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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파이 Jun 07. 2022

퀴어가 뭔데?

[한 걸음 더 가까이, 퀴어하게] 김서형 / 임금비

성소수자는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성소수자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확한 사실을 공정하게 전달해야 할 언론과 매체는 여전히 성소수자의 ‘좋지 않은 면들’만 가시화하며 그들에 대한 혐오와 논란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참된 언론이라면, 그리고 참된 사람이라면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사회가 제대로 된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용기를 내어 그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한 걸음 더 가까이, 퀴어하게>는 그러한 맥락에서 기획한 언론 프로젝트입니다.



‘퀴어’ ‘성소수자’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더러운가? 내 주변에는 없었으면 좋겠는가? 성소수자/퀴어는 갑자기 생긴 사람이라거나 이론이 아니다.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퀴어는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해왔고, 미래에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언제나 함께할 것이다.


사실 검색 창에 ‘성소수자’라고 치면 정말 많은 혐오와 오해들이 쏟아져 나온다. 에이즈의 원인이 게이라는 유서 깊은 오해와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비둘기라고 생각하면 나는 비둘기야?’와 같이 트랜스젠더 및 젠더 퀴어를 혐오하는 발언부터, 게이와 레즈비언을 각각 ‘똥꼬충’과 ‘가위충’이라 지칭하며 조롱하는 댓글까지. 인터넷 속에서 성소수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일들은 무분별하게 이루어진다.


일상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SNS 피드에서는 ‘씹게이 특징’이라며 게이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이용하여 그들에 대한 혐오와 논란을 야기하고 있고, 학교와 일터에서조차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발언들이 넘쳐난다.


오늘의 기사는 <한 걸음 더 가까이, 퀴어하게>의 첫 에피소드로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답해보려고 한다. 도대체 ‘퀴어가 무엇인가?’ 성소수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인지, 도대체 ‘퀴어’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는지, 성 정체성인 뭐고 또 성 지향성은 무엇인지 함께 알아가 보자.


본격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해 알아가기 전, 이우고등학교의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현황을 알아보자. 총 64명의 학생 및 교직원이 설문에 응해주었다.






먼저 설문자에게 성소수자 ‘개념’ 인식 현황에 대해 물었다. 첫 번째로 했던 ‘나는 성소수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모든 투표자가 ‘그렇다’라고 답변을 해 주었다. 그렇다면 성소수자를 뜻하는 또 다른 단어, ‘LGBT’에 대해서는 어떠할까? ‘나는 ’LGBT’가 무엇의 약자인지 알고 설명할 수 있다‘라는 질문에 대해 ’무엇의 약자인지 모르고 설명할 수 없다’가 54.7%(35명), ‘무엇의 약자인지 알고 설명할 수 있다’가 나머지 45.3%(29명)의 투표율을 얻었다. 또한 ‘나는 성 정체성, 성 지향성, 지정 성별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이 셋을 구별할 수 있다’라는 질문에는 42.2%(27명)가 ‘없다’에, 57.8%(37명)가 ‘있다’에 답을 해 주었다.







이번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에 대해 물었다. 먼저 ‘나는 성소수자에 대해 잘 안다’라는 질문에서 ‘잘 안다’에 답한 사람은 39.1%(25명), ‘보통이다’라고 답한 사람은 50%(32명), ‘잘 모른다’고 답한 사람은 10.9%(7명)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투표자가 성소수자에 대해 조금은, 또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성소수자에 대해 이우고 학생 및 교직원은 어떻게 생각할까? ‘긍정적이다’와 ‘부정적이다’ 사이의 스펙트럼을 5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투표한 결과(숫자가 클수록 ‘긍정적이다’에, 숫자가 작을수록 ‘부정적이다’에 가깝다), ‘5’와 ‘4’에 투표한 사람은 합쳐서 78.1%(50명), ‘3’에 투표한 사람은 12.5%(8명), ‘4’에 투표한 사람은 9.4%(6명), ‘1’에 투표한 사람은 0%가 나왔다.


이러한 투표 결과를 통해 이우고등학교 학생 및 교직원의 대다수는 성소수자의 존재에 우호적이지만, 그에 따른 ‘개념’의 경우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의 비율이 거의 1:1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우고등학교의 성소수자 인식 관련 현황을 살펴보았다. 이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이우고등학교 3주체에게 알려 줄 ‘진짜’ 정보를 기사화해보려고 한다.




1. 퀴어? 성소수자?

성소수자는 성 정체성, 성별, 신체상 성적 특징 도는 성적 지향과 같이 성적인 부분에서 사회적 소수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의미한다. 흔히 이들을 ‘LGBT’라고도 지칭하는데, 이는 각각 Lesbian(여성 동성애자), Gay(남성 동성애자), Bisexual(양성애자), Transgender(트랜스젠더)의 앞 글자를 따 만들어진 말이다. 요즘은 더욱 포괄적인 의미로 LGBT 뒤에 ‘+’를 붙이거나, ‘LGBTQ’, ‘LGBTQ+’, ‘LGBTAIQ+’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때 ‘Q’는 성 정체성이나 사회적 성, 성적 지향을 확립하지 못하고 스스로 질문하는 사람인 퀘스쳐너리를, ‘A’는 성적 끌림이나 연애적 끌림을 경험하지 않거나 매우 드물게 격은 무성애자를, ‘I’는 생물학적으로 태어날 때 부터 생식기나 성호르몬, 염색체 구조와 같은 신체적 특징이 이분법적인 성별(여성과 남성)에 맞지 않는 생물학적인 성소수자인 인터섹스(간성)을 의미한다.


