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작가
연잎주 막걸리에 대한 강의가 있는 날이라 신평양조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만드는 백련 막걸리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지역에서 소문이 난 막걸리는 면천 막걸리라서 가끔 남편과 반주로 마시기도 하고 딸과 사위가 오면 음식과 함께 내놓기도 했다. 지역에서 만드는 막걸리는 하나뿐인 줄 알았다. 오늘 새로운 막걸리를 알게 돼서 반갑고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신평양조장에서 백련 막걸리의 역사를 듣고 막걸리 시음을 했다. 사실은 막걸리 시음을 기대하고 왔다. 마음 편하게 시음하기 위해서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술 한 모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이라 운전할 수가 없다. 예전에는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느낌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 마실 수는 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술을 더 자주 마신 것 같다. 집에서 남편과 저녁 먹으면서 한 잔씩 마시다 보니 이젠 가볍게 마실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가끔 좋은 사람들과 마시는 술은 판소리의 추임새 같아 더 즐겁게 해 준다. 몇 해 전에는 강아지 모임에서 만남 이들과 회식을 자주 했다. 그런 자리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늦게까지 즐겁게 지냈다. 그런 술자리 덕분에 우리는 더 친해졌다. 술을 마실 줄 알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되었다. 시음한 백련 막걸리는 기대한 것보다 더 맛있었다. 탄산이 없고 부드러우면서도 달았다. 왠지 오늘 ‘백련 막걸리’라는 추임새 하나를 더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나중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고 싶은 술이었다.
시음이 끝나고 직접 막걸리를 담아보는 체험을 했다. 처음 담아보는 막걸리라 기대와 걱정이 섞였다. 양조장에서 어린아이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다 해줘서 쉽게 마무리했다. 하루가 지나고 뚜껑을 열어보니 벌써 막걸리 비슷한 냄새가 났다. 신기했다. 술이 잘 익어가길 바라면서 나무 주걱으로 휘저어 주었다. 달콤한 막걸리 냄새를 맡으며 문득 궁금해졌다. 내 삶은 잘 익어가고 있는지. 그 순간 톡 하고 마음에 거품이 이는 느낌이 들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준 고두밥이 생각나고 심부름으로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 담아가다 뚜껑에 살짝 맛본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런 순한 추억들이 나를 익어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백련 막걸리처럼 잘 익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