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쓰고 잘 고르고 오래 입어라

- Vivienne Westwood / 정의현

by 와이파이

세기말 감성이 유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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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천년을 맞이한 90년대의 패션 트렌드는 ‘변화’와 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낯설게 바뀐 환경과 기술의 발전으로 이것저것 많은 분야의 변화가 일어났고 패션 트렌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 변화, 곧 트렌드의 첫 번째는 다양한 스타일의 혼합이었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볼 수 있는 문양, 소재, 실루엣 등이 합쳐져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되었다. 바로 에스닉 스타일! 지금도 사랑받는 스타일이다. 더 좁혀보면 젠스타일이 있는데, 간단히 말해 동양과 서양의 혼합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스타일이다. 90년대 말, 미니멀리즘 사고가 패션에도 큰 주목과 영향을 가지게 됨으로써, 미니멀리즘 패션과는 조금 다르지만 같은 결을 가진 젠스타일 (절제, 단순, 간결, 따듯한 색감, 동양적 사고 반영 등) 또한 주목받게 되었다. 하지만 대륙과 바다를 건너서만이 문화의 혼합의 과정은 아니다. 익히 알고 있는 힙합 스타일, 그리고 그런지 룩을 보면 알 수 있듯, 한 대륙 여러 문화 (펑크, 히피 스타일 등)의 혼합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탄생이었다.


두 번째로는 복고이다. 다른 어떤 단어보다 패션계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제일 익숙한 단어는 바로 ‘레트로’일 것이다. 사실 지금 레트로라는 이름으로 가져오는 소스들은 대부분 90년대의 패션 아이템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당시에도 레트로 패션, 복고가 하나의 트렌드였다. 세기말 영국 귀족의 아이템을 가져와 활용하는 등의 모습을 당대의 복고라고 볼 수 있겠다. 50년대와 70년대의 여러 스타일이 혼합되어 생겨난 복고, 캐주얼 스타일이 인기를 끌었다.


앞서 세기말이라는 단어와 신기술 그리고 그변화로 인한 향수와 기대라는 문장으로 여러 패션의 탄생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가 다가오고 인터넷이 급속히 발전하는 등의 변화에 따라 당시 사람들의 사고와 심리적 변화가 반영되는 사회적 현상으로 보인 것은, 패션이 매년 s/s f/w 컬렉션 디자이너들과 패션쇼, 명품에 죽고 사는 이들에게만 한정되어 즐기는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패션 또한 각 시대의 핵심적 사고와 정치, 사회적 흐름이 잘 드러나는 문화이다.


지금은 2020년, 90년대, 00년대, 10년대를 지나고 모두 2020이라는 낯선 숫자에 잔뜩 불안하고 기대하며 (어쩌면 기대감이 더 컸던 거 같지만) 새로운 년도를 맞이했다. 30년 후 2020년의 패션 트렌드는 그렇다면 무엇일까?


패션의 환생, 지속 가능한 패션

이번 패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역시 ‘복고’이다. 복고 트렌드는 제 작년부터 쭉 있어왔던 거 같은데 올해도 여전히 핵심적이다. 하지만 단순 ‘복고’의 모습만이 아닌 패션계에서 영감을 받고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사실 복고 트렌드가 가지고 있는 여러 영향과 핵심 사고이다.


