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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5. 2020

15기의 복도에서 찾은 한꿈에 관한 물음표들

치열했던 고1 1학년(15기)의 한꿈은 지난 8월 25일 막을 내렸다. 한꿈이 끝난 후 일주일 후였다. 한꿈이 끝난 복도는 서늘했다. 가득 차있던 책상들과 의자들이 정리되고 누워있던 친구들은 사라졌고 노동요로 틀어지던 노래들은 자치를 감추었다. “한꿈이 끝나고 나니까 수업에 집중이 안돼”, “뭔가 허무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보였다. 커다란 일정이 끝나고 나서의 묘한 부재감. 일상과 한꿈의 경계 사이에서 친구들은 만나보았다.

“한꿈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라고 질문을 던졌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모른다-”고 답했다. 작년 선배들의 한꿈 후기집에 담긴 길상쌤의 인터뷰를 읽어주었다. 길상쌤이 한꿈의 목적과 의미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이었다. 


[한꿈은 첫째로 협업능력을 길러주는 목적으로의 교육 과정이다. 선생님께서 극한 상황이 닥쳐오면 다같이 힘을 모아 헤쳐나가려는 협업 능력이 나온다는 설명을 덧붙이셨다. 두 번째는 드라마의 시대에서 길러야 하는 스토리텔링 능력, 셋째는 음악, 미술, 연기, 대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능력들을 모아 하나의 극을 만들면서 멀티플레이 능력이 향상한다는 것이다.] 


“근데, 가장 중요한 목적은 관계 아니였어?”라고 한 친구가 말해주었다. 한꿈의 교육적 목적에 관한 길상쌤의 설명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내용이었으나 한꿈을 하는 과정에서 반 친구들과의 갈등, 그리고 갈등을 풀어내는 반복에서 배움을 얻는다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므로, 이 또한 한꿈의 교육적 목적이라 정의했다.

이렇게 한꿈의 교육적 목적을 4가지로 정리한 후 친구들에게 물었다. “너희는 한꿈을 하며 이 네가지들은 느껴본 적 있어?”

(다양한 답변들을 그대로 모아 정리해 나누었다. 답변들은 말의 정리를 거치지 않은 인터뷰 원본 그대로에서 따왔다.) 


“대부분의 목적들은 이루어진 것 같아. 반 친구들하고도 많이 돈독해진 것 같고, 하지만-”


#1 “한꿈을 한 이후에 정리를 하는 시간이 부족했어”

한꿈이 끝난 이후 15기 친구들은 학자 시간에 대청소를 진행 한 후 바로 수업을 진행했다. 한꿈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다같이 모여 한꿈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은 그 다음주 학자시간에 이루어졌다. 개인 후기를 쓰는 시간이 1시간 정도 주어지긴 했으나 마감일이 9월 달 말일이었기에 사실상 그 여운을 온전히 나누거나 되새김질 하지 못하고 한꿈 후기는 밀려버린 숙제가 되어버렸다. 이우학교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배움의 과정 뿐만이 아닌 내면화의 과정이다. 아무리 좋은 수업과 좋은 활동들을 많이 한다 해도 배움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내면화의 과정이 생략된다면 그것은 결코 배웠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선생님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유독 15기에게 내면화의 과정은 없었다. 문제공감프로젝트가 끝난 후 정리 없이 통합기행에 돌아오자마자 시작된 한꿈, 한꿈이 끝나자 시작된 주제탐구 프로젝트. 어지러운 일정 속에서 우리는 치열하게 무언가를 해나가지만 머릿속에 우겨넣을 뿐 정리되지 않은 마음들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결국 한꿈 후기의 마감일자를 알려준 순간 교실의 곳곳에서는 “아, 한꿈때 내가 느낀 거 하나도 기억안나”라는 말들이 터져나왔다. 우리에게 진하게 남은 한꿈 속 감정과 기억들은 어지러운 교실을 정리하며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1에서 드는 첫 번째 의문. “과연 우리에게 한꿈을 어떻게 남을 것인가” 


#2“완성도 있게 한꿈 극을 올리는 것과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관계가 양립될 수는 없을까?"

가장 많은 친구들이 공감한 이야기였다. 한 친구는 “해야 할 일들을 빨리 해야되고 급하니까 울고 있는 친구를 보면서 빨리해야 된다고 재촉하는 내가 슬펐다.”라고 말했다. “누군가 상처 받거나 갈등이 생기더라도 나중에 풀자며 미루게 되었다. 결국 미뤄져서 이야기장에서 풀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상처를 숨기고 일을 해야되는게 싫었다.” 한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은 극을 준비하며 부딪히는 반 친구들과의 관계이다. 의견충돌과 상처, 갈등을 반복하며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함께 공동의 일을 수행해나가는지에 대한 배움을 반복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 한꿈의 과정은 어땠을까. 한꿈 집중기간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은 너무나도 많았다. 2반에서는 중간에 이야기장을 진행할 때에도 손에 물감을 들고 소품을 만들며 이야기장을 진행했다. 관계와 감정들은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아니,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관계에서의 배움을 얻고자 하는 한꿈의 과정에서 우린 수많은 상처를 얻었지만 치유의 과정은 거치지 못했다. #2에서 드는 두 번째 의문. “결과와 과정 사이에서 우린 과정을 챙기지 못한 채 결과를 쫓고 있지는 않았나?” 


#3“우린 함께 했을까?”

두 개의 입장이 있다. 첫째, “하는 친구들만 열심히 한 것 같아. 한꿈에 애정이 있는 친구들만 열심히 하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폰을 하고 있거나 돌아다니는 모습을 많이 봤어. 이게 협업이라고 할 수 있나? 소수의 협업인 것 같은데.”

둘째, “한꿈을 하면서 열심히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녔는데 나는 미술을 잘 하지도 못하고, 노래를 하지도 못하고, 대사도 잘 쓰지 못하니까 할게 없었어. 같이 하고 싶어도 여기저기에서 그냥 다른 데 가라고 하다가 갈 데가 없어서 결국 잤지.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방황했어.” “나는 이우에서 같이 하는 활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왜 굳이 같이 하는건지..”

한꿈에 대한 온도차는 분명 존재한다. 누군가에게 한꿈을 오래전부터 기대한 꿈의 무대이기 때문에 욕심이 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하나의 수행평가 혹은 해야 하는 일로 자리잡는다. 두 입장 중 어느 하나의 입장이 잘못되었다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한꿈에 대한 온도차가 있다는 것이 모두에게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열심히 하고자 했던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친구들에게 대한 상처와 반감을 느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한꿈에 들어오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었다. “근데, 다같이 해야하는 일인데 당연히 모두가 열심히 해야되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던져졌다. 쉽게 정의 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글을 읽는 사람에게 답을 묻고 싶다. #3에서 드는 세 번째 의문. “함께 하는 일들에서 모두가 즐거울 수는 없는가?, 모두에게 의미있는 활동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4“왜 극적인 상황에 던져놓고 성장하라고 하는거지?”

한 친구는 “매번 학교에서 느끼는 거지만 한꿈이나 도보기행같이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나를 발견하고 찾으라 하는데 나 스스로 극한의 상황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내몰리는 것이다. 오히려 배움보다 상처 받는 것 같다. 우린 상처 받으며 무언갈 배워야하나?”라고 말했다. 반 마다 밤을 새는 횟수는 달랐지만, 80명 전원 중 한꿈을 위해 밤을 새지 않은 친구는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밤을 많이 샌 친구들의 경우에는 5일을 연달아 샌 친구들도 있었다. 작년까지의 일정과 다르게 방학 중 집중기간이라는 일정이 늘어났지만 개학 후 한꿈이 다가올수록 모든 반은 밤을 새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극한의 상황이 주어지고 그 안에서 혐업의 능력을 키우라는 것이 과연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극한의 상황이 만드는 협업의 능력이라 하는 것은, 함께 힘을 모아 공동의 성공적 경험을 경험하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라 생각된다. 몇몇의 친구들은 한꿈의 막판에서 모두들 지치는데도 해야 할 일이 많은 소위 ‘극한 상황’이 다가오자 협업이 무너졌다는 의견을 냈다. 다같이 즐겁게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모아 '일‘을 한 것이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타의로 몰아넣어진 극한의 상황은 오히려 많은 친구들에게 부담감과 상처로 다가왔다. #4에서 드는 네 번째 의문. “극한적 상황의 연속이 오히려 일상의 성장을 무너뜨리고 있지는 않나?”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몇 가지의 제안들을 적어보려 한다. 첫째, 1학기에 한꿈이 끝나면 한꿈에서 발현된 힘들이 방학을 거치면서 사라진다는 피드백에 따라 한꿈이 2학기로 옮겨졌다고 알고 있는데, 차라리 여운이라도 길게 남게 1학기가 나은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방학 중 집중기간을 차라리 내면화하고 정리하는 시간으로 썼으면 한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둘째, 방학 중 집중기간에 스토리 라인을 잡는 시간을 가졌으나 개학 후 리허설을 진행하며 스토리라인이 대폭 수정되었다. 방학 중 집중기간이 곡 필요했을까-라는 의견이다.

“한꿈에서 의미를 찾지 못했다“라는 의견들이 많은 15기의 복도에서 찾은 제안점은 이정도이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한꿈의 의미를 찾기 위해 생각 할 수 있는 해결방안들은 일정을 조정하는 것 밖에 없었다.

한꿈은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한꿈을 어떻게 붙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우리의 의문은 허공에서 맴돈 채 물음표로 남아있다.

@새벽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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