성소수자를 이르는 또 다른 말에는 ‘퀴어(Queer)’가 있다. 퀴어는 ‘기묘한, 이상한’의 뜻을 가진 단어로, 과거에는 동성애자를 비하하거나 경멸할 때 사용되었던 말이다. 하지만 1980년대 동성애자 인권 운동이 시작되며 그러한 부정적인 의미는 사라지고 현재는 성소수자를 포괄하는 의미의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2. 젠더(gender)와 섹스(sex)는 무슨 차이가 있나요?

sex는 ‘생물학적 성’을, gender은 ‘사회적/문화적 성’을 의미한다. 생물학적인 성별(sex)은 간단하게 평소 우리가 여자화장실, 남자 화장실을 가는 기준이라 생각하면 된다. (물론 생물학적 성과 화장실의 성별을 동일시하는 것에는 약간의 오류가 있다. 여기서는 이 문제는 깊이 다루지 않겠다.) 문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우리는 누군가의 성별을 그들의 ‘생물학적’ 특징만을 통해 판단하지 않는다. 우리의 ‘성별'은 때로 사회적/문화적/심리적 영향을 받으며 ‘생물학적’ 성별로 자리 잡는다. 즉, 우리가 생물학적 성이라고 여기는 것에도 사회와 문화의 영향이 많이 관여한다. 젠더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파생되었다. 생물학적 성별과 성별 이분법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별을 인정하고, 생물학적 성별에도 사회와 문화의 개입이 있음을 인정하는 움직임이라 볼 수 있다.


젠더는 생물학적 성별보다 더 유동적이다. (정체성의 유동성이라기보다 정의의 유동성) 그래서 개인이 자신의 젠더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인에 대한 탐구가 가장 우선된다. 또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성별’을 생각하면 ‘sex’를 더 많이 떠올렸지만 이분법적으로 남성과 여성만 인정하는 ‘sex’에 반해 다양한 퀴어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가진 ‘gender(젠더)’라는 말을 사용하길 권장하고 있다.


젠더와 관련해 최근 가장 화두에 오른 주제는 ‘성중립 화장실’이다.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초기의 맥락을 잃었는데 말하면 ‘all gender toilet(bathroom)’이다. 모든 젠더를 위한 화장실이라 말할 수 있겠다. 기존의 화장실은 생물학적 성별 중 하나인 인터섹스(간성)이 제외된다는 문제점 외에도 성별 이분법적인 고정관념이 반영된다. 또한 장애인을 포함한 소수자들도 차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라는 점에서 해외에서는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필자가 캐나다에 잠시 머무는 동안 교회에서 성 중립 화장실(for all gender)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교회라고 하면 보수적인 이미지를 많이 떠올려왔는데 캐나다에는 교회에서도 소수자를 위한 배려가 잘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젠더라는 용어가 단순히 성별을 정의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평등에 대한 고민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 성 정체성, 성 지향성, 지정 성별

‘성 정체성’은 쉽게 말해 ‘성에 대한 자신의 정의’이다. 흔히 우리는 sex(생물학적 성)로 여성, 또는 남성으로 정의되는데 여기에서 퀴어로 확장되면, 생물학적 성별이 여성 혹은 남성이더라도 퀴어로서 더 다양한 정의가 나타날 수 있다. 잘 알려진 트랜스젠더 역시 성 정체성이라 할 수 있다. 트랜스젠더는 gender(사회적/문화적 성)와 sex(생물학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 반대로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문화적 성(gender) 이 같은 경우 우리는 이들은 시스 젠더라고 부른다. 트랜스젠더와 시스 젠더는 반대말이라 할 수 있다.


‘성 지향성'은 ‘자신이 이끌리는 성별(sex 또는 gender)’을 가리킨다. 가장 많이 알려진 성 지향성은 이성애와 동성애, 양성애가 있으며, 그 외에도 범성애, 무성애 등이 있다. 성정체성은 gender의 의미가 강하지만 간성(인터섹스)와 같이 지정 성별에서 인정하지 않는 생물학적 성별(sex)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성정체성은 '내가 누구인지’에 관한 문제라면, 성 지향성은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늦게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을 알게 된 경우 ‘성 정체성을 늦게 찾아서’라는 말은 모순이다. ‘성 지향성을 늦게 찾아서’라는 말로 고쳐주어야 한다. 보편적으로 성 정체성이라는 단어가 성 지향성이라는 단어에 비해 친근하지만 엄밀히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은 다른 것을 가리키는 단어이므로 잘못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지정 성별은 영어로 ‘assigned sex at birth’이다. 다시 말해 출생에서 지정한 성별을 말하며, sex와 gender 중 sex의 의미가 강하다. 문서에서 기록되는 성별이라 생각하면 쉽다. 여성을 지정 성별로 가진다면 AFAB(assigned female at birth) , 남성을 지정 성별로 가진다면 AMAB(assigned male at birth)이라 한다. 지정 성별은 생물학적 성인 sex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만 sex 자체의 의미보다 더 성별 이분법적이다.






첫 번째 기사를 마무리하며..

자신이 퀴어(성소수자)를 차별한 경험을 떠올려보라고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질문에 긍정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많은 이가 비성소수자(성다수자)로부터 차별의 기억을 가지게 된 것은 gender에 대한 무지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가까운 청소년의 사회에서 동성의 친구와 엮이게 되면 ‘너 그런 취향이구나’ ‘나는 존중해’와 같은 반응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이 ‘익숙하지 않은 존재’임을 존중한다는 말로 다시 각인시키므로써 타자화한 것이다.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존재에 대해 존중한다는 말없이도 존중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존중은 선언이 아닌 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아직 입을 떼지 않은/못한 성소수자들은 충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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