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연
최근 이우학교 급식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실제로 자율배식코너가 생겼고, 기성품이 제공되는 일이 늘었으며, 새로운 형태의 식판 도입도 고려되고 있다. 급식 문화도 변화하였다. 과거에 비해 급식에 소위 말하는 ‘맛있는 음식’, 예컨대 고기나 과자 같은 음식이 제공되는 일이 잦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외부 음식 반입도 늘어났는데, 이에 대한 자정이 잘 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우학교 급식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그 답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학기 이우급식에 대해 연구한 고등학교 3학년 곽윤하 학생을 인터뷰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우학교 급식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생명윤리를 세우는 것. 우리 학교는 동물권 자체보다는 생태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생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채식을 추구하고, 고기를 먹더라도 무항생제나 동물복지 여부를 확인한다. 그렇게 정성스럽게 길러진 것들이 우리 몸에 좋고, 또 동물을 인도적으로 기를 필요가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굶주린 자들과 환경, 그리고 만든 이의 정성을 생각해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는 학교에서 올바른 먹거리 선택을 훈련한다. 이는 자연의 일부임을 자각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둘째는 잃어버린 관계를 되찾는 것이다. 도시화의 진행으로 많은 사람이 땅과 멀어지고, 밥을 쉽게 생각하고, 환경과의 관계가 끊어지게 되었다. 이런 끊어진 부분을 회복하는 것 역시 이우 급식 철학의 핵심이다. 밥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하고, 그런 업종에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이 여기에 포함된다. 생산자 직거래나 농촌배움활동이 이런 맥락을 가진다.
먼저, 2019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유행은 급식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시기 생산자 직거래가 끊겨서 지금은 생산자 직거래를 하지 않는 상태다. 현재 이우학교는 성남급식센터로부터 식재료를 받아 급식을 조리하고 있다.
또한 무상급식의 시행과 많은 밥선생님들의 정년퇴직으로 이전처럼 급식을 조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무상급식 시행으로 급식에 사용되는 예산을 정부가 편성하게 되어 학교가 사용할 수 있는 인건비가 줄었다. 이에 따라 밥선생님도 7명에서 5명으로 줄었는데, 식재료 전처리를 하는 것 등 이우급식 특유의 운영 방식을 고집해서 노동의 강도가 높아졌다. 게다가 베테랑분들이 있으실 때까진 괜찮았으나, 현재 베테랑 선생님께선 모두 정년퇴직하시고 신입분들이 새로 들어오셨다. 그중에는 이우학교에서 처음 급식 조리를 맡은 분도 계셔서 밥선생님의 노동 강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식 시스템에 여러 변화가 생겼다. 식재료의 70% 정도를 전처리가 된 것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수제식품 대신 가공식품을 사용하는 빈도가 늘었고, 무거운 압력 가마솥 대신 가스 무압력 취사기를 사용하게 됐다. 여러 조건이 변했기에 밥선생님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하려면 이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급식에 대하여: 현실을 생각했을 때 이우학교의 급식 철학을 조금 내려놓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급식실도 사람이 일하는 곳이니 밥선생님들의 노동 강도를 생각해 바꿔야 하는 부분은 바꾸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반기지 않는 변화도 있는데, 그것은 학생들의 결식 사유 등 급식에 대한 관점이 단순히 맛에 국한되는 것이다. 지금 급식은 고기도 많고 가공식품도 많고,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입맛에 맞춰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맛으로 오늘 결식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외부 음식에 대하여: 나도 외부 음식을 먹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시험 기간에 커피를 마시곤 한다. 외부 음식 반입에 관한 규칙을 학생들이 지키지 않는 까닭은 왜 규칙을 지켜야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외부 음식 매뉴얼이 개정될 때 논란이 있었는데, 어쨌든 핵심은 외부 음식이 생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수입식품은 유통과정 중 탄소 배출량이 많고, 과자와 같은 음식은 몸에 나쁜 화학성분과 인공적 재료가 많은 데다 GMO 식재료가 함유됐을 수 있다. 올바른 식습관을 위해 학교는 외부 음식을 제한한다. 외부 음식과 관련된 규정은 이우 철학을 실천하는 또 다른 규칙이므로 잘 지킬 필요가 있다.
이번에 연구를 진행하면서 학생급식위가 진짜 들어야 할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으며, 내부에서만 얘기가 오가고 있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결식 관련 문제를 해결할 때 결식하는 사람의 얘기를 깊게 듣지 않는데, 그들의 생각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무언갈 시도하기 전부터 걱정이 많은 것 같다. 재작년 학생급식위는 결식의 원인을 매점으로 여겨 밥을 먹은 학생에게 도장을 찍고, 도장을 받은 학생만 매점 이용이 가능하게 했었다. 그런데 시도하기 전부터 이건 이래서 안 될 것 같다, 저건 저래서 안 될 것 같다는 얘기가 한참 오갔다. 일단 우리는 시도를 해봐야 하는데 걱정이 앞서 시도가 위축되는 게 아닌가 싶다. 한편으로 요즘 급식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외로운 위치이기도 한 것 같다. 어쨌든, 학생이 결식 문제의 핵심이므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학생들이 급식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체 내에서 관련된 이야기가 활발히 오가는 게 중요하다. 그러다가 문제가 나오면 같이 해결하면 된다. 입시 같은 화제는 학생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서 곧잘 얘기되는데, 급식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수면 위로 문제가 잘 떠오르지 않다 보니 현실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고착화되는 일이 잦다. 그러니 많은 학생이 이우 급식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이우급식의 변화는 단순히 급식의 구성이 과거로 돌아가면 될 뿐인 문제가 아니다. 급식 변화의 요인은 예산감축으로 인한 조리 과정의 변화, 코로나 사태 이후 변화한 식재료 수급의 방식, 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부적절한 태도 등 복합적이다. 이러한 과도기에 이우의 급식 철학을 지키려면 그 가치를 지키려는 학생들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요즘 먹거리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어떠한가. 점심을 먹기 귀찮거나 별로 먹고 싶지 않다는 기분만으로 결식하고 있지 않은가? 급식의 영양이나 거기에 담긴 영양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맛으로만 퀄리티를 판단하지 않는가? 맛있어서, 싸서, 혹은 간편하다는 이유로 쉽게 외부 음식을 소비하진 않는가? 이우급식을 제공받는 학생으로서 우리의 먹거리와 식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각자에게 급식이 어느 정도의 우선순위를 가지는지, 여러 핑계를 대며 급식 철학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진 않은지 돌아볼 때다.
물론 모든 일은 행동으로 완성된다. 직접 결식을 하지 않고, 밥을 남기지 말고, 외부 음식을 경계하고, 학교 밖에서도 이를 실천하여 바른 먹거리 문화를 내면화해야 한다. 더불어 학생급식위의 역할도 중요하다. 인터뷰이가 말했듯 급식위는 결식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의 의견을 꼼꼼히 듣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이우학교의 학생 주체로서 우리에겐 올바른 급식 문화를 유지할 책임이 있다. 정말 이우의 급식 철학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