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있잖아, 나는 말이지 - 프롤로그

by 방자

We see the world not as it is, but as who we are.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작가 <톨스토이>가 준 대답은 사랑이었다. 내가 아는 한 이 사랑은 널뛰는 설렘의 마음이 아니라 잔잔하고 선한 마음에서 비롯된 자비심에 가깝다.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어느덧 세상사에 심드렁해져 쉽사리 설렘 따윈 느끼지 못하는 나에게 심장 두근거리는 로맨스를 던져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에는 자신에게도, 가족과 직장 동료, 친구들에게도 매우 자비로운 사람이기를 바라는 것이 내 삶의 가장 큰 욕구이다.


나는 현재 조금 더 자비롭기 바라는 그다지 자비롭지 못한 사람이다. 물론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나름대로 동의나 반의, 혹은 어떤 다른 의견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게 무엇이든 그것은 그 사람의 나에 대한 평가이자 인지이고, 이것은 나에 대한 나의 인지이므로 굳이 위로는 사양하고자 한다. 이러한 평가는 자신에게 냉혹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며, 이런 나를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용기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자비로운 사람이 되길 바라지만 그것이 쉬이 이룰 수 있는 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타고난 성품의 영향도 있을 테고, 그보다 더 크게 과거의 경험들을 통해 얻은 피해 의식이라든지 두려움, 상처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연상되는 어떤 반복적인 현재의 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내가 자비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행하는 작은 실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번 여행의 여행지는 내 머릿속이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내게는 흔한 그곳을 조금 낯설게 보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소개할 것이다. 당신은 이 이야기가 흥미롭거나 지루할 수 있고, 뜨악하거나 젠체한다 싶거나 혹은 공감할 수도 있다.


그저 어쩌다 보니 낯선 여행지에 와 있구나 하고 조금 더 여유롭고 포용적인 마음으로 글을 읽어갔으면 좋겠다. 내가 소개하려는 내 머릿속에 대해 독자가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 소망을 품고 있지만, 그것을 고백하진 않으려고 한다. 그 상상은 숨긴 채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다. 스스로 과장이나 미화 없이 내 머릿속을 있는 그대로 잘 펼쳐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하지만 어디에 도착하게 되든, 무엇을 경험하게 되든 이것은 분명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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