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녀작가 May 15. 2024

익어가는 소리

엄마작가

 연잎주 막걸리에 대한 강의가 있는 날이라 신평양조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만드는 백련 막걸리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지역에서 소문이 난 막걸리는 면천 막걸리라서 가끔 남편과 반주로 마시기도 하고 딸과 사위가 오면 음식과 함께 내놓기도 했다. 지역에서 만드는 막걸리는 하나뿐인 줄 알았다. 오늘 새로운 막걸리를 알게 돼서 반갑고 맛이 궁금하기도 했다.


 신평양조장에서 백련 막걸리의 역사를 듣고 막걸리 시음을 했다. 사실은 막걸리 시음을 기대하고 왔다. 마음 편하게 시음하기 위해서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 술 한 모금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체질이라 운전할 수가 없다. 예전에는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하는 느낌이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 마실 수는 있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술을 더 자주 마신 것 같다. 집에서 남편과 저녁 먹으면서 한 잔씩 마시다 보니 이젠 가볍게 마실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가끔 좋은 사람들과 마시는 술은 판소리의 추임새 같아 더 즐겁게 해 준다. 몇 해 전에는 강아지 모임에서 만남 이들과 회식을 자주 했다. 그런 자리에는 술이 빠질 수 없다. 술을 마시면서 우리는 늦게까지 즐겁게 지냈다. 그런 술자리 덕분에 우리는 더 친해졌다. 술을 마실 줄 알아 다행이라는 생각을 그때 하게 되었다. 시음한 백련 막걸리는 기대한 것보다 더 맛있었다. 탄산이 없고 부드러우면서도 달았다. 왠지 오늘 ‘백련 막걸리’라는 추임새 하나를 더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나중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고 싶은 술이었다. 


 시음이 끝나고 직접 막걸리를 담아보는 체험을 했다. 처음 담아보는 막걸리라 기대와 걱정이 섞였다. 양조장에서 어린아이도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다 해줘서 쉽게 마무리했다. 하루가 지나고 뚜껑을 열어보니 벌써 막걸리 비슷한 냄새가 났다. 신기했다. 술이 잘 익어가길 바라면서 나무 주걱으로 휘저어 주었다. 달콤한 막걸리 냄새를 맡으며 문득 궁금해졌다. 내 삶은 잘 익어가고 있는지. 그 순간 톡 하고 마음에 거품이 이는 느낌이 들었다. 어릴 적 어머니가 해준 고두밥이 생각나고 심부름으로 양은 주전자에 막걸리 담아가다 뚜껑에 살짝 맛본 기억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런 순한 추억들이 나를 익어가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백련 막걸리처럼 잘 익어가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꿈풀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