복고는 지속가능한 패션과 맞물려 작용한다. 예를 들어 엄마, 아빠 옷장에서 꺼내 입는다는 옷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정말 그 시대에 있었던 옷을 입음으로써 복고의 제대로 된 느낌을 살릴 수 있다는 즐거움을 가질 수도 있고, 버려질 옷을 새로운 옷 대신 입음으로써 절약하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것. 굳이 가족들의 옷장이 아니더라도 구제 옷가게에서 옷을 구입하는 것도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또 두 번째로 디자인된 그 옷이 가진 환경, 윤리적 메시지에 주목한다. 한 때 부를 과시할 수 있는 명품 옷 중 가장 유행이었던 명품은 모피코트였다. 누구나 부잣집 사모님이라고 불리는 지위를 가진 혹은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가지고 있어야한다고 하던 모피코트는 가짜 털이 아닌 진짜 동물의 털에 수제로 만들어졌다는 보증이 있어야 진짜 명품으로 인정받았다. 가죽 핸드백, 가구, 벨트도 마찬가지의 보증을 가져야만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명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가짜를 우리는 소비한다. 시간이 지나고 여러 동물 단체와 시민 단체로부터 시작하여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진짜 모피코트와 가죽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잔인함이 알려지자 더 이상 사람들은 그런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인정해주고 우러러보지 않게 된 것이다. 오히려 몰상식하다는 반대의 개념으로 생각하였다. 현재 이러한 변화로 여러 패션쇼에서도 인조 가죽, 페이크 털 소재를 활용한 옷들을 내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연에서부터 영감을 받은 소재들 (오가닉 소재 사용, 뉴트럴 프린트,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색 등) 을 적용한 옷들 또한 2020년 주요 트렌드가 반영된 디자인이다. 특히 베르사체의 spring summer 2020 Ready-to-Wear Fashion Show의 핵심 키워드이기도 하였는데, 에메랄드 색과 바다나 밀림, 숲에서 볼 수 있는 색을 조합하고 프린트에 자연의 모습을 담는 등으로 표현된 옷들이 많이 나왔다. 이런 소재들과 프린트는 자연을 바라보는 사고와 앞으로의 지속 가능한 소재의 발견으로 디자인되었는데, 자연을 소비하는 자원이 아닌 만물의 어머니(대자연)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의미와 더불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패션을 향한 의지를 가진다. 또한 오가닉 코튼(오가닉 소재)은 자연 환경에 해를 끼칠 수 있는 화학 물질을 최소화하여 재배한다는 장점과 적은 양의 투입물과 물만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있어 대체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패션의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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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쓰고 잘 고르고 오래 입어라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 등으로 세계의 흐름을 금방 파악할 수 있어 패션 시장은 반짝 유행했다가 반짝 사라지는 스타일의 제품이 많아졌다. 빠르게 생산되는 속도에 맞추어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더 많이 소비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금세 다시 옷장으로 들어가거나 버려지는 의류의 양은 더 어마어마하다. 이 과정으로 또 다시 의류제품은 끊임없이 대량생산되고, 그럴수록 버려지고 입지 않는 옷의 양은 더 많아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계속해 돌고 있는 이런 상황을 패스트 패션이라고 부르고, 2020년 현재는 그보다 더 빠른 울트라 패스트 패션 시대라고 불린다.


2017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의류 생산단계에서 배출된 폐섬유는 하루에 약 244톤에 달하고, 연간 따라서 약 8만 200톤의 폐섬유가 발생한다. 섬유뿐만 아닌 다른 여러 소재들도 합하면 쓰레기의 양은 더 늘어나고, 특히 구두나 가방에 사용되는 폐피핵은 다른 방법이 불가능하여 소각처리만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인터넷에서 옷을 고르고 구매하고 버릴 때에는 이런 영향력을 실감하기가 힘들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주 입는 청바지가 무슨 환경오염을 불러 일으키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우리는 청바지가 어디 제품인지, 어느 브랜드인지는 잘 알고, 꼼꼼히 가짜는 아닌지, 유행하는 스타일인지는 따져보고 구매하지만 청바지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물 1천 500리터가 사용되고 다 만들어진 후 생기는 화학물질의 10%~15%가 폐수가 되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통계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패션은 단순 선택지가 아닌 지구촌 어디를 가도 누구나 관심거리인 주제다. 비록 서로가 추구하는 스타일, 그리고 영감을 받고 적용한 의미는 모두 다 다르지만, 울트라 패스트 패션 시대에서 우리가 입는 옷과 패션의 질은 더 이상 비싼 값, 유명 브랜드, 유행하는 스타일과 꼼꼼히 처리된 바느질이 결정하지 않는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부정적인 영향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좋은 영향을 내가 가질 수 있는지, 이 옷을 입음으로써 나와 내 옷에 담긴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지, 등을 알고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그 질을 높인다.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디자이너가 하신 말이다.

“적게 쓰고 잘 고르고 오래 입어라. 덜 사고 잘 고르세요.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지나치게 옷을 많이 사는 경향이 있어요.”




출처:

https://www.fashionn.com/board/read_new.php?table=1002&number=31543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5/2020022500049.html

https://www.oxfam.or.kr/secondhandseptember/

https://www.pinterest.co.kr/pin/772789617297360533/

이미지 출처

https://m.cafe.daum.net/SoulDresser/FLTB/265849?svc=daumapp&bucket=toros_cafe_channel_be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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