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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자 Sep 25. 2017

게으름에 대한 찬양

프로젝트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철학카페] 

버트란트 러셀(Bertrand Russell, 1872 - 1970)

그는, 기회가 올 때마다 마치 내 남자 친구라도 되는 양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사람이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였고, 수리논리학자, 역사가, 사회비평가, 풍자 작가, 연구자 등 다양한 타이틀로 불릴 만한 업적을 남겼다. 98년의 생애 동안 다양한 분야의 100권이 넘는 저서를 썼으니 책만 쓰기도 바빴을 것 같지만 여성 참정권, 전쟁반대, 평화를 위한 인도주의적 정치활동도 활발하게 펼쳤다. 네 번의 결혼을 했고, 수차례의 연애를 했다. 누군가는 그것을 나쁘게 바라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가 쓴 결혼과 도덕에 관한 10가지 철학적 성찰 등을 읽으며 그야말로 진정한 사랑꾼이라 생각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표현된 그의 말 중 하나는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가 아닐까? 내가 이해한 그는 정말이지 사람을 목적으로 보고 애정으로 위하는 멋진 사람이다. 


게으름에 대한 찬양 

1935년에 발간된 이 책은 80년의 세월이 무상하게 내가 사는 이 세상에서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지향하는 미래상으로 다가온다. "영국"과 "대한민국"이라는 공간의 차이가 그 시간의 차이를 줄이는데 한몫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유럽을 생각해 보더라도 이 세상이 기계의 시대에서 컴퓨터의 시대로 변화하면서 초고속으로 향상된 정보 접근성과 삶의 편의를 고려하면 도대체 왜 그가 말하는 모두의 저노동, 고여가 시대는 아직도 보편화되지 않았는지 씁쓸하기만 하다. 


굳이 그의 책에서 그 씁쓸함의 원인을 찾아보자면 

우리 세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두 가지는 <사회주의>와 <평화>이지만 우리 시대 가장 힘 있는 사람들의 이익에 정면 대치되는 것도 바로 이 두 가지이다. 

라는 문장으로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난 한 주간 진행한 철학카페 [일] 편 팟캐스트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게으름에 대한 찬양] 편에서 이 책에서 다루는 현대인의 일에 대한 인지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줄어든 생산 총시간 및 일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부모님 세대에 비해 많이 변한 건 사실이지만 우리의 사고 깊숙이 깔려있는 노동을 미덕으로 인지하는 자세와 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평가하는 습관이 어디서부터 유래했는가를 따져보니 우리의 삶이 참으로 쓸데없이 무겁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그 긴 이야기들을 모두 풀어놓을 수는 없겠지만 나누었던 질문과 나누고 싶던 책의 부분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시작하였다.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주변의 친구와 한 번쯤은 진지하게 일과 여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의견을 나눠볼 계기가 되었으면 하고 말이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게으름에 대한 찬양 편]에서 나눈 이야기 


1. 러셀은 말한다. “근로가 미덕이라는 믿음이 현대 사회에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 따라서 행복과 번영에 이르는 길은 조직적으로 일을 줄여가는 것이다.” 당신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만약, 동의한다면 일을 줄이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책 속 공유하고 싶은 한 단락 

현대의 생산 방식은 우리 모두가 편안하고 안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한쪽 사람들에겐 과로를, 다른 편 사람들에겐 굶주림을 주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기계가 없던 예전과 마찬가지로 계속 정력적으로 일하고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리석음을 영원히 이어나갈 이유는 없다. - 게으름에 대한 찬양 中


2. 이 시대의 국가가 자동화에 따른 기업의 일자리 감소, 국민의 삶의 만족도 유지 혹은 증진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제도적 지원은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가?


책 속 공유하고 싶은 한 단락 

나는 사회주의를 일차적으로 기계 생산 체제에 대한 적응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상식 수준에서 요구되는 적응책이며 무산 계급의 행복뿐 아니라 미미한 소수를 제외한 모든 인류의 행복을 증대시키는 데 적합한 적응책이다. ... 중략... 먼저 사회주의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해보자. 이 정의는 경제와 정치라는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경제면으로 볼 때 적어도 토지와 광물, 자본, 은행, 신용, 무역을 포함한 기본 경제권을 국가가 소유해야 한다. 정치면에서는 기본 정치권력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 사회주의를 위한 변명 中


3.  일이나 성과, 사회적 유용성 말고 다른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당신의 삶을 진정 풍요롭게 만드는 것(활동)은 무엇이며, 그것은 당신의 일과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책 속 공유하고 싶은 한 단락 

아이들에게만 놀이가 필요한 게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현재의 즐거움 이외엔 아무 목적도 없는 행위에 빠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놀이가 제 구실을 다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일과 관계없는 부분에서도 기쁨과 흥미를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현대의 도시인들은 점점 더 수동적이고 집단적인 여흥, 즉 다른 사람들의 능란한 활동을 피동적으로 구경하는 쪽으로 기울어가고 있다. ... 중략.... 여가를 가진 인구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교육받은 인구이며, 또한 그 교육은 직접적 유용성을 가진 과학/기술적 지식뿐 아니라 정신적 기쁨도 목표했음이 틀림없다. - 무용한 지식과 유용한 지식 中


철학카페, [일 편]에서 나눈 이야기 

당신은 왜 일을 하나요? 

당신은 무슨(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요? 

일 [Work]과 직업 [Job], 그리고 경력 [Career]은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만약 지금 가진 직업으로 돈을 벌 수 없다면 혹은 돈을 벌 필요가 없다면 그래도 그 직업을 계속 유지하겠습니까?

월 100만 원의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주워진다면 당신은 추가로 일을 하겠습니까? 만약 한다면 어떤 일을 하겠습니까?  

당신의 1시간 노동은 얼마의 금전적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합니까? (현재 급여를 시급으로 계산한다면 그만큼 받고 있는지요?)

당신은 한 달의 생활을 위해 얼마의 생활비를 필요로 합니까? (수입과 생활비 사이에 얼마의 차액이 있으며 그 돈은 어떻게 쓰이고 있습니까?) 

지금 당신에게 주어진 일하는 시간과 그 외 시간의 균형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적절한 하루 업무 시간은?

혹시 업무 외 시간에 하는 다른 일이 있습니까? 그 일이 업무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까?  

일하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일은 우리의 삶에 많은 시간과 부분을 차지한다. 일부는 사람을 그 사람이 하는 일 자체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렇게 무서우리만큼 중요한 부분인데, 막상 이야기를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일과 삶에 대한 이슈를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어쩔 수 없음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음을 느낀다. 왜 자신은 일을 하는지, 왜 약속한 근무시간을 넘겨 야근을 해야만 하는지, 왜 일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비효율과 불합리가 반복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인지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채 말이다. 요즘 워라밸, 시발 비용, N잡러 등 일에 대한 새로운 용어들이 귀에 들린다. 아마도 누군가는 일을 마주 보고 문제를 인지해 변화를 위한 작은 도전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것은 누군가가 할 일이 아니라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도전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오래간만에 이 책을 다시 읽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부 좀 한 서민이라면 사회주의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멍청하거나 음흉한 게 아닐까라고. 러셀의 말처럼 우리는 긴 세월동안 쭉 어리석었다. 그러나 이러한 어리석음을 영원히 이어나갈 이유는 없다.




* 철학카페는 수시로 진행되는 토론 모임입니다. 참여에 관심 있으신 분은 페이스북 페이지 철학카페 에서 일정을 확인하신 후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은 다양한 책과 영화 콘텐츠를 소개하고 관련 대화를 나누는 팟캐스트입니다. 아이튠즈 팟캐스트팟빵파티에서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으로 검색하시면 들으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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