀를 둔 이 땅의 아빠와 엄마들께 꼭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활동을 소개하려고 한다. (특히 유아나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께 권한다) 


제1탄. '조물조물, 주물럭주물럭'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만두 만들 먹기' 프로젝트


최근 학교에서는 하나의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의 역할을 나누고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프로젝트형 수업이 강조되고 있다. 개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팀원들과의 협력적 관계, 의사소통능력 등을 중시하는 최근의 기업이나 사회적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는 수업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겨울철만 되면 온 가족이 함께 만두 만들어 먹기를 실천하고 있다. 굳이 먹는 음식 만들기에 실천이라는 말을 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그 정도로 만두 만들기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음식 이상의 소중한 가족 문화가 되었다. 학교에서 프로젝트형 협력 수업이 강조되는 요즘 시대에 만두 만들기야말로 교육적으로도, 두뇌 발달 측면에서도,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는 놀이 활동이라는 면에서도 완벽한 가족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특정 음식을 기피하는 아이들에게는 편식 습관을 개선해 주는 효과까지 가져다주었음은 더 말해 무엇하랴. 


내가 만두 만들기를 추천하는 이유

1. 만두는 스토리가 있는 음식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을 아우르는 역사성이 있고, 재료와 맛에 따른 지역성이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만두를 차례상이나 제사 음식에 올리기도 한다.


2. 만두피를 만드는 과정은 즐겁고 재미있으며 아이들의 뇌 발달을 자극한다. 소위 '액괴'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이이들은 손가락 끝의 그 느낌 하나하나를 즐긴다. 마른 밀가루에 대한 촉감부터 질퍽한 밀가루 반죽에 대한 촉감까지 아이들은 반죽의 과정에서 자신의 신경 세포를 자극하고 오감으로 기억한다.


3. 반죽을 잘게 잘라 둥근 막대기나 빈병으로 밀면서 동그란 만두피를 만들어 보자. 아이들은 들쭉날쭉 제대로 나오지 않는 모양에 실망하지 않는다. 실망할 필요도 없다. 어떤 모양의 피를 만들더라도 만두의 모양은 같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힘을 조절하는 능력을 배우고 둥근 만두피를 만들겠다는 목표의식을 지니게 된다.


4. 둥근 만두피로 꼭 만두만 만들어야 할까? 둥근 밀가루를 그냥 오븐에 구워 주자. 인도인이 먹는 '난'과 같은 맞을 느낄 수 있다. 세계 음식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밀가루의 중요성과 함께.


5. 만두소를 무엇으로 할까? 각자 의견을 내고 자신이 만들고 싶은 소를 만들게 할 수 있다. 꼭 김치를 고집할 필요도 없다. 일단 각자의 소로 만들어 나누어 먹어보게 하자. 김치 만두를 먹게 하고 싶다면 김치와 두부, 고기의 조합을 적절하게 스스로 조절해서 넣도록 한다. 라면 면발을 부수어 넣어도 좋다. 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창의성을 생기고, 함께 재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자기 주도성이 길러진다.


6. 만두를 빚을 때 각자 다른 모양으로 빚도록 한다. 그래야 함께 끓여서도 내 것을 찾을 수 있다. 이보다 더한 놀이는 없다.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들 때 아이들은 집중한다. 모양이 어떻더라도 무조건 인정해 주자. 다만, 왜 그런 모양으로 만들었는지 자상하게 물어보기만 하자.


7. 물을 끓이고 넣을 때 자신이 만든 것은 자신이 넣도록 하자.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요리의 전 과정에 아이들이 참여하게 하면 아이들의 흥미와 자신감이 높아진다.


8. 각자의 만두를 하나씩 가족들에게 선물하게 하자. 음식을 나누어 먹고 서로의 맛에 대하여 좋은 점을 말하게 하자. 아이들은 진지하게 맛보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살기 위해 먹는 음식에서 맛을 즐기는 음식으로 생각의 방향을 바꾸게 할 수 있다.


9. 만두를 먹을 때 부모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만두에 얽힌 과거사도 좋다. 음식에 가족의 스토리를 쌓아야 그 음식은 평생의 집안 음식이 된다.


10. 만두는 끓여서도, 쪄서도, 튀겨서도 먹을 수 있다. 얼려 두었다가 조금씩 꺼내 먹어도 좋다. 장점이 많은 음식이다.


11. 만두는 대개 겨울철에 많이 먹는 음식이다. 각 계절별로 집안에서 가족과 함께 만들어 먹는 음식을 하나씩 만들어 가자. 계절의 변화는 음식의 변화와 함께 찾아오고, 음식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가족에 대한 추억이 소복 소복 쌓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억은 끈끈한 가족 사랑의 촉매가 된다.

                                                                                                              (By 철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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