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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 내 삶이 한국으로 향하다

중국 소녀 링링의 한국 학교 적응기 2

by 철물점

열한 살, 소중한 내 삶이 한국으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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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한창 기승이던 2019년 8월 초. 나는 엄마와 함께 랴오양시를 떠나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는 비행기가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그때는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어.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빠르게 내달린 비행기가 하늘 높이 오른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을 정도였지. 불안한 마음이 가시자 그제야 비행기 아래로 하얀 구름과 푸른 땅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 내가 나고 자란 중국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땅은 얼마나 넓은지....... 그런데, 막상 드넓은 땅을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건 참으로 놀라운 경험이었어. 책으로 배운 지식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첫 경험을 그날 하게 된 거야.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꿈같은 시간이었지. 그렇게 1 시간 정도 지나자 비행기에서 보이는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어. 하얀 구름을 뚫고 녹푸른 숲과 벌판 대신 검푸른 바다가 나타나고 있었지. 그 순간 작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어.

'이제 비행기가 중국 땅을 떠나는구나. 랴오양이 아닌 새로운 나라, 새로운 땅으로 내가 옮겨지는구나.'

갑자기 진한 아쉬움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는데, 옆에 앉은 엄마는 이런 내 마음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두 눈을 감고 주무시고 계셨어.

'칫, 무슨 얘기라도 해 주시면 좋겠는데.......'

서운한 마음 때문인지, 괜히 떼를 쓰고 싶었는지, 엄마에 대한 서운함이 마구 밀려오더라.

'하긴 엄마는 한국에 여러 번 다녀오셨으니까.......'

사실 아빠는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일을 하고 계셨어. 그 훨씬 전에도 한국에서 일을 하신 적이 있었는데, 중국에 잠시 머무르시다 몇 년 전 다시 한국으로 떠나셨지. 그러니까 랴오양시에서는 나와 엄마 이렇게 둘이 살고 있었던 거야. 엄마도 일 때문에 한국에 다녀오신 적이 있으시니까 태어나 처음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향하는 나와는 마음이 같지 않았을 거야. 게다가 엄마는 새로운 학교에 들어가서 새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부담도 없으니 불안하지도 않았겠지.

'그래도 그렇지, 내 마음을 이렇게 몰라 주다니. 난 이제 겨우 열한 살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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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오게 되었어. 담임 선생님이 알려 주신 글이 있는데, 정현종이라는 분이 쓴 '방문객'이라는 시에 나오는 내용이야. 내 마음에 꼭 들어서 소개해 주려고 해.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나도 나의 과거와 미래와 함께 그렇게 한국에 오게 된 것 같아. 비록 열한 살 짧고 미숙한 일생이고 그리 어마어마하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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