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항상 떨리고, 설렌다
막상 글을 쓰고자 하니 많은 생각들이 삽시간에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기도 전에 사라지는 통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나에게 브런치 작가를 권했던 동생의 이야기를 글로 담아보겠다는 초심에 집중하기로 했다.
인터뷰 약속을 하고도 고민이 많았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 '어떤 질문들이 적절할까?', '글의 전개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까?', '사실 그대로를 글로 옮겨야 할까? 각색을 해야 할까?' 등 수많은 고민이 약속이 있던 전 날까지 계속되었다. 결국 모든 고민에 답을 적지 못하고 약속 장소를 향해야 했다. 적어도 그녀의 이야기를 소중히 다루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길 바라는 나의 진심이 그녀에게도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인터뷰'라는 거창한 단어가 주는 압박감에 긴장을 했었다. 인터뷰의 시작을 알리는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마치 준비라도 한 듯 그녀가 먼저 운을 떼었다.
'우리 걸으면서 이야기할까요?'
사박사박 걸음 소리에 맞추어 대화가 시작되었다. 사석에서 들을 수 없던 그녀의 인생 이야기에 진심을 담은 내 집중력은 거두어들일 새가 없었다. 너무도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이 새삼 나의 초조했던 모습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었다.
카페에서 두어 시간 인터뷰를 할 생각이었던 내 판단이 실로 잘못된 것임을 깨닫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누군가의 인생이 흘러온 시간에 비하면 너무나도 짧은 찰나에 불과했다. 고민하며 준비했던 말들을 모두 거두어들이고 오로지 이야기에 집중해야만 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느꼈을 감정에 단 1mm라도 더 다가가야만 했다.
나이가 많아져서 여성 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긴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음속으로 눈물을 닦아야 했던 순간이 여러 차례 있었다. 그녀도 애써 눈물을 감추지는 않았다. 아픈 과거를 직면하고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내보이는 것은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이다. 항상 밝기만 하던 그녀는 대단히 용기 있었고, 그 모습을 본 나는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긴 이야기를 마친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머릿속에 간직한 긴 이야기의 퍼즐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들어야 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뇌고 노션에 옮겨 적었다. 이야기의 목차와 대략적인 전개 순서도 만들었다. 처음부터 잘할 순 없다곤 하지만 절대로 대충 할 생각은 없다. 오늘은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역사적인 날이 되어야만 